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충돌’, 한동훈 호감도만 올려…당 지지율은 정체 ‘괴리’
‘김건희 대응’ 차별화·사퇴 거부 주효…공천 문제는 당 부담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 이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지지율)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을 상회하는 현상이 이어졌다. ‘윤·한’ 격차가 20%포인트까지 벌어진 조사 결과도 나왔다. 김건희 여사 뇌물수수 의혹 관련 대응에서 윤 대통령과 미묘하게 차별화한 점, 사퇴 요구를 버텨낸 점 등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의 갈등이 지난 23일 이른바 ‘서천 회동’으로 봉합된 이후 여론조사상 흐름은 뚜렷하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정체된 사이 한 위원장만 호의적 여론을 얻는 소위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3~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에게 한 위원장이 ‘당 대표로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52%가 긍정, 40%가 부정 평가했다.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31%로 전주 대비 1%포인트 하락했고, 부정 평가는 5%포인트 오른 63%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지난해 4월 4주차 조사에서 63%가 나온 이후 약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2~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서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는 47%, ‘잘못하고 있다’는 40%였다. 반면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1%로 나타났다. 2주 전 조사보다 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61%로 변동이 없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늘어난 것은 김 여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로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로 김 여사 문제를 꼽은 비율이 지난주 2%에서 9%로 7%포인트 올랐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에서 김 여사가 최초로 언급된 2022년 6월 중순 이후 비율이 5%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반면 한 위원장은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두고 윤 대통령과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호의적 여론을 이끌어냈다. 한 위원장은 지난 19일 “국민들께서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윤 대통령의 사퇴 요구를 일축하면서 ‘윤 대통령 아바타’라는 인식도 일부 깨뜨렸다. 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28일 기자와 통화하며 “당정관계가 너무 수직적으로 보였기 때문에 갈등을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것일 수 있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가 당 지지율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숙제다. 임시 봉합해둔 김 여사 의혹 관련 대응 문제가 총선 과정 내내 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의 갈등 이후 김 여사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공천에서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소위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을 등에 업은 대통령실·내각 출신 친윤 인사들과 ‘한심’(한 위원장의 의중) 인사들이 공천 과정에서 마찰음을 낼 수 있다. 전초전이었던 김경율 비대위원 서울 마포을 ‘사천’ 논란도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았다.
한국갤럽 조사는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6.7%다. NBS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17.7%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문광호·이두리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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