[특파원 리포트] 소통 없는 獨 총리
이달 초 독일 ARD방송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업무 수행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19%에 불과했다. 이 기관이 1997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독일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총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경기 악화 등의 여파로 전 세계에서 인기 있는 지도자를 찾아보기 어렵지만 숄츠 총리는 유독 타격이 크다. 이달 초 독일 북부 수해 현장에 달려갔을 때는 일부 주민이 모여 “돌아가라“”거짓말쟁이”라며 비난했다. 지난 15일 베를린에서 열린 핸드볼 국가 대표팀 경기에 숄츠 총리가 나타나자 관중은 호루라기를 불며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정치인 선호도 조사에서는 이미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리스 바이델 대표가 수주째 숄츠 총리를 앞서고 있다. 독일 여론조사 회사 인자(INSA) 관계자는 “현재 추세를 볼 때 숄츠가 총리로 다시 당선될 일은 없다”고 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숄츠 총리가 이토록 민심을 잃은 가장 큰 이유로 소통 스타일이 꼽힌다. 숄츠 총리는 오래전부터 기계 같은 단답식 답변으로 유명했다. 2022년 G7 회의 후 기자가 우크라이나에 약속한 안보보장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느냐고 묻자 숄츠 총리는 “그렇다”는 말로 답을 끝냈다. 한 방송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문제를 두고 일상적 생활 요령을 말해줄 수 있느냐고 묻자 “아니오”라고 답한 일도 유명하다. 숄츠 총리는 사회민주당(SPD) 사무총장이던 20여 년 전 이미 ‘숄츠’와 ‘기계(Automat)’를 합성한 ‘숄초마트(Scholzomat)’라는 조롱 조 별명이 붙었다.
숄츠 총리는 민감한 주제에는 아리송한 태도를 보인다. 독일 매체 포커스는 이를 두고 “시민들이 안개 속에서 찾게 만든다”고 표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독일 정부가 오랜 기간 침묵하자 온라인에서는 ‘#숄츠는 어디에(woistscholz)’라는 해시태그를 단 밈(meme)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소속 정당인 SPD의 일부 의원까지 나서 “충분히 소통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정부의 재무부 장관이었던 숄츠 총리는, 임기 시작 당시 ‘메르켈 2.0′이라며 기대를 받았다. 당시 그의 과묵은 허세 없는 성실로 여겨져 다른 사람들보다 일을 잘할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그의 전기 작가는 “일을 많이 하고 일이 끝났을 때 얘기하는 태도”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중이 지도자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달랐다. 숄츠 총리의 지나친 침묵을 이제 ‘불통’으로 여긴다. 지금 그는 가장 인기 없는 독일 총리. 한국 정치인들이 반면교사 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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