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습 배현진 의원 동선 ‘미리 알았나, 전혀 몰랐나’ 수사 초점
경찰, 계획범죄 단서 못 찾아…SNS 인신공격 ‘과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피습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범행 동기와 계획·공범 여부 등을 놓고 범행 실체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5일 배 의원을 공격했다 체포된 중학생 A군(15)에 대해서는 불구속 수사를 하기로 하고 A군 측으로부터 임의제출 받은 휴대전화 속 메시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용, 또 인터넷 조회기록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 내역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A군의 범행 동기를 밝혀내는 데 초점을 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계획적 범죄로 판단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A군은 경찰 조사에서 ‘연예인 사인을 받으려 기다리다 배 의원을 만나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에 사용한 돌덩이도 평소 가지고 다닌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A군이 배 의원에게 본인 여부를 재차 확인한 점 등을 통해 계획범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23일 만에 벌어진 정치인 대상 범죄라는 점에서 모방범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A군이 지난해 12월 이 대표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찍은 영상을 같은 학교 학생들이 모여있는 단체 대화방에 공유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경찰은 A군의 SNS 이용내역을 살펴보는 등 관련 의혹의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다.
배 의원은 사건 발생 당시 비공개 개인 일정을 위해 서울 강남구의 건물을 찾았다. 중학생인 A군이 배 의원의 개인 일정을 미리 알고 접근했는지, 미리 알았다면 어떻게 해당 정보를 입수했는지 여부 등은 수사로 밝혀져야 할 의문점인 동시에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 일정을 미리 알아냈다면 계획범죄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고 이에 따라 형량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현재 수사단계에서는 범죄에 계획성이 있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A군의 휴대전화나 동선 등을 따져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체포 이후 응급입원을 한 A군의 입원 기간은 오는 30일까지다. 응급입원은 정신질환이 있다고 추정되는 자 중 자해 또는 타해 위험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의료기관에 입원하는 조치로, 최장 72시간까지 입원할 수 있다. 단 72시간 이후에도 의사 판단과 보호자 동의를 얻어 보호입원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A군이 보호입원할 경우 병원에서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A군의 정신질환 여부가 형량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황태정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경은 요즘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정치인 테러는 상징적인 의미가 커서 단순히 보호처분 정도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성인이라면 큰 감경 사유가 되지 않겠지만 미성년자라서 참작 사유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배 의원 피습 사건 이후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 대표 피습 때와 배 의원 때 경찰의 대처가 다르다” “범인 뒤에 특정 세력이 있는 것은 아니냐” 등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인신공격성 발언이 쏟아졌다. 정당 지지자들 간 분쟁으로 불똥이 옮겨간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극화의 골이 깊다 보니 이런 의혹들이 제기되는 것”이라며 “사회 전체에 혐오와 불신이 팽배해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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