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 신네르, 신들린 역전… 호주오픈 품다

박강현 기자 2024. 1. 2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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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드베데프가 첫 두 세트를 따낼 때까지만 해도 승부는 쉽게 갈릴 것으로 보였다. 호주오픈 실시간 중계 사이트에선 신네르 승리 확률을 4%로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조코비치를 누르고 올라온 이 이탈리아 신예는 쉽게 백기를 들지 않았다. 한 게임씩 주고받던 3세트를 6-4로 따낸 뒤 내리 세 세트를 휩쓸면서 기어코 대역전극을 일궈냈다.

신네르가 28일 메드베데프를 누르고 호주 오픈 남자 단식을 제패한 뒤 트로피를 품은 채 득의양양하게 웃고 있다. /AFP 연합뉴스

얀니크 신네르(23·세계 4위)가 ‘일 트리콜로레(Il Tricolore·이탈리아 3색기)’를 호주 땅에 꽂았다. 신네르는 28일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다닐 메드베데프(28·러시아·3위)를 세트스코어 3대2(3-6 3-6 6-4 6-4 6-3)로 이기고 생애 첫 4대 메이저 대회 왕좌에 올랐다. 3시간 44분 걸린 접전이었다. 1905년부터 이어온 호주오픈 역사에 첫 이탈리안 챔피언으로 이름을 남겼다.

신네르는 어릴 적 축구와 스키에 재능을 보였다. 8살엔 나이별 스키 전국 대회 대회전 부문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그러다 13살 때 테니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개인 종목에서 더 자유롭게 운동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네르는 이날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게 응원해준 부모님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신네르는 준결승에서 호주오픈 33연승을 달리던 노바크 조코비치(37·세르비아·1위)를 3대1로 격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그 자신감은 결승으로 이어졌다. 다소 호리호리한 체형(188㎝·76㎏)을 가진 신네르는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타점 높은 서브와 스트로크, 민첩한 몸놀림을 앞세워 메드베데프를 압박했다. 서브에이스(14-11)와 공격 성공 횟수인 위너(50-44) 등 공격 지표 전반에서 앞섰다. 실책(49-57)도 적었다. 메드베데프는 “신네르는 오늘 한 수 위 기량을 선보였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신네르는 첫 2000년대생 호주오픈 우승자로 기록됐다. 2006년부터 이어져온 호주오픈 남자 단식 ‘페나조′ 독식 생태계에도 마침표를 찍었다. 로저 페더러(43·스위스·은퇴), 라파엘 나달(38·스페인·446위), 노바크 조코비치 3인방은 2006년부터 작년까지 2014년을 제외하곤 매해 호주오픈 우승을 나눠 가졌다. 2014년엔 스탄 바브링카(39·스위스·56위)가 잠시 트로피를 가져갔다.

전날 열린 남자 복식 결승에선 매슈 에브던(37·호주)과 조를 이룬 로한 보파나(인도)가 시모네 볼렐리(39)-안드레아 바바소리(29·이상 이탈리아) 조를 세트스코어 2대0(7-6<7-0> 7-5)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보파나는 43세 330일 나이에 생애 첫 테니스 메이저 대회 복식 왕관을 썼다. 통산 세 번째 메이저 결승 무대이자 61번째 출전에서 60전61기에 성공했다. 그는 29일 발표되는 남자 복식 세계 랭킹에서 처음 1위에 오르며 이 역시 종전 최고령 1위 기록(41세 76일·마이크 브라이언)을 갈아치우게 된다. 보파나는 우승 소감에서 “저는 43세가 아니고 사실 레벨(등급) 43″이라고 말했다.

여자 단식 결승에선 지난해 챔피언 아리나 사발렌카(26·벨라루스·2위)가 중국 정친원(22·15위)을 2대0(6-3 6-2)으로 제압하고 포효했다. 2022년 US 오픈을 시작으로 최근 6개 메이저 대회에서 연달아 4강 이상에 오른 사발렌카는 2012·2013년 빅토리야 아자란카(35·벨라루스·22위) 이후 11년 만에 호주 오픈 여자 단식 2연패(連霸)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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