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인니 대통령도 감동…아시아 흔든 '신태용 돌풍' 16강으로 피날레

김건일 기자 2024. 1. 29.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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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아시안컵을 휩쓸었던 '신태용 매직'이 16강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28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에서 호주에 0-4로 무릎을 꿇었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신 감독은 "호주가 8강 올라간 것을 축하한다. 열심히 잘 싸워줘서 우리도 고맙고 많은 것을 배웠다. 오늘 경기는 (아시안컵) 4경기 중에 가장 잘했다고 자평하고 싶다"고 선수단을 감쌌다.

인도네시아가 FIFA 랭킹 146위인 반면 호주는 랭킹 25위로 이번 대회에서 한국 일본 등과 함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전력 차이를 인정하는 듯 신태용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의 승률은 30%다.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다"라면서도 "이기고 8강에서 한국과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갔다. 전반 11분 만에 0-0 균형이 깨졌다. 수비진 실수로 페널티박스 안까지 침투를 허용했다. 게다가 크로스가 수비 발에 맞고 굴절되어 골문 안으로 향해 득점이 되는 불운까지 따랐다.

인도네시아는 강한 중원 압박으로 호주에 크게 밀리지 않았다. 전반전에 주도권이 앞서는 흐름까지 있었다.

그러나 전반을 넘기지 못하고 두 번째 골을 내줬다. 이번에도 왼쪽 측면이 뚫렸다.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가 반대편 골문으로 향했고 마틴 보일이 몸을 날려 골로 연결했다.

인도네시아는 후반 시작과 함께 라인을 끌어올려 추가골을 시도했다. 하지만 호주의 조직적인 수비벽을 뚫기가 쉽지 않았다.

후반 막판 호주가 인도네시아의 희망에 쐐기를 박았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가 헤딩골로 연결됐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프리킥에 다시 머리에 맞고 득점이 됐다. 경기는 호주의 4-0 승리로 마무리됐다.

첫 번째 실점이 인도네시아 수비수 발에 맞고 굴절되며 들어간 것에 대해 신 감독은 "행운이 따르지 않은, 많이 아쉬운 경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 골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선수들이 좀 자신감이 더 붙어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며 "경기 내용적으로는 절대 밀리지 않았다. 행운의 골이 상대에게 갔다. 아쉬운 패배다. 실점은 많았지만, 경기 내용이나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선수들에게 너무 고생했고 칭찬해 주고 싶다"고 했다.

또 "선수들이 감독이 말했던 부분을 잘 이행해 줬다고 생각한다. 경험 등의 차이에서 호주에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 싶다. 그런 부분만 만회했으면 호주와 대등하게 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인도네시아는 1996년 아랍에미레이트 대회에서 처음으로 본선에 참가했다. 2000년, 2004년, 2007년까지 4대회 연속 본선에 나갔지만 조별리그에서 대회를 마쳤다. 2011년과 2015년 대회엔 예선에서 탈락했고 2019년 지난 대회에선 FIFA 징계로 출전하지 않았다.

이렇듯 동남아시아에서도 변방에 불과한 인도네시아였기에 아시아 강호만 나설 수 있는 아시안컵은 남의 일과 같았다.

그런데 2020년 신태용 감독이 부임하고 동남아시아 패권을 장악하는 수준까지 다시 올라온 인도네시아가 이제는 아시안컵 상위 16개국 안에도 들었다. 신태용 감독 부임 이듬해 2월 동남아시아선수권대회(AFF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꾸준히 성적을 냈고, 그 사이 173위였던 FIFA 랭킹은 27계단이나 뛰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선 이라크, 베트남, 일본 등과 같은 조에 묶이면서 토너먼트 진출이 힘겨워보였다. 1차전에서 이라크를 상대로 선전했지만 끝내 패하면서 현실이 녹록지 않음도 느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최강을 놓고 다투는 베트남과 자존심 싸움에서 K리그 출신 아스나위 망쿠알람의 페널티킥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17년 만의 본선 승리이자 역대 세 번째 아시안컵 승리 기쁨이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조별리그 최종전 상대는 우승후보 일본이었다. 일본과 격차는 현저했다. 기대 속에 일본전에 임했지만 인도네시아는 1-3으로 졌다. 최종적으로 1승 2패를 기록한 인도네시아는 승점 3점을 획득했다. 조 3위 와일드카드로 16강 진출을 바라봐야 했다. 이번 대회는 각 조 1, 2위가 16강에 직행하고 조 3위 중 상위 4개국이 추가로 올라간다.

인도네시아는 실낱 같은 희망을 품었다. 인도네시아가 올라가려면 F조의 오만과 키르기스스탄이 비기는 게 최선이었다. 신태용 감독도 "하루 쉬면서 F조 결과를 기다리겠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뭐라 할 말이 없다. 하늘의 뜻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리고 이날 기적이 펼쳐졌다. 오만과 키르기스스탄이 1-1로 비겼고, 인도네시아가 막차로 16강에 올랐다. 역대 처음으로 아시안컵 토너먼트 무대를 밟게 됐다. 숙소에서 F조를 지켜본 신태용 감독은 16강행이 결정되자 선수, 코칭스태프와 일일이 포옹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번 대회 신태용호의 선전에 대통령까지 나섰을 정도. 위도도 대통령은 "일단 경기에 집중하자. 보너스가 있을 예정이지만 얼마인지는 말하지 않겠다. 내일 인도네시아가 이기면 보너스에 대해 밝힐 것"이라고 했다.

또 "인도네시아가 아시안컵 16강에 진출한 걸 환영한다. 이번 경기를 통해 인도네시아가 호주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국민들에게도 전폭적인 지원을 독력하고 싶다. 우리 모두 행복하게 만들어진 대표팀을 응원해주기를 바란다"라고 지지했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리그가 더 강해져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리그를 중심으로 많은 변화가 있어야 대표팀에도 변화가 생기고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호주를 이기는 방법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가 어린 선수들이지만, 전방 압박을 강하게 가지고 가면 분명히 기회는 올 것이라 생각했다. 마지막 마무리에 있어 선수들이 어리고 경험이 부족했을 뿐이다.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다음 목표는 월드컵 2차 예선 통과다. 신 감독은 "현재 월드컵 2차 예선이 진행 중이다. 1무1패를 기록했다. 힘들지만, 예선을 통과하는 것이 목표다"라며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승 후보는 누구일까. 그는 "(경기를 해봤던) 이라크, 일본, 호주 모두 강했다. 팀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한국과 이란이 좋은 팀으로 함께 우승 경쟁을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예상했다.

한국과 8강에서 만나는 것은 꿈으로 끝났다. 그는 "아직 그것은 꿈이었지 않나 싶다. 선수들이 어리고 경험이 없다 보니 그렇다. 내용이 좋았지만 마무리해서 호주에 밀렸다. 그런 경험이 붙으면 한국과 경기를 할 수 있는 것이 현실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마음속에는 있다"라며 웃었다.

그레이엄 아놀드 호주 감독은 "힘든 경기였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퀄리티가 잘 드러났다. 오늘 개선된 점은 선수들 개인이 갖고 있는 신념과 행동이었다. 그들은 여러모로 더 자유로워졌고 편안해졌다.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었다. 난 그들이 각자 갖고 있는 자질을 보여주기를 원한다. 훌륭한 플레이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것도, 좋은 공격 패턴을 갖고 있는 것도 좋다. 하지만 난 이 선수들이 긴장을 풀고 자신의 기술을 보여주고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고 싶었다. 오늘 그 모습들이 성장하는 것을 봤다"고 칭찬했다.

호주는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전의 승자와 8강전을 치른다. 아놀드 감독은 "우린 이제 휴식과 회복을 위해 이틀을 쉴 수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경기를 제대로 치르고, 머리를 비우고 준비하고, 선수들이 자신이 할 일을 알고 나가서 해낼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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