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조장행정의 가치

경기일보 2024. 1. 29. 03: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영학 한국유품정리관리협회장

장례의례의 실질적 마무리인 생활유품정리는 고인이 생전에 사용하던 생활물품 및 거소의 정리다. 2018년 11월 창립한 한국유품정리관리협회의 설립 목적은 유품정리업의 행정적 제도화를 마련해 우리 사회에 유품정리업을 반듯하게 정착시키는 데 있다.

이에 따른 첫 번째 과제는 유품정리업의 필요성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 및 전문적인 서비스와 편의 제공으로 유족이 믿고 맡길 수 있는 기능인을 양성해 신직업군으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생활유품정리사의 민간자격 등록과 아울러 한국표준직업분류의 등재에 있다.

유품은 생활용품조차도 쓰레기가 아닌 고인의 혼이 담긴 물품인 관점에서 반듯한 정리를 통해 자손이 끝까지 효를 행한다는 마음가짐은 교육적 측면에서도 가치가 있다.

생활유품정리업은 업무 성격과 비즈니스 측면에서 최대 협력체가 장례업종이다 보니 상장례전문학회, 장례 및 상조 관련 기관‧단체, 웰다잉 관련 단체, 장례전문 언론인 등과 교감을 갖게 된다. 이들 단체의 공통적인 과제와 이슈가 ‘죽음’이라는 점에서 매우 조심스럽지만 삶의 중요한 문제이므로 웰다잉과 연계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생활유품정리업의 필요성에 대해 장례업계는 물론 각계각층의 모든 사람이 하나같이 공감하고 적극 성원하고 있음에도 직무성격상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관련 법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명시돼 있지 않아 부적격하다는 단편적인 판단이다.

협회가 4년에 걸쳐 추진하고 있는 이 과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다음 단계로 발자국을 떼지 못하고 있다. 법규 적용의 소극적인 행정 탓에 고인 관련 사안을 다루는 유품정리업에 진전이 없는 현실을 지금으로서는 답답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외에 행정적 판단의 재량 문제를 단면이지만 몇 가지 사안을 예시해 소견을 피력해본다.

먼저 행정의 근본적인 가치를 밝혀두고 싶다. 행정은 사람답게 살게 만들고 기업은 비즈니스답게 효율적으로 경영하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조장하는 데서 실현돼야 한다. 법규의 명시 여부를 우선하는 일변도가 돼서는 안 되며 길을 열어주고 포용력을 가질 때 행정의 가치가 그 의의를 갖게 한다.

또 법규도 시대 변화에 따른 사회 환경에 부응하도록 신속하게 보완 및 개정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시켜 나가야 한다. 이는 입법기관인 국회 그리고 행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자 의무다. 2025년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두고 전체 가구의 34.5%를 차지하는 1인 가구, 특히 홀몸노인이 급증하고 있는 우리에게 곧 ‘언젠가는 내가, 나의 가족이 마주해야 할 일’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유품정리업을 통해 현장과 유족을 가까이에서 접하는 바에 의하면 현재 1인 가구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행정관리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지자체에서 무연고 사망자를 고독사로 추정하는 실정으로 법적으로 확립된 개념의 구분이 필요하다. 무연고 사망자에 대해 유가족이 시신을 거부, 기피할 때 보건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고자 장례비를 지원하는 데 대해서도 무연고를 양산하는 사회적 책임 문제를 먼저 숙고할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법규와 행정은 사회구조와 시스템을 실용성 있고 조화롭게 조장하는 데서 더욱 빛을 발하고 그 존재 가치를 찾을 수 있다.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