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하면 ‘국민 남매’…‘BTS 팬’도 온 악뮤의 유토피아 [고승희의 리와인드]
26~27일 이틀간 1만 4000명과 만나
[헤럴드경제(인천)=고승희 기자] “아, 사실 팬은 아닌데…. 노래가 너무 좋아서 왔어요. 오늘부터 악뮤 팬 하려고요!”
서울 양천구에 살고 있는 스무 살 김이진 양. 누가 봐도 팬이었다. 심지어 떼창 구간에 등장하는 추임새까지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움직이는게’에서 코러스가 대신해야 하는 “완전 꼬맹이”를 목이 터져라 외쳤고, ‘200%’에서 수현이 “난 스트로베리처럼”이라고 노래를 부르면, ‘베리 베리’라고 화답했다. 그런데도 팬은 아니었다고 한다. “방탄소년단(BTS)을 좋아한다”며 아미(방탄소년단 팬덤)라는 고백. 하지만 “늘 나의 성장 과정에 악뮤가 있었고, 워낙 노래를 좋아해 공연에 꼭 오고 싶었다”며 “라이브로 들으니 더 좋았다”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이쯤하면 ‘국민 남매’다. 초등학교를 입학하지도 않은 대여섯 살 꼬마 팬은 악뮤 응원봉을 들고 “수현이”를 외치고, 함께 온 엄마, 아빠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악뮤와 아이들의 영상을 담기에 바빴다. 남매 듀오의 전국투어 ‘악뮤토피아’ 드레스코드였던 핑크색으로 야무지게 커플룩을 꾸민 20대 커플, 여자친구 손에 이끌려 왔다가 팬이 된 20대 후반 직장인까지…. 악뮤의 앙코르 콘서트 현장은 이들의 성장을 함께 한 오랜 팬부터 악뮤의 노래를 사랑하는 성별과 세대를 불문한 관객들이 어우러졌다.
악뮤는 27~28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전국투어 ‘악뮤토피아’를 열고, 이틀간 약 1만 4000명의 관객과 만났다.
이번 전국투어 ‘악뮤토피아’는 지난 2019∼2020년 ‘항해’ 이후 약 4년 만의 콘서트다. 오랜만에 돌아온 콘서트는 총 17회로 진행, 그간의 아쉬움을 달랠 만큼 충분히 이어졌다.
공연명 ‘악뮤토피아’는 악뮤와 ‘유토피아’를 합친 말이다. 악뮤만이 만들 수 있는 이상향의 세계를 구현한 공연이라는 의미다. 이날의 무대에선 지금의 악뮤가 있기까지 지나온 시간을 더듬었고, 현재의 악뮤를 마주했다. 드라마 형식의 영상을 통해 ‘토끼와 개구리’ 악뮤, ‘국악뮤’, ‘메트릭스 악뮤’, ‘힙합 듀오 악뮤’, ‘뒤바뀐 악뮤’, ‘외계인 악뮤’를 담아내 웃음을 더했다.
남매의 공연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함께 등장하는 법도 없었다. 오빠 이찬혁이 먼저 나와 ‘벤치’(BENCH)를 부르자, 동생 이수현이 등장해 ‘러브 리(Love Lee)’를 시작했다. 지난해 주요 음원 플랫폼 1위를 휩쓸며 도합 126회 이상의 ‘퍼펙트 올킬’을 달성한 곡으로, 국내 최대 음악 플랫폼 멜론 차트에서 최장 기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가볍게 네 곡을 연이어 부른 뒤 마침내 시작한 인사 시간. 이 사랑스러운 듀오는 마음에 있는 듯 없는 듯 하면서도 진심을 담아 서로를 소개했다. 찬혁은 “이 시대 최고의 보컬리스트”라며 동생을, “악뮤의 모든 노래를 작사 작곡하는 이 시대의 살아있는 천재 뮤지션”이라며 오빠를 소개했다.
악뮤는 등장부터 안방 시청자를 사로잡은 국민 남매였다. 몽골에서 날아와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 시즌2’(2013)에 출연한 이들은 ‘라면인건가’, ‘다리꼬지마’와 같은 자작곡을 들려주며 안방 1열의 이모와 삼촌들의 마음을 완전히 훔쳤다. 당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며 YG엔터테인먼트로 향한 악뮤는 2014년 정식 데뷔, 올해로 어느덧 10주년을 맞았다. 그간 내놓은 히트곡은 수도 없고, 지난 10년 사이 악뮤의 삶에도 많은 이야기가 쌓였다. 공연은 그 날들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남매 케미(케미스트리·화학작용)’가 엄청났다. ‘밈’으로 떠돌고, ‘짤’로만 마주하던 찐남매 모먼트가 시시각각 등장했다. ‘낙하’ 무대를 마친 뒤, 선글래스를 낀 수현을 보고 “우리의 시크 공주, 이수현”이라고 말하는 찬혁의 멘트에 ‘선글래스 예찬론’을 펴는 수현은 최고의 재담꾼이었다. “평소 너무 예의없어 보일까봐 선글래스를 잘 안 낀다”는 수현은 “오빠의 설득에 선글래스를 끼고 ‘낙하’ 무대를 했다. 처음엔 세상에 나밖에 없는 것 같고, 여러분들도 잘 안 보여 좋지 않았는데 이제는 눈에 뵈는 것도 없고 마이크도 삐딱하게 잡아야 할 것 같은 게 꽤 좋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악뮤의 지난 10년은 뭉클하고 찬란한 감동이었다. 남매는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관찰하며 노래로 담아냈다. ‘사람들이 움직이는게’ 마냥 신기했을 ‘공룡 꿈에 펄쩍 뛴 어린이’(다이노소어)들은 ‘너는 꼭 살아서, 죽기 살기로 살아서, 내가 있었음을 음악 해줘’(물 만난 물고기)라고 바라는 20대 중후반의 어른이 됐다. 눈 한 번 마주치지 않은 채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냐며 1만 4000명의 관객에게 시간여행을 선물한다. 그 사이 찬혁은 하고 싶은 것은 다 하는 뮤지션으로 성장했고, 수현은 그만의 힘듦을 짊어지고 꿋꿋이 버텨냈다. “동생의 힘듦에 나의 책임도 있다”며 이제 악뮤는 ‘대중적인 음악’을 하겠다고 선언한 오빠의 마음은 애틋하기 그지 없다.
데뷔 음반에 담긴 ‘200%’를 부른 뒤 찬혁은 “10년간 이 노래를 정말 많이 불렀는데도 이렇게 웃으며 따라 불러주시는 걸 볼 때마다 너무나 새롭다”며 “10년을 했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20년은 좀 더 해보겠다”고 말했다. 수현은 “작년에 컴백하며 오랜만에 공연을 했는데, 악뮤토피아는 내 삶에 많은 영향을 준 공연이었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줬다”며 “앞으로 콘서트도 음반도 오래 해먹겠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무려 2시간 25분간 이어진 공연 내내 관객들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공연을 마치고 만난 박순영(45) 씨는 “악동뮤지션일 때부터 지켜보고, 앨범이 나올 때마다 닳도록 들었다”며 “악뮤의 가장 큰 매력은 찬혁 군의 뛰어난 음악성과 수현이의 티없이 맑고 아름다운 보컬이다. 가수가 이렇게 음악을 잘하는데 무엇이 더 필요하겠냐”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린 팬들도 적지 않았다. 언니와 함께 왔다는 고등학교 2학년 이유연 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악뮤를 좋아해 모든 순간마다 악뮤의 노래가 있었다”며 “수현이 언니를 보며 저렇게 노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 실용음악과 입시를 준비 중이다. 언젠가는 같은 무대에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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