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경기 6실점’ 모래알 수비 어찌하나... 클린스만 “대회 끝나고 질타하라”

허윤수 2024. 1. 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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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 진출국 중 인도네시아와 함께 최다 실점
클린스만 감독 "보완 방법 고민 많이 했다"
오는 31일 오전 1시 사우디와 16강전
축구 대표팀 클린스만 감독이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훈련 전 선수들과 미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클린스만호는 16강 진출 팀 중 인도네시아와 함께 최다 실점 팀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호기롭게 64년 만에 우승을 외친 클린스만호가 모래알과 같은 수비 조직력에 애먹고 있다. 이제 단판 승부가 펼쳐지는 만큼 수비라인을 재정비하지 못하면 더 이상의 전진은 없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오는 31일 오전 1시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을 치른다.

대회 전 대표팀을 향했던 기대감은 이제 우려가 더 크다.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다소 답답한 모습을 보였으나 첫 경기의 부담감 속에 승리라는 결과를 챙겼다는 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요르단과의 2차전부터는 양상이 달랐다. 한 수 아래 요르단을 상대로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역전까지 허용했다. 경기 막판 상대 자책골로 힘겹게 승점 1점을 얻었다.

‘이젠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도 말레이시아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번에도 선제 득점을 지키지 못한 채 역전을 허용했다.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다시 경기를 뒤집었으나 종료 직전 통한의 동점 골을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는 23위. 바레인(86위), 요르단(87위), 말레이시아(130위)보다 월등하게 높았으나 전혀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수비력.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무려 6골을 내줬다. 한 수 아래 국가를 상대로 모두 실점했다. 특히 가장 약체로 꼽히던 말레이시아에 3골을 헌납했다. 말레이시아는 이전 2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이번 대회 참가팀의 통계를 살펴봐도 한국의 수비력은 심각한 수준이다. 3경기 6실점은 16강에 오른 팀 중 인도네시아와 함께 최다 실점이다. 전체 참가국 24개 나라를 봐도 홍콩(7실점), 베트남, 말레이시아(이상 8실점)만이 한국보다 실점이 많다. 모두 조별리그에서 최하위로 탈락했다.

수비진의 가장 큰 문제는 떨어지는 중원 장악력과 조직력이 지적된다.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알아인)가 너무 많은 중원 지역을 도맡으면서 효과적인 1차 저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수비라인은 세부적인 전술 없이 개인 기량에 의존하고 있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혼자 막기란 버거운 게 사실이다.

클린스만 감독도 수비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그는 사우디전을 대비하며 “어떻게 하면 수비를 보완할 수 있을지 고민 많이 했다”라며 “선수들과도 대화를 나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말레이시아전 3실점 중 2실점은 심판 판정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라며 판정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여전히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취재진에게 결승까지 숙박을 연장하라고 말하며 “중요한 건 자신감”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우린 우승하기 위해 이곳에 왔고 목표가 뚜렷하다”라며 “우리 자신을 믿으니 여러분과 같이 믿어 달라. 끝까지 함께 가자”라고 덧붙였다.

클린스만 감독의 말에도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가 가득한 게 사실이다. 그는 “대회가 끝났을 때 우리가 우승하지 못하면 그때 질타해도 좋다. 그걸 감내하는 게 내 일”이라면서 “지금은 우리를 믿고 응원해 달라”라고 말했다.

한국이 16강에서 만날 사우디는 FIFA 랭킹 56위다. 상대 전적에서는 5승 8무 5패로 팽팽한 균형을 이룬다. 사우디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에서 2승 1무 F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3경기에서 4골을 넣었고 1골만 내줬다.

사우디의 사령탑은 명장 로베트토 만치니 감독. 인터밀란(이탈리아),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이탈리아 대표팀을 이끌었다. 지난해 8월 사우디에 부임한 뒤에는 연봉 2,500만 유로(약 361억 원)를 받고 있다. 이번 대회 감독 중 단연 최고 몸값을 자랑한다.

한국은 2005년 8월 이후 약 19년 동안 사우디에 패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에도 조규성(미트윌란)의 결승 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클린스만호 출범 후 6경기 만에 거둔 첫 승리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사우디에 대해 “개인 기량이 좋은 공격수들을 주의해야 할 것”이라며 “토너먼트는 단판 승부고 지면 탈락이다. 이제 매 경기가 결승”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허윤수 (yunspor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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