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세 보파나 ‘역대 최고령’ 메이저 품었다
상대 서브 리턴이 떠오르자, 로한 보파나(43·인도·사진)가 강한 스매시로 내리 찍고는 그대로 코트에 누웠다. 보파나가 생애 첫 메이저 복식 타이틀을 역대 최고령으로 따냈다.
매슈 에브덴(호주)과 한 조를 이룬 보파나는 27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대회 호주오픈(총상금 8650만호주달러·약 761억원) 남자 복식 결승에서 시모네 볼렐리-안드레아 바바소리(이상 이탈리아) 조를 2-0(7-6<7-0> 7-5)으로 제압했다.
192㎝의 큰 키지만 테니스 선수 같지 않은 희끗희끗한 턱수염에 옆집 아저씨 같은 체형의 베테랑 보파나가 메이저대회 남자 복식에서 ‘60전61기’로 처음 정상에 올랐다. 16년 전인 2008년 호주오픈 남자 복식을 통해 메이저대회 데뷔전을 치른 보파나는 2010년과 2023년 US오픈 남자 복식 준우승이 그동안 최고 성적이었다. 보파나는 2022년 프랑스오픈에서 장 쥘리앵 로저(프랑스)가 40세에 달성한 최고령 메이저대회 남자 복식 우승을 뛰어넘었다. 또 이번 우승으로 생애 처음 남자 복식 세계 랭킹 1위에도 오른다. 보파나는 세계 랭킹이 발표되는 29일을 기준으로 43세 331일에 처음 남자 복식 세계 1위가 된다.
보파나는 시상식에서 관중석을 향해 “제가 몇 살인지 다들 아시죠”라고 물은 뒤 “저는 그걸 조금 바꿔서 말씀드리겠다. 저는 나이 43세가 아니고 레벨 43등급”이라고 말해 베테랑의 여유를 보였다. 보파나는 “나는 몇년 전에 5개월 동안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다. 그것이 내 여정의 끝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인내심으로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좋은 파트너를 만났다”며 에브덴에게 감사를 전했다.
보파나는 지난해 초부터 호흡을 맞춘 에브덴과 함께 역사를 쓰고 있다. 에브덴은 보파나가 19번째 호흡을 맞춘 파트너인데, 그와 함께 최고령 마스터스 챔피언, 최고령 그랜드슬램 결승 진출자, 최고령 ATP 파이널 우승 등 수많은 기록을 작성했다. 에브덴은 보파나에 대해 “그는 젊은 마음을 가졌고, 챔피언이자 전사”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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