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 ‘진수·손·찬’ 골 잔치 만들어낼까

16강 사우디전 ‘뉴레프트’ 예상

한국 축구대표팀 김진수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차두리 코치와 포옹하며 인사하고 있다. 도하 | 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27일 황희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반가움을 표시하고 있다. 도하 | 연합뉴스

“두 선수 돌아왔고 준비돼 있어”
말레이전 교체 투입, 가치 증명
황 왼쪽에 ‘손 톱’ 땐 득점률 업
풀백 비상 속 김진수 복귀도 활력

“(황)희찬이 돌아왔고, (김)진수도 돌아왔다. 우리는 준비돼 있고, 승리에 굶주려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을 앞두고 27일(현지시간) 도하의 알에글라 훈련센터에서 만난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한국이 우승할 것으로 믿고 결승전까지 숙소를 예약해도 되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면서 이렇게 답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믿는 구석은 부상에서 돌아온 공격수 황희찬(28·울버햄프턴), 그리고 왼 풀백 김진수(32·전북)였다.

황희찬과 김진수는 지난 25일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E조 최종전에서 후반 1-2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 교체 투입돼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황희찬은 왼쪽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상대 수비를 끌어내 손흥민(토트넘·아래 사진)과 오현규(셀틱) 등 다른 공격수들이 치고 들어갈 공간을 만들었다. 김진수도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상대 측면 수비를 흔들었다. 경기 막판과 후반 추가시간 잇달아 골이 터지면서 한 점 차 승리 직전까지 갔다. 결국 3-3 무승부로 끝났지만, 말레이시아전에서 보여준 이들의 움직임은 클린스만 감독에게 사우디전 파훼법의 실마리가 될 만하다.

우선 황희찬의 복귀는 조규성(미트윌란)의 부진 속에 손흥민의 원톱 전환 가능성과 맞물려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소속팀에서 왼쪽 윙어에서 스트라이커로 포지션을 변경했는데, 20경기에 나서 벌써 12골을 올렸다.

황희찬의 이번 시즌 득점 감각도 만만치 않다. 2023~2024시즌 20경기에 나서 10골로 EPL 데뷔 후 첫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뒤 아시안컵에 합류했다. 여기에 소속팀에서는 대표팀에서와 달리 스트라이커 자리에 주로 서며 골잡이 본능을 뽐내고 있다. 황희찬과 손흥민이 왼쪽 측면과 중앙에서 서로 수시로 자리를 오가면서 상대 수비 혼란을 유발하고, 높은 결정력으로 마무리까지 해준다면 득점 확률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조별리그 1·2차전 선발로 나섰던 왼 풀백 이기제(수원)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몸 상태가 온전치 못한 상황이어서 김진수가 사우디전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대표팀은 왼쪽 윙어 황희찬, 왼 풀백 김진수 조합으로 이미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번 대회 전 부상만 아니었더라면 일찌감치 가동될 수 있었던 조합이다.

김진수는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쉴 새 없이 공수를 오간다. 공격 성향이 강한 풀백으로 오버래핑은 물론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는 언더래핑도 즐겨한다. 황희찬을 중심으로 왼쪽에서 공격을 전개할 때 추가적인 공격 기회를 제공하고, 상대 수비진을 분산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김진수는 A매치 69경기에 나선 베테랑으로 국제 무대 경험이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김진수와 황희찬의 복귀는 대표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두 선수의 경험과 기술, 그리고 손흥민과의 완벽한 조화는 오는 31일 오전 1시에 열리는 사우디와의 16강전에서 한국 대표팀의 승리를 위한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하 |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