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청룡의 해, 아암도 유감
송도 앞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연수구의 청량산(淸凉山)은 불교로 인해 이런 이름을 갖게 됐다.
중국의 4대 불교 명산(名山)으로 꼽히는 산시(山西)성 오대산(五臺山)이 그 연결고리다. 이곳 오대산은 문수보살이 머무는 성스러운 산으로 대접받는데, 다른 이름이 바로 청량산이다. 불교에서 문수보살은 용(龍)의 화신(化身)이며, ‘최고의 지혜’를 상징한다고 한다.
신라의 자장율사가 이곳에서 7일 동안 목욕재계(沐浴齋戒)를 한 뒤 문수보살을 만났다고 전해온다. 이어 그는 신라로 돌아와 우리나라 오대산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이 산을 문수보살 신앙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그 뒤 우리나라에서도 문수신앙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곳곳에 문수산이나 문수바위 같은 이름이 생겼고, 청량산이라는 이름도 함께 퍼졌다.
이곳 연수구의 청량산에 이 이름을 처음 붙인 사람은 고려시대 공민왕의 왕사(王師)였던 나옹화상이라는 얘기가 있다. 이와 달리 중국 당나라 때 징관(澄觀)이라는 고승(高僧)의 두 제자가 스승의 예언에 따라 이곳에 와서 붙인 이름이라는 전설도 있다.
한편 우리 자료인 ‘동국여지지’에는 “사람들이 이곳 청량산을 청룡산이라고도 부른다”는 내용이 있다. 문수보살이 용의 화신이니 청룡산으로도 불린 것이다. 그리고 청룡산 아래에 있는 작은 섬 아암도는 이 청룡이 뱉은 여의주라는 전설을 갖고 있다.
이 아암도는 1980년대까지 가족들의 나들이나 학생들의 소풍 장소, 특히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로 큰 인기를 끌었다. 썰물 때면 바닷물이 빠진 개펄 위 길을 따라 송도유원지에서 이 운치 있는 섬을 오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했으니 나이가 좀 든 인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암도에 얽힌 아스라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 이 섬 앞으로 스치듯이 해안도로가 놓이고, 2011년에는 송도유원지마저 문을 닫으면서 아암도는 이제 시민들이 거의 찾지 않는 버려진 섬이 돼 버렸다. 그 옆에 작은 공원이 있다지만 해안도로를 오가는 차량들 때문에 너무 시끄럽고 위험해 섬에 가기도, 섬에서 무엇을 하기도 어렵다. 무릇 좋은 도시는 이야기를 품고 산다. 그리고 그것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에 그럴듯한 전설까지 안고 있는 아암도는 그런 면에서 인천이 지금처럼 내버려두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그 주위에 사람들이 편하게 찾아와 쉬고, 작은 공연이라도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다면 큰 역할을 하지 않을까. 정말 고맙게도 섬이 아직 제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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