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덕희’ 라미란 “히어로물 아닌 개인 자존감 대한 영화”[인터뷰]

보이스피싱 총책 잡으러 나선 피해자 이야기
“덕희와 어울린다 생각…영화 현실성에 중점”

[쇼박스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제가 덕희라는 인물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덕희라는 인물 자체가 너무나 평범하고 이웃에 있을 법한 인물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저와 가장 비슷하지 않나 생각해요. 관객들도 절 평범함의 대명사처럼 봐주는 것 같고, 실제로 그렇기도 해요.”

배우 라미란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영화 ‘시민덕희’의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이같이 밝혔다.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인 덕희에게 사기 친 조직원이 구조 요청을 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추적극을 그린다. 라미란은 영화에서 주인공인 덕희를 맡았다. 영화는 지난 24일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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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지난 2016년 경기도 화성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김성자 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경찰에 제공해 총책을 잡는데 기여했다.

다만 보이스피싱 총책을 잡으러 중국을 가는 이야기 등 영화의 일부는 영화적 재미를 위해 더해진 허구 장치다. 때문에 라미란은 영화의 현실성을 살리는데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실화다 보니 현실성에 발을 붙여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제보를 경찰에 전달하는 것과 덕희가 직접 친구들과 중국에 가는 것은 다르잖아요. 그래도 현실에서 그럴 법하다는 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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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라미란 주변에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적지 않아 이들의 경험담이 영화 준비에 도움이 됐다고.

“주변에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많아요. 최근엔 이 영화를 얘기하니까 ‘나도 피해 입었다’는 얘기도 많았어요. 보이스피싱 범죄가 너무 무섭게 진화하고 있다 보니 경험담을 구하기 어렵지 않았어요. 그래도 영화를 촬영할 땐 최대한 덕희 입장에만 주력하며 작업했죠.”

라미란은 영화 시사회날 처음으로 실제 피해자인 김성자 씨를 만나기도 했다.

“그 분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에요. 그때 당시에 너무 억울했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보니 정말 강단이 있으시고 용기가 있으셨어요. 제가 덕희였다면 그 제보를 받았어도 경찰에 알려주기만 하고, 추가 피해자를 찾는 등 김성자 씨처럼 더 이상 매달릴 순 없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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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박영주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앞서 박 감독은 ‘선희와 슬기’(2019) 등 중·단편을 연출한 바 있다. 라미란은 박 감독의 첫 상업 연출작인 만큼 걱정이 앞섰지만 기우에 불과했다고 털어놨다.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땐 너무 소녀소녀한 학생 같았어요. 감독님이 현장에서 위축될까봐 걱정했는데 전혀 그런 게 없었어요. 현장에서 카리스마 넘쳤죠. 감독님이 야무지게 하는 모습을 보고 나이나 경력이 중요한 게 아니구나 생각했어요.”

영화에서 덕희가 중국에서 보이스피싱 총책을 잡는 과정은 그를 시민 히어로로 만든다. 그러나 라미란은 영화가 히어로물이 아닌 개인의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덕희가 영웅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본인의 억울함이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시민의식보단 개인적인 동기로 용감하게 행동하죠. 전 영화가 개인의 자존감에 대한 영화라고 봐요. 덕희가 제보를 통해 스스로 설 수 있는 계기가 됐죠. 개인 덕희의 홀로서기의 과정이 카타르시스를 주는 지점이에요.”

ren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