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이태원특별법’ 이르면 30일 거부권 행사
쌍특검 이어 9번째 ‘역대 최다’
정부, 유가족 지원책 발표 검토
야당 “국민 용서하지 않을 것”
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30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취임 1년8개월여 만에 9번째가 된다. 야당은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8일 통화에서 “확정은 아니나 30일 국무회의에 이태원특별법 재의요구안이 안건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다음달 초 별도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은 통상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안이 의결된 당일 이를 재가하는 형식으로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윤 대통령은 다음달 3일 전까지 이 법안을 공포하거나 거부해야 한다. 정부는 진상조사를 받아들이지 않는 대신 유가족 지원 강화 방안 발표를 검토하고 있다. 조만간 발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원특별법은 지난 9일 국민의힘의 표결 불참 속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설치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국민의힘은 특조위원 11명 중 국민의힘이 4명, 민주당이 4명, 국회의장이 관련 단체와 협의해 3명을 각각 추천하도록 한 조항에 반발했다. 또 특조위가 불송치됐거나 수사가 중지된 사건 기록까지 열람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독소조항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상태다.
윤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취임 1년8개월여 만에 9번째가 된다.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특검) 도입법,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취임한 대통령 중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기록을 남기게 됐다.
국회 재표결서 여당 113명 모두 반대하면 법안 폐기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이미 윤 대통령은 배우자의 범죄와 비리 의혹을 비호하기 위해 김건희 특검법을 거부했는데, 또다시 국민 159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거부한다면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법안 재의를 요구하면 국회는 재표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회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113석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반대하면 법안은 폐기된다.
다만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을 언제까지 표결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윤 대통령이 지난 5일 거부권을 행사한 쌍특검법(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도 아직 재표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태원특별법과 쌍특검법을 설 연휴 이후 동시에 재표결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의힘은 4·10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태원특별법과 쌍특검법을 재표결하기 부담스러운 처지다. 다음달 1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하려 하거나, 재표결 시점을 총선 이후로 미루려 할 가능성이 있다. 이태원 참사 주무 부처 수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본회의에 출석해 재의 요구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것도 국민의힘에 부담이 된다.
김윤나영·유정인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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