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규칼럼] 정치적 갈등과 경제 발전

2024. 1. 28.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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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불신·반목 극에 달해
경제 발전 이끌 동력 못 만들어
야 대표 피습에도 정치권 여전
총선, 사회 통합 경쟁의 장 기대

새해 벽두에 제1야당 대표가 습격을 당했다. 마치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과 반목이 집약된 것처럼. 우리는 지금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층간 소음 같은 일상생활에서부터 직장과 학교, 금융 부문, 성별 격차, 세대 간 그리고 정치권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이 갈등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 피습 사건 이후 재발 방지 방안에 관한 논의나 반성은 없었다. 도리어 정쟁이 격화하면서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정치적 갈등은 더욱 증폭되었다. 게다가 선거 일정이 진행되면서 갈등의 골은 한껏 깊어지고 있다. 정치 집단 내에서의 강력한 응집력이 외부적으로는 적개심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 우리 사회는 불신과 반목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종규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사회 구성원 상호 간의 신뢰 수준을 경제학에서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고 부른다. 이는 실물자본, 자연자본, 인적자본, 금융자본 등과 함께 5대 생산요소 중의 하나로 인식된다. 비교적 근래에 등장하였지만 경제 발전의 한계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개념으로 취급된다. 최근 어느 상인의 불량 상품 판매 이후 그 시장 전체의 매출액이 급감한 사례에서 보았듯이 신뢰 형성 여부에 따라 경제적 성과가 크게 달라진다.

지금 우리 경제가 저조한 것도 사회적 갈등의 심화와 연관이 있다. 현재 우리에게는 여타 형태의 자본이 부족하지는 않다. 예컨대 금융자본은 지나치게 많다고 할 정도이다.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사회적 자본이 원활한 경제 활동을 저해하고 그에 따라 성장이 지체되고 있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는 사회적 자본 고갈로 인하여 경제 발전이 한계에 달하였다고 진단할 수 있다. 나아가 사회 통합 없이 우리 경제는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도 도달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기 위한 노력을 나름대로 기울여 왔다. 혈연 학연 지연 등을 억제하고자 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는 소규모 집단의 내부 결속력을 약화하고자 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그 효과는 거의 없었다. 어쩌면 종족 본능에 따라 비슷한 사람들과 동류의식을 느끼는 인지상정이 작용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종전과는 다른 차원의 방안들을 모색해야 하겠다. 좁은 소규모 집단인 ‘우리(we)’를 넘어 ‘남들(others)’과 어울릴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규범 및 가치 등을 형성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방안을 몇 가지 생각해보면 우선 개인 수준에서 윤리 규범을 강화하는 것은 필연으로 보인다. 더불어 국민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한 국가 비전을 새롭게 제시하는 것도 생각해 봄 직하다. 이러한 방안들과는 별도로 각 분야에서 이 문제를 자각하고 실행하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정부가 나서서 사회적 통합을 강제하였다. 그에 비해 지금은 사회 구성원 스스로 규율 인내 등을 기반으로 대승적 차원의 사회적 통합을 추구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에 따라 사회적 신뢰를 형성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사회를 통합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국민 분열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통탄할 일이다. 이제는 정치 분야에서 사회 분열을 조장하고 선동하는 행위는 일체 중단해야 한다. 정치 공학적 의도로 국민을 대상으로 편 가르기, 갈라치기를 서슴지 않는 행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그 대신 건실한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방안들을 제시하고 평가받는 데 진력해야 한다. 다가오는 총선은 사회 통합에 도움이 되는 여러 아이디어가 서로 경합하는 장이 돼야 한다.

나라를 이끌겠다고 나서는 정치인이라면 마땅히 다음과 같이 물어야 한다. “지금 외환위기가 닥친다면 우리 국민이 그때처럼 금 모으기에 기꺼이 동참하겠는가?” 아직도 잔잔하지만 훈훈한 미담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소시민들의 소박한 바람을 정치권은 결코 저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종규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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