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도 아닌 바이든이 1위?… 알쏭달쏭한 美선거 [UPDATE 2024]
안녕하세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이번 달 경선을 시작하며 대선 레이스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습니다.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이오와 코커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2연승을 하며 대세론이 굳어지고 있고요. 민주당도 처음 치러진 뉴햄프셔 경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했습니다. 격주로 뉴스레터를 연재하며 지면 제약으로 다루지 못한 대선 관련 심층 뉴스를 전달해드리고 있는데요. 3월부터는 미국 워싱턴DC 현지에서 한국의 정치·안보·경제·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선거의 실황을 중계해드리려 합니다. 우리와는 다른 제도와 규정, 문화 탓에 미국 선거 관련 뉴스를 읽어도 선뜻 이해가가지 않거나 알쏭달쏭한 부분들이 꽤 있으실텐데요. 열번 째 시간인 오늘은 몇가지 궁금해하시는 부분을 문답(Q&A) 형태로 정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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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치러진 민주당 뉴햄프셔 경선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했다. 어떻게 후보 등록도 하지 않은 사람이 1위를 할 수 있나.
“바이든은 2020년 대선 경선 당시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8.4%를 득표해 5위에 그쳤습니다. 이번에는 ‘백인이 압도적 다수인 뉴햄프셔 인구 구성이 미국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다음달 3일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부터 참여한다고 밝혔죠. 경선을 총괄하는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여기에 보조를 맞춰 첫 공식 프라이머리를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변경하려 했는데요. 그러자 주법에 ‘전국에서 가장 먼저 프라이머리를 개최한다’고 돼 있는 뉴햄프주가 강력 반발했습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바이든 대통령 후보 등록 없이 뉴햄프셔에서 민주당의 첫 프라이머리가 치러졌지요. 투표 용지에 ‘바이든’ 이름 석자는 빠졌지만 뉴햄프셔를 비롯한 41개주가 단기명 투표(write-in)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지지하는 후보 이름을 ‘주관식’으로도 써낼 수 있는 것이죠. 트럼프 대세론 속 다른 사람에게 1위 자리를 내줘선 안된다는 위기감을 느낀 바이든 지지자들이 경선을 앞두고 단체로 ‘이름 쓰기’ 운동을 벌였는데 이게 성과를 낸겁니다.” (일부 주에서는 동명이인 문제 등을 방지하기 위해 투표 용지에 이름을 올리지 않더라도 ‘단기명 투표’ 후보로 등록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뉴햄프셔에선 아무런 등록이 필요없고, 대선 출마 선언만으로 요건이 충족된 것으로 봅니다.)
- 지금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는 트럼프와 헤일리 2명이다. 그런데 23일 치러진 공화당 뉴햄프셔 경선 투표 결과를 보면 이미 사퇴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등 20명이 넘게 득표한 것으로 나온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당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도 참여 가능한 프라이머리는 보통 주(州) 정부가 선거를 주관합니다. 뉴햄프셔주는 공고를 통해 지난해 10월 11~27일 양당의 프라이머리 후보 등록을 받았습니다. 양당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접수비 1000달러 등을 내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투표 용지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지요. 이 기간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해 공화당 후보로 뛰고 있던 디샌티스, 펜스 등이 당연히 후보로 등록했고 23일 투표 용지에 이름을 올린겁니다. 또 일부 유권자들이 단기명 투표란에 지지하는 후보를 ‘주관식’으로 써냈기 때문에 트럼프나 헤일리 말고도 20명이 넘는 이름이 나오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2020년 민주당 뉴햄프셔 경선에서도 단기명 투표가 6000개가 넘었는데 이 중 ‘트럼프’라 적혀 있는 투표 용지가 1200여 개나 됐어요.”
- 뉴햄프셔 경선을 보니 전체 투표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왜 어느 투표소는 개표를 먼저 시작해 결과까지 공개하나.
“한국은 법에서 정한 공식 투표 시간이 끝나면 지역별로 투표함을 모아 정해진 시간부터 일괄 개표를 합니다. 하지만 4개의 표준 시간대가 있을 정도로 땅이 넓은 미국에서 개표 방식은 주마다 천차만별인데요. 연방 정부는 선거 수행 방식을 각 주에 거의 일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네바다·몬타나 등 10개주에선 선거 전날에도 접수된 우편 투표를 열어 개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24일 공화당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가장 먼저 투표·개표가 진행된 곳은 유권자가 단 6명에 불과한 산골마을 딕스빌 노치였는데요. 무려 0시부터 투표가 시작됐는데 이는 과거 이 마을의 철도 노동자 등이 출근 전에 투표를 할 수 있게 ‘자정 투표’를 도입했던 전통에서 기인하고 있습니다. 투표 마감시간도 투표소마다 차이가 있는데요. 대부분이 오후 7시까지였지만 일부 투표소는 유권자들이 퇴근 후 투표를 할 수 있게 오후 8시까지 운영됐습니다.”
- 왜 어떤 주는 프라이머리를 하고 어떤 주는 코커스를 하나.
“미국 헌법에는 각 정당이 어떤 방식으로 후보를 선출해야 하는지에 관한 규정이 없습니다. 양당의 지역 지부가 코커스와 프라이머리 중 하나를 채택하는데 결정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다만 한 곳에 모여 토론을 해야 하는 코커스의 경우 시간과 품이 많이 들어가고, 혹한의 추위 같은 날씨가 장애물이 될 수 있어 프라이머리가 더 선호되는 추세입니다. 민주당 경선은 아이오와 등 7개주를 제외한 43개주가 프라이머리를 채택해 유권자 의견을 반영하고 있죠. 물론 어느 방식을 통할지는 각 당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결정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내란 선동을 이유로 트럼프의 대선 출마를 제한하는 판결을 내놓자 공화당 콜로라도당에서는 프라이머리를 코커스 방식으로 바꾸자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코커스의 경우 당원들만 참여하기 때문에 통상 중도층보다는 강성 지지층의 표심이 더 잘 반영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 민주·공화당 대선 후보의 윤곽은 언제쯤 결정되나.
“공화당은 2월 8일 네바다주 코커스가 있고, 이어 사우스 캐롤라이나(24일)·미시건(27일)주 프라이머리가 예정돼있습니다. 햄프셔 경선에서 석패한 니키 헤일리 후보는 “경기가 끝나려면 멀었다”며 경선 완주 의사를 밝혔는데요. 다음달 24일 있을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가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헤일리가 하원의원으로 3선을 하고, 주지사도 두 차례 지낸 ‘정치적 고향’입니다. 여기서도 트럼프에 밀릴 경우 대세를 뒤집기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이네요. 3월 5일에는 양당 모두 15개주에서 경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Super Tuesday)’이 예정돼 있습니다. 돌발 변수가 없는 양당의 대선 후보 윤곽은 이 시기를 넘지 않고 결정될 전망입니다. 민주당의 경우 현직인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이 확실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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