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국 충격의 직무정지 사태… 당혹스러운 KIA,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스프링캠프 출국 이틀 전을 앞두고 KIA에 말 그대로 날벼락이 떨어졌다. 팀 선수단을 이끄는 수장인 김종국 감독을 향한 수사 기관의 수사가 시작됐고, KIA는 고심 끝에 직무정지 처분을 내린 뒤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와중이지만, 야속하게도 시즌 개막까지 남은 시간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KIA 타이거즈는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28일 공식 발표해 야구계를 충격으로 빠뜨렸다. KIA 구단은 ‘지난 25일 김종국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으며, 27일 김종국 감독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를 최종 확인했다’면서 ‘구단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독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 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감독은 최근 검찰로부터 소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혐의인지는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으나 최근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접수된 독립리그 구단 모 인사의 비리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금품 수수와 관련된 의혹을 조사받은 것은 분명해 보이며 KIA는 주위 제보를 통해 이를 확인한 뒤 화들짝 놀라 김 감독과 면담을 진행했다. 김 감독은 이 자리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는 나라에서 조사만으로 의혹을 확정할 수 없다. KIA도 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 이제 막 들어갔고, 사건이 종결된 것이 아닌 만큼 일단 상황을 신중하게 살피는 게 맞는다. 검찰 조사가 시작된 김 감독이 훈련을 지휘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여기에 비행기로만 10시간 넘는 거리에 있는 호주에서 캔버라 캠프를 지휘하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이에 KIA는 김 감독이 캠프를 정상적으로 지휘하기는 여러 측면에서 어렵다는 판단 하에 김 감독의 직무를 정지하고 캠프는 진갑용 수석코치에게 맡겼다.
KIA는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대개 구단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한 보수적인 운영에 나서기 마련인데, 김 감독의 수사는 그 최악의 시나리오에서조차도 상정하지 않은 대형 악재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KIA 관계자는 “수사 초기 단계다. 일단 수사 결과를 계속 지켜보고, 우리도 자체적으로 알아보는 방법을 병행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즉, 김 감독의 수사가 진행되는 건에 대해 KIA도 지금 별다른 정보가 없다는 뜻이다.
일단 KIA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 조사를 받은 만큼 어쨌든 언젠가는 어느 경로를 통해서든 알려질 일이었다. 만약 조사를 받은 뒤 그대로 캠프를 지휘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날 경우 오히려 더 큰 역풍이 불가피했고, 캠프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도 더 컸을 것이다.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출국하게 되겠지만 일단 캠프에서는 분위기를 다잡고 원래 코칭스태프의 구상대로 가는 게 중요하다. 진갑용 수석코치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다만 앞으로 할 수 있는 조치가 마땅치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렇게 해도 문제고, 저렇게 해도 문제다. KIA로서 가장 좋은 건 수사 결과가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빠르게 나오고 어떤 식으로든 종결되는 것이다. 무죄가 확인되고 명예를 확실하게 회복할 수 있을 명분이 있다면 이미지 손상은 있겠지만 지휘봉을 계속 맡기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무죄인 감독을 자를 만한 명분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시즌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면 더 그렇다. KIA가 가장 바랄 만한 시나리오다. 반대로 김 감독에게 죄가 있다면 구단 품위 손상 책임을 물어 해임 절차를 밟으면 된다.
실제 KIA는 지난해 3월 장정석 전 단장의 뒷돈 요구 의혹이 나돌자 진상을 조사한 뒤 곧바로 해임 카드를 꺼내며 발 빠르게 대응했다. 2022년 시즌을 앞두고 단장으로 부임한 장 전 단장은 2022년 시즌 초반 키움과 지명권‧현금‧선수가 낀 대형 트레이드로 주전 포수감인 박동원을 데려왔다. 당시 KIA는 포수진이 문제였고, 박동원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로 뽑혔다.
정작 장 전 단장이 2022년 시즌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을 예정이었던 박동원에게 뒷돈을 요구한 것이 드러나며 문제가 복잡해졌다. 장 전 단장은 농담이었다고 해명했으나 박동원이 프로야구선수협회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농담이 아닐 만한 정황이 더 많았다. 모두가 그렇게 느낄 법한 대화였다. 이를 곧바로 확인한 KIA는 바로 해임 조치를 밟았다. 구단의 품위를 해쳤다는 명목이었다.
그런데 김 감독을 둘러싼 이번 사건은 장 전 단장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는 말도 나온다. 장 전 단장의 죄는 녹취록을 통해 아주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검찰이나 경찰 수사가 끝나지도, 아니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에 바로 해임 절차를 밟고 다음을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의 수사는 KIA가 자체적으로 하기는 어려울 공산이 크다. 금품 의혹이라는 점에서 계좌 등 다양한 곳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KIA는 수사 기관이 아니다. 지금은 김 감독의 진술에 절대 의존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검찰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무죄든, 유죄든 결론은 수사 기관에서 나온다.
문제는 수사 기간이다. 검찰 조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 KBO는 지난해 장 전 단장의 수사를 의뢰했고, 이 수사가 배당까지 됐으나 오랜 시간 동안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KBO가 장 전 단장의 수사를 의뢰한 게 2023년 4월인데 11월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한 것이 공개적인 행보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장 전 단장 수사는 아직도 결론이 나오지 않았고 1년 가까이를 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감독 수사가 별건이 아닌 다른 쪽까지 얽혀 있다면 수사가 결론을 내기까지 시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김 감독 수사도 이렇게 장기화될 경우 KIA는 머리가 복잡해진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서 김 감독의 거취를 결단할 명분은 부족한데 정작 시즌은 그와 무관하게 시작되기 때문이다. 캠프야 코치들이 힘을 합쳐 진행하면 되지만 시즌 운영은 또 다른 문제다. 대행 체제가 너무 길어지는 건 어떤 방면에서든 부작용이 생긴다. 그렇다고 확실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 경질’하고 ‘새 감독을 찾는 것’도 부담스럽다. 경질의 명분이 현시점에서는 부족하고, 적당한 감독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코칭스태프 조각까지 다 끝난 상황에서 외부에서 감독이 올 경우 혼란기가 생길 수밖에 없다.
수사 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KIA의 운신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대한 빨리 나오면 좋겠지만 이건 KIA가 제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KIA가 ‘감독의 최종 거취는 수사 상황을 지켜본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이유다. 수사 진행에서 새롭게 드러나는 정황, 구단 자체적으로 파악하는 진상이 있다면 빠른 결단도 가능해 보인다. 이 사태의 끝이 어찌됐건 올해 도약을 위해 힘차게 캠프를 시작할 예정이었던 KIA는 한숨만 내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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