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붕어빵 1개 4000원? 상인들 “왜 우리만 갖고 그러냐” [밀착취재]
가격표 있으나 여전히 비싼 가격·인상도
탕후루 5천원…남대문시장 등 비해 2배
명동상인들 “비싼 가격만 부각돼 아쉬워”
서울 명동 노점 음식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자 상인들은 “고물가 속 다른 지역 노점들도 많이 올랐다”며 ‘바가지요금’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논란이 된 ‘1개 4000원’ 붕어빵도 일반 붕어빵과는 아예 다른 디저트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과 한국인 대다수는 여전히 다른 시장 대비 체감 물가가 비싸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실제 몇몇 노점은 지난해 말 슬그머니 가격을 인상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형형색색 다양한 음식에도 소비자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직장인 심모씨는 “인근 남대문시장 등 다른 시장 가격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더 비싸다. 얼마 전 논란이 된 퓨전 붕어빵도 다른 곳에선 4개 1만원에 판매되는 걸 봤다. 탕후루도 2배 가까이 비싼 것 같다”며 “두세개만 사먹어도 2만원이 훌쩍 넘어가니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가족과 관광 왔다는 한 태국인도 “태국 야시장에도 여기서 파는 것과 유사한 고급 붕어빵을 파는데 한국 돈으로 개당 2000원 정도”라며 “다른 관광지랑 비슷해 특색은 많지 않은데 가격은 훨씬 높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에스토니아 출신의 한 유학생이 유튜브를 통해 “1개당 4000원짜리 명동 붕어빵 물가에 너무 놀랐다”는 내용의 영상을 게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실제 명동 노점의 음식 가격을 살펴본 결과 평균 5000원 수준으로, 개당 1만원이나 2만원에 판매되는 음식들도 있었다. 어묵꼬치 1개당 2000원, 크루아상 붕어빵 4000원, 회오리감자 5000원, 탕후루 5000원, 닭꼬치 5000원, 꼬마김밥 6개당 6000원 등이었다. 이보다 가격대가 높은 음식 중 코코넛 새우튀김은 1만원, 오징어구이는 1만2000원, 스테이크 1만5000원, 랍스터구이 2만원 등에 판매되고 있었다. 인근 남대문시장에서는 어묵꼬치 1개당 1000원, 닭꼬치 등 꼬치류 3000원, 오징어구이는 1만원선 등 명동보다 저렴한 가격에 형성돼 있었다.
지난해 7월 바가지요금 논란이 커지자 상인들이 의견을 모아 관광객 인기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을 내리는 등 자발적 노력에 나섰으나, 6개월이 흐른 지금 큰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시민들 주된 의견이었다. 가격 인하 품목이 제한적이고 참여 노점이 적었을뿐더러 지난해 말 다시 가격을 인상한 노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와 구청에서도 가격표시제를 권하고 있지만 가격을 깎을 강제력은 없다. 표시된 가격보다 초과 징수할 경우 불법이지만, 상품을 비싸게 판매하는 것 자체가 법에 어긋나지는 않는다. 더욱이 명동 거리 노점상들은 거리가게 운영 규정을 적용받아 가격을 표시하지 않아도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 중구청 관계자는 “노점상들이 높은 가격을 받더라도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지만 합리적 가격을 권고하고 있다”며 “안내된 가격보다 더 받는 등의 바가지 행위에 대해서는 꾸준히 단속 중”이라고 전했다.
계속되는 논란에 명동 노점상들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분식을 판매하는 한 노점상은 “매년 물가가 오르는데 판매 가격이 조금씩 인상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다른 일반 음식점과 이곳을 같은 선상에서 판단하면 안 된다. 하도 논란이 되니 다들 상황이 어려워도 인상을 못하고 있다. 인상하더라도 개수를 늘리는 등 양심적으로 장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논란이 된 ‘1개 4000원’ 붕어빵을 판매 중인 한 노점상은 “‘크루아상 붕어빵’이라고 해서 안에 치즈나 초코 등이 들어가는 퓨전 붕어빵이라 일반 붕어빵보다 당연히 비싸다”며 “들어가는 원재료나 만드는 방식 자체가 다른데 그냥 가격만 부각이 돼 논란이 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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