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선은 유권자 뜻인데 왜 퇴출 조건인가

경기일보 2024. 1. 2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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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이냐 호남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힘이냐 더불어민주당이냐의 문제도 아니다. 다선(多選)·고령(高齡)을 퇴출하는 기계적 구획의 문제다. 마치 공천 혁명을 상징하는 전가의 보도처럼 쓰여 왔다. 여야의 21대 공천에서 또다시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경선을 막는 ‘다선 배제 기준’을 정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다선 배제의 분위기가 역력하다. 자연스레 고령자 퇴출이라는 현실적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다선 배제를 공천심사 방안으로 정식화했다. 현역 의원 중 하위 10%에 해당하는 7명을 컷오프(공천 배제)한다. 하위 10~30%인 18명은 경선 득표율에서 20%를 감점한다. 여기에 지역 3선 이상 의원은 15% 또 감점한다. 3선 이상 의원 중 평가 하위 10~30%에 해당하면 35% 감점이다.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의원은 영남권 10명을 포함해 22명이다. 해당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사실상의 퇴출 결정’이라고 불평한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다선·고령 퇴출은 없다’고 선언해 놨다. 이른바 ‘올드 보이 귀환’에 열린 입장을 보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함께 주목할 것이 있다. 당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586’에 대한 계산이다. 여권과 당 일각에서 사퇴 압력을 받아온 ‘586’이다. 이들에 섞어 보호하려는 측면이 있다. 실제로 김민기 등 다선 의원 불출마 선언을 ‘후임을 위한 용단’이라고 치켜세운다. 다선·고령 의원에게 알아서 나가라는 분위기가 확연하다.

지역구 의원의 다선은 유권자의 뜻이 모인 결과다. 12년, 16년 또는 그 이상 선택 받았다는 증거다. 수도권·충청권 등에서의 다선은 그 자체가 축적된 정치력이다. 이걸 공천 혁명이라는 결과에 꿰맞추려 억지 희생시키고 있다. 옳지 않을 뿐더러 합목적적이지도 않다. ‘다선 배제’가 깔고 있는 함의는 뻔하다. 필연적으로 ‘고령 퇴출’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올드 보이’, ‘꼰대 정치’ 등 표현이 공론장에 당당히 등장하는 것도 그래서다.

‘80대·8선’이 득세하던 한국 정치가 아니다. 15대 국회 이후 최고령 의원은 모두 60·70대였다. ‘고령’으로 구분돼야 할 정치 자체가 없다. 결국 50·60대 의원들을 ‘고령’으로 구분하고 몰아치는 셈이다. 이런 분위기가 총선만 오면 ‘노인 폄하’를 등장시킨다. ‘공짜로 지하철 탄 노인들이 경마공원 간다’는 정당 대표의 발언이 그래서 겁 없이 나온다. ‘20대 심사료 경선 비용도 무료’라는 차별이 아무렇지 않게 나온다.

그렇게 다선과 고령을 꼭 쫓아내고 싶은가. 그렇다면 무능·막말·갈등·부패·파벌 다음에 넣어라. 그게 유권자가 꼽는 퇴출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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