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2024 현장] [리뷰] 함께 빛나는 합창의 힘… 무대 달라도 앙코르는 모두 ‘아리랑’

김진형 2024. 1. 2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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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합창단·빈소년합창단
국립합창단 강릉아트센터 공연
가곡부터 팝·오페라·클래식 등
흥겨운 선곡 ‘문화올림픽’ 절정
해설·단원 율동으로 장벽 낮춰
빈 소년 합창단 춘천 공연 만석
한국인 단원 구하율 군 눈길
‘그리운 금강산’ 뭉클한 감동

여러 목소리가 하나의 노래로 합쳐지는 합창은 악기 없이 목소리만으로 최고의 조화를 펼치는 장르다. 지난 주말 국내외 대표 합창단의 공연이 강릉과 춘천에서 열렸다. 지난해 창단 50주년을 맞은 국립합창단은 26일 강릉아트센터에서 2024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기념공연을 선보였고 빈소년합창단은 27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신년음악회를 열었다. 악보 없이 무대에 오른 단원들은 별다른 무대장치 없이 목소리의 순수함을 극대화하며 합창음악의 진정성을 펼쳤다. 두 공연의 앙코르는 공교롭게도 모두 ‘아리랑’이었다.

▲ 지난 26일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린 국립합창단의 ‘흥겨운 합창여행’ 공연 모습.

■ 가곡부터 클래식-국립합창단

강원2024 대회를 계기로 강릉을 찾은 국립합창단은 가곡부터 팝, 오페라, 클래식 메들리까지 이어부르며 문화올림픽의 절정을 장식했다.

이날 객원지휘는 국립합창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윤의중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이 맡았다. 윤 지휘자는 “합창으로 기분좋은 여행을 선사하기 위해 무대를 준비했다. 한국 합창음악에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고 당부한 후 친절한 해설을 덧붙이며 관객과 호흡했다.

초반은 김소월의 시를 노래하는 ‘못잊어’로 시작해 ‘세노야’, ‘어기영차’ 등 한국 가곡으로 구성됐다. 윤 지휘자는 확신에 찬 모습으로 섬세하고 열정적인 지휘를 선보였고, 단원들은 무대를 이동하며 솔로 구간을 소화했다. 웅장한 화성과 일직선으로 뻗는 음색은 국립단체의 존재 이유를 증명했다. 단원들의 테크닉이 돋보이는 우효원의 ‘어기영차’는 긴장감 높은 박자감으로 처음 듣는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대중적인 곡에서도 단원 각자의 예술성이 빛났다. 줄리 골드의 ‘From a distance’에서는 “멀리서 바라보면 세상은 파랗고 푸르게 보인다”는 메시지가 돋보였다. “갈등이 많은 세상이지만 조금만 멀리서 떨어져보면 아름답게 보인다는 메시지를 드리고 싶다”는 지휘자의 설명도 덧붙었다.

오페라 명곡 감상 기회도 있었다. 베르디 ‘라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 등에서는 친숙한 멜로디로 공연장을 채우는 울림이 인상깊었다. 푸치니의 ‘투란도트’ 중 ‘네순도르마’에서는 일부 박자가 흔들리는 아쉬움도 있었으나 음색과 성량 자체로 감동을 선사했다.

마지막 ‘클래식 메들리’에서는 단원들의 익살스러운 동작이 더해진 가운데 ‘아랑후에스 협주곡’, ‘환희의 송가’, ‘투우사의 노래’ 등 명곡의 향연이 이어졌다. 알토 단원인 사이안은 ‘울게하소서’를 독특한 음색으로 부르며 놀라움을 안겼다. 공연 후 앙코르를 요청하는 일정한 리듬의 박수는 이제 강릉아트센터만의 전유물로 자리매김 했다. 앙코르로는 우렁찬 전통 북 리듬과 합창단의 화성이 호흡을 맞추며 ‘아리랑’을 연주해 해외 관객들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공연 전부터 “강릉은 문화생활하기 좋은 곳”이라는 관객들의 대화도 곳곳에서 들렸다. 관객 김난순 씨는 “평소 합창을 좋아했는데 국립합창단 무대로 클래식 명곡들을 짧지만 쉽고 즐겁게 감상해 좋았다”고 말했다.

한편 28일 강릉에서 열린 ‘강원2024 K-culture 페스티벌’에서는 국립합창단장으로 최근 취임한 민인기 지휘자와 강릉시립합창단의 고별무대가 눈길을 끌었다. 3년 가까이 합창단을 이끌어 온 민인기 지휘자와 강릉시립합창단의 마지막 호흡은 진한 여운을 남겼다.

▲ 지난 27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빈소년합창단의 공연 모습.

■ 526년 합창의 진수-빈 소년 합창단

오스트리아의 소년들은 춘천에서 ‘천상의 화음’을 전했다. 빈 자리 없이 관객들이 춘천문예회관 공연장을 가득 채웠고, 공연 5분 전까지도 티켓을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이 이날 공연에 대한 관심을 증명했다. 빈 소년 합창단 하이든 반의 20여명이 참여한 공연으로 한국인 단원 구하율(11) 군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가 빈소년합창단의 세계투어 10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도 의미를 더했다.

지휘자 지미 치앙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고 지휘하며 소년들과 하나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직 변성기가 오지 않은 단원들의 목소리는 오케스트라를 연상시켰다. 윌리엄 보이스의 ‘알렐루야’를 시작으로 클래식, 가곡, 민요, 팝 명곡을 다채롭게 소화했다. 지미 치앙은 자유롭고 유려한 지휘로 목소리의 조화를 이끌어냈다. 마이크와 악보 등 보조장치 없이 온전한 목소리로만 20여곡의 무대를 준비했다는 점 또한 큰 박수를 받아 마땅했다. 엔니오 모리꼬네 ‘넬라 판타지아’, 우크라이나 새해의 노래 ‘슈슈 드리크’, 요한슈트라우스 2세 ‘황제 왈츠’, 오스트리아 민요 ‘나는 슈타이어마르크 남자다’, 영화 매직 스워드 중 ‘기도’ 등이 관객들의 큰 환호를 이끌어냈다. 떨림이 없는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는 객석을 향해 쭉 뻗어나갔으며 합창단원들이 숟가락을 부딪치거나, 젬베와 피아노를 연주하고, 박수를 유도하는 장면 모두 따뜻한 감동을 전했다. 특히 ‘그리운 금강산’이 한국어로 나올 때에는 나지막한 탄성이 흘렀다. 관객 엄덕기 씨는 “어린 친구들의 발성상 소리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소리가 컸고 울림도 좋았다. 오스트리아 친구들이 춘천에서 좋은 소리를 들려줘 고맙다”는 감상을 남겼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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