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이란 이름의 구태정치 [이상돈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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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내홍을 겪고 있고 양당에서 이탈한 의원 등 정치인들은 신당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웬만한 직업과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국회의원 출마를 주저하는 이유도 공천이란 관문 때문이다.
당대표를 선출하는 선거가 치열한 이유도 당대표가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니 공천이란 제도는 퇴폐적인 정당정치의 핵심이다.
의원 보좌진이 의정활동을 보좌하기보다는 지역구에 상주하면서 텃밭을 닦는 이유도 다음 번 공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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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지 못한 공천, 한국 정치의 블랙홀
국회의원들, 임기 내내 다음 공천만 의식
총선 앞둔 탈당과 당적 변경도 공천 때문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내홍을 겪고 있고 양당에서 이탈한 의원 등 정치인들은 신당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총선 때만 되면 이런 혼란이 야기되는 이유는 '공천(公薦)'이란 이름의 구태의연한 제도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양당 공천을 받은 후보를 선호할뿐더러 각 당의 우세 지역에서는 그 정당의 공천이 본선과 마찬가지이기에 공천 경쟁은 생사를 건 싸움이 되고 말았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저마다 시스템 공천을 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을 곧이들을 사람은 없다. 공천을 공정하게 관리한다고 공천관리위원회라는 기구를 두지만 그것이 장식물임에 불과함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각 정당이 후보로 내세우는 공천이 본선거보다 더 중요한 지경에 이르렀으니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이 같은 비정상적 정치가 가능한 이유는 국민 세금으로 양당에 막대한 보조금을 주어 양당의 패권정치를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유권자들은 자기가 낸 세금 때문에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두 정당 후보 중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머슴 신세가 되고 말았다.
웬만한 직업과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국회의원 출마를 주저하는 이유도 공천이란 관문 때문이다. 공천을 받기 위해선 당 지도부에 줄을 대야 한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당대표를 선출하는 선거가 치열한 이유도 당대표가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니 공천이란 제도는 퇴폐적인 정당정치의 핵심이다. 공천권을 갖고 있는 당대표가 되기 위한 당내 선거에서 검은돈을 주고받다가 탈이 난 경우를 우리는 익히 알고 있지만, 수면 위로 드러난 경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경선이란 이름의 상향식 공천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이 과연 신뢰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당내 여론조사 경선에 나서는 정치 신인은 자기를 지지할 사람들을 입당시키고 기존 당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니 버젓한 직업과 경력이 있는 사람은 절대로 할 일이 아니다. 사정이 그러하니 그저 그런 인물들이나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투명하지도 공정하지도 못한 공천 경쟁에 뛰어드는 것이고, 그중에서 국회의원이 나오니 국회의원의 수준은 그 모양 그 꼴이다.
국회의원들은 임기 4년 동안 다음 공천을 염두에 두고 하루하루를 보낸다. 의원들이 터무니없는 법안을 만들어서 제출하는 행태도 법안 제출 건수를 의정활동의 지표로 보기 때문이다. 본회의장에 빈자리가 많아도 의원들이 출석 체크는 열심히 하는 이유도 본회의 출석률이 의정활동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형편없는 당론에 무조건 복종하는 것도 공천을 받기 위함이다. 의원 보좌진이 의정활동을 보좌하기보다는 지역구에 상주하면서 텃밭을 닦는 이유도 다음 번 공천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자신이 몸담았던 정당을 떠나는 의원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그런 현상 역시 공천과 관련이 있다. 소속 정당에서 공천을 받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서 그런 결단을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랜 의원생활을 하면서 상대 정당을 비판해온 정치인이 총선을 앞두고 자기가 비난해온 정당으로 건너가는 모습이나, 한 정당에서 다른 정당으로, 그리고 또 다른 정당을 거쳐 원래 있던 정당으로 360도 서커스하는 진풍경도 공천이 아니곤 설명이 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처럼 결선투표 방식의 프라이머리를 들여와서 한국 정치의 블랙홀 같은 공천 제도를 아예 없애지 않는 한 저질적인 패권정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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