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너 어디서 온거야?”… 부산 전역에서 들개 ‘으르렁’
서식 범위·개체 수 파악 어려워
유기견 줄여야 들개도 줄어들어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황령산 출신의 노루예요. 오랫동안 산에서 살았죠. 황령산에서만 살았던 건 아니고요. 부산 이곳저곳의 다른 산으로 놀러 가서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어요. 옆동네 산에서 때때로 들개와 마주치는 일도 생기곤 했었는데요. 산마다 들개가 꽤 많이 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난 22일 부산시민공원 일대에 들개 1마리가 출몰해 부산진구가 안전문자를 발송하며 주의를 당부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 들개는 지난달부터 공원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지난 3일에는 사람 얼굴을 물어 50바늘을 꿰매야 할 정도로 다치게 하는 사고까지 일으켰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들개가 부산진구에서만 어슬렁거리는 건 아닙니다. 부산지역 곳곳에서 들개 출몰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실정이예요. 최근 3년간 부산시 들개 포획 건수는 ▷2021년 298마리 ▷2022년 331마리 ▷지난해 377마리로 꾸준히 증가해왔습니다. 지역별로 지난해 포획된 들개는 ▷사하구 100마리 ▷강서구 48마리 ▷기장군 43마리 ▷서구 40마리 ▷북구 34마리 ▷금정구 31마리 ▷남구 16마리 ▷연제구 15마리 ▷동래구 13마리 ▷영도구 11마리 ▷사상구 9마리 ▷해운대구 9마리 ▷수영구 7마리 ▷동구 1마리였습니다. 들개는 일정한 서식지가 없고, 산길을 따라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때문에 포획이 어려운 편입니다. 정확한 개체 수조차 파악하기 힘들죠.
들개가 처음부터 야생에서 길러진 건 아니라고 해요. 구·군 관계자가 전해준 들개 발생 원인을 한번 보실까요. “사람의 손에 길러지다 유기된 개가 들개가 됩니다. 시골에서 줄에 묶이지 않은 채 키워지던 개가 집을 나가서 들개가 되기도 하고요. 들개끼리 번식을 해 태어난 새끼도 들개가 됩니다.” 사하구 관계자는 “최초의 들개는 사람 손에 키워지다 유기된 개들이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한다”라고 전했습니다.
보통 소형견은 야생에서 살아남기도 힘들고, 혼자 돌아다니고 있으면 ‘유기견이 있다’고 동물보호센터에 신고가 들어가기 때문에 들개가 되지 않는데요. 야생에서도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중형견 이상 크기의 개가 주로 들개가 됩니다. 들개가 도심에서 활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주로 야산과 주택가 인근, 재개발 지역 등에 출몰합니다. 쓰레기를 뒤지거나, 농작물을 파먹기 위해 밭을 해치는 등의 피해를 끼치죠.
‘들개가 출몰했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지자체와 연계된 업체가 출동한 뒤 포획틀을 설치해 잡습니다. 포획한 들개는 시나 구·군이 위탁하는 동물보호센터로 옮겨진 후 법정 공고 기간 10일이 지나면 안락사 처리됩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들개였던 아이들은 작은 소형견도 아니고, 입양까지는 가기 힘들기 때문에 안락사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현장에 나가보면 이 말이 사실이란 걸 알 수 있어요. 대부분 키우던 개들이 사람 손길을 벗어나면서 야생화되고, 들개가 된 경우가 많습니다. 버려진 개들이 있을 수도 있고, 키우던 개들이 집을 나가서 들개가 되기도 하죠. 그러니까 들개를 없애기 위해서는 집에서 기르던 개가 유기견이 되는 것을 방지해야 하는 겁니다.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유기견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이고, 하나는 시골에 있는 개들을 중성화 시키는 방안입니다.
“유기견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동물 등록제’ 시행을 통해 개들의 주인이 누군지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혹시 나중에 들개로 발견돼도 주인이 누군지 찾아서 과태료를 부과하고 법적 책임을 물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 시골의 개들을 중성화 시켜 나중에 들개가 되더라도 다음 세대로 이어질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유기견과 들개들을 점점 줄여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관리를 하면 들개가 줄어들 겁니다.“ 제주대 윤영민(수의과대학) 부설동물병원장의 설명입니다. 윤 원장은 들개를 포획해 보호소에서 관리를 하는 것도 들개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조언했습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