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 길 뚝…급식노동자엔 ‘두려운 방학’
학교장 ‘눈치’에 겸업 신청 자체를 꺼려…대출로 버티기도
“일 년 중 두 달간 월급을 못 받는데 아르바이트조차 막으면 생계유지는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경기 성남의 한 학교에서 급식노동자로 일하는 김가영씨(51·가명)는 학교가 방학만 하면 생계가 막막해진다. 급식노동자들은 학교 방학 동안 임금이 없고, 대신 50만원가량의 별도 상여금만 받기 때문이다.
김씨는 28일 “노동자들의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다. 일하는 날만 받는 일당 개념이어서 3년 차 기준 하루 10만원 수준”이라며 “연차가 쌓여도 2만~3만원 더 받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방학 때 편의점 아르바이트라도 하려고 학교에 겸업 허가를 받으려고 했는데 승인해주지 않더라”면서 “이유는 만약 다치면 안 그래도 구하기 힘든 인력이 비는 것 아니냐 것이었다”고 했다.
이어 “결국 신고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곳(4대 보험 미적용 사업장)을 찾다 보니 조건이 안 좋은 일자리를 알아봐야 한다”며 “급식노동이 고강도·저임금 구조여서 구인이 힘든 것인데, 이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노동자들에게 그 책임을 돌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학교 급식노동자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방학 중 아르바이트라도 하겠다는 노동자들을 학교가 인정해주지 않고 있어서다. 현재 교육청은 급식노동자들에 대해서도 겸직을 불허해 방학 중 아르바이트를 하려면 학교장으로부터 별도로 겸직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에 따르면 이달 11~14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3314명 중 2910명(87.8% )은 김씨의 사례처럼 ‘방학 중 근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실제로 학교에 겸업허가서를 제출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247명에 불과했다.
학교장들이 승인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애초부터 신청하지 않은 것이다. 이마저도 승인된 경우는 158명(64%)에 그쳤다. 불승인한 사유로는 ‘(타 직장 산업재해로) 급식에 지장이 있을까봐’ ‘근로자 건강유지’ ‘세금’ 등이었다.
응답자들은 ‘방학 중 무임금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다른 가족의 월급으로 생계유지’(1510명, 45.6%)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이어 ‘신용카드 할부’(686명, 20.7%), 통장에 모아둔 돈(636명, 19.2%) 등이 뒤를 이었다. 대출을 받는다는 응답도 286명(8.6%)이나 있었다.
고지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 사무처장은 “공무원들의 겸직을 금지한 것은 공직에 있으면서 취득한 정보를 누설하지 못하게 하는 목적”이라며 “이런 조항을 급식노동자와 같은 교육공무직에도 적용한 것은 문제다. 급식실에서 누설할 정보가 무엇이 있느냐”고 했다. 이어 “급식노동자들의 월급을 아직도 반찬값, 아이들 학원비 정도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라며 “급식노동자들도 생활을 책임지는 가정 경제활동의 주체인 만큼 겸업 허용 등 생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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