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광물 일제히 '약세'…다시 '슈퍼사이클' 올까 [원자재 이슈탐구]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60%차지한 중국이 변수
트럼프 행정부 정책 등 각종 보조금도 관건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 속도 둔화로 리튬과 니켈 등 차량 배터리 광물 가격이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급성장하는 전기차 시장 덕분에 배터리 광물 산업이 더 이상 경기 순환 사이클을 타지 않는 산업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나왔다. 그러나 '슈퍼 사이클'은 오지 않았고, 다른 원자재보다 더 극심한 부침을 겪고 있다. 주요 광물 가격 약세로 스위스 글렌코어와 브라질 발레 등 광산업체들의 주가는 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호주의 리튬 광산업체 라이온타운은 생산량 확대가 유보되고 주가는 올해만 45%가 빠졌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광물의 가격은 올해 중국 경기가 좌우할 것으로 예상한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는 중국산 전기 자동차에 대한 세계 각국의 무역 장벽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 출시, 선진국들의 소비자 보조금 정책 등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배터리 원자재 핵심 변수는 중국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배터리 광물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중국이다. 리튬과 니켈 등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광물 소비량은 압도적 세계 1위다. 국제동산업협의회(IWCC)에 따르면 중국은 2022년에 유럽연합(EU)과 영국을 합친 것보다 약 4배 많은 양의 구리를 소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산 배터리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60%가 넘는다. 중국 내수시장의 전기차 보급 속도도 빠르고 막대한 시장 덕에 판매량도 많다. 2022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전기차(PHEV포함) 판매량 1400만대 가운데 60%에 달하는 836만대가 중국에서 팔렸다.
중국은 부동산발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올해 경제성장률 4%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14억, 한국의 10배가 넘는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전반적인 소비 증가세가 꺾이는 것을 감안해도 전기차 시장은 당분간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는 2024년 중국에서 순수 전기차가 450만 대가량 판매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2023년 판매량인 352만 대보다 약 25%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전기차 판매가 96% 폭증하며 광물 가격이 급등했던 2022년의 상황이 다시 오리라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줄어든 점도 악재다.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 역시 광물 시장의 변수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지난해 전기·하이브리드차 약 940만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 690만 대에 비해 약 36% 증가했다. 올해 판매량은 115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BYD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12%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며 테슬라(점유율 2.5%)를 압도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BYD는 지난해 160만대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해 180만대를 판 테슬라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외국 기업의 중국 공장과 중국 메이커 등이 만든 중국산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57.9% 증가한 491만대로 430만대의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중국이 지난해 수출한 자동차 중 신에너지차(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차)는 전년 대비 77.6%가 증가한 120만3000여대에 달했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솔직히 무역 장벽이 없다면 (중국이) 세계의 다른 자동차 회사들 대부분을 무너뜨릴(demolish)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 시장에서도 고전하는 전기차
미국과 EU, 일본 한국 등 주요 선진국 시장에선 전기차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여파다. 독일과 영국의 전기차 구입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등 보조금 감축도 성장 둔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2위 자동차 기업 포드는 지난 19일 최고 인기 모델 F-150 픽업트럭의 전기차 버전인 ‘F-150 라이트닝’의 생산량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전기차를 운행하는 데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도 부각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한파 속에서 배터리 성능 저하로 전기차들이 멈춰서는 일이 잦았다. 미국 점유율 1위 렌터카 업체 허츠가 보유한 전기차의 3분에 1에 해당하는 전기차 2만대를 처분하고 내연기관차를 구매한다고 지난 11일 공시했다. 전기차 선호도가 예상보다 낮고, 보험료와 정비 비용 등 유지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 때문이다.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 유력하다는 점도 광물 시장에는 악재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친환경 드라이브가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기 트럼프 행정부가 친환경 산업 육성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기할 것이란 극단적인 우려까지 나온다.
배터리·전기차 기술 발전도 변수
전기차와 배터리 기술의 발전도 시장의 변수다. 테슬라 등 자동차 메이커들은 전기차에 사용되는 구리의 양을 줄이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10년 전 출시된 테슬라 모델S의 경우 내연 기관 차량의 네 배에 해당하는 한 대당 80㎏의 구리가 사용됐으나, 2030년까지 이 사용량을 60㎏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골드만삭스의 보고서에서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늘어난 구리 수요의 3분의 2는 전기차 제조에 사용됐다.
테슬라는 전기차에서 조명이나 와이퍼 등에 전원을 공급하는 배터리를 기존 12볼트에서 48볼트의 고전압 시스템으로 바꿔 구리 배선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CRU는 최신 분석에서 2030년에는 전기차용 구리 수요량을 280만t으로 낮춰 잡았다. 이전까지는 2030년 전기차 구리 수요가 320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나트륨이온배터리(SIBs)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중저가 이차전지 시장에서 밀어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에서 최근 상용화에 근접한 나트륨이온배터리는 오는 2035년이면 LFP배터리보다 생산 단가가 24%가량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나트륨이온배터리가 확산되면 리튬의 수요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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