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전에 전쟁 끝내야”…‘인내심 한계’ 바이든, 네타냐후에 불만 토로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4. 1. 28.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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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 =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 내외의 거센 압박에 직면했다. 전쟁 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 유력 인사들 다수가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서한을 이스라엘 대통령과 의회에 공식 제출했다. ‘두 국가 해법’을 두고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불만을 토로하는 장면도 포착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내외 담당 정보기관의 전직 국장 4명, 이스라엘군 전 참모총장 2명, 노벨상 수상자 3명 등 43명은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아미르 오하나 크네세트(의회) 의장에게 총리를 교체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했다. 오하나 의장은 의원들에게 서한을 배포했다.

이스라엘의 유력 인사들 다수가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정부와 의회에 문서 형식으로 공식 전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실정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게 기습할 수 있는 빌미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법부 무력화’ 개정을 문제삼았다.

지난해 10월7일 전쟁 발발 직전, 이스라엘은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있었다. 사법부의 행정부 견제 기능을 삭제하는 내용의 입법을 통과시킨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반대 시위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부가 정부의 주요 결정을 들여다보고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되면 이를 뒤집을 수 있도록 보장한 조항을 삭제했다.

서한 공동 작성자들은 “이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도자들은 네타냐후가 이스라엘을 불안정하게 하는 과정을 명확히 봤고 이스라엘 안보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기회를 포착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내부시위도 점차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20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는 시민 수천 명이 모여 네타냐후 총리 퇴진을 위한 조기 총선을 요구했다.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의 가족들을 중심으로 인질 석방을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네타냐후 총리 집 앞에서는 최근 단식 농성도 시작됐다.

이스라엘 매체 채널13이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장 선거가 실시될 경우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제1당 리쿠드당은 제2당으로 밀려난다. 제1당은 전쟁 내각의 일원이지만 네타냐후와 달리 ‘온건 우파’라는 평가를 받는 베니 간츠 전 이스라엘 참모총장의 국민통합당이 된다.

이스라엘의 최대 우방 미국도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26일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약 한 달 만의 통화에서 전쟁을 오래 끌고 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11월 대선 전에 전쟁을 끝내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열망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의 ‘마이 웨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 궁지에 몰리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수차례 이스라엘에 파견해 ‘저강도 전쟁으로의 완화’와 ‘인도주의’를 강조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매번 사실상 퇴짜를 놨다. 그럴 때마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력에 금이 갔다. 아랍계의 표심도 무시할 수 없고, 민주당 내에 네타냐후 반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에서의 비판과 압박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노선을 변경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27일 집단학살 방지를 촉구한 국제사법재판소(ICJ)를 향해 하마스야말로 집단학살을 자행한 집단이라면서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ICJ의 사건 심리 준비 상태는 많은 사람들이 홀로코스트(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의한 유대인 집단학살)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했음을 증명한다”며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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