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떨어지자 말 싹 바꾼 바이든…트럼프처럼 “불법이민 막겠다”
‘성난 백인들’ 표심 연일 자극
여론조사에서 계속 밀리자
바이든도 강경론으로 선회
의회에 “국경닫을 권한 달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지난해 12월 신규 이민자는 30만2000명이었는데 이는 역대 최다 기록”이라며 “우리 국경은 우리를 파괴하는 ‘대량살상무기’가 됐다”고 썼다.
이어 “역사상 최고의 국경이던 것이 역사상 최악의 국경이 됐다. 이 모든 것이 단 3년만에 일어났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달 중순 뉴햄프셔주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도 “이민자가 우리나라의 피를 오염시킨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국경과 이민 정책은 이민자가 급증하면서 이번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국과 멕시코의 남서부 국경에서 지난해 하루 평균 불법 이민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서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성난 백인들’이 불만을 표시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의 이민과 국경 정책은 최악의 평가를 받고 있는 반면, 트럼프는 더 신뢰할 수 있는 후보로 꼽히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추진했던 국경 장벽 건설 정책을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취임 직후 중단시켰고, 일부 이슬람 국가 이민자 유입을 제한하는 행정명령도 뒤집은 것을 재조명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뒤처지며 위기에 처한 바이든 대통령도 그동안 유화적이었던 이민과 국경 정책 기조를 뒤집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26일 미국에 난민이 너무 많이 몰려들 때 국경을 닫아 이들을 돌려보낼 수 있는 긴급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상원에서 초당적으로 통과해 달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상원에서 논의 중인 법안이 통과된다면 지금까지 미국에서 있었던 국경 보안 개혁안 중 가장 강력하고 공정한 법안이 될 것”이라고 “이 법안은 대통령으로서 국경이 넘쳐날 때 닫을 수 있는 비상 권한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상 권한이 주어진다며 나는 법안에 서명하는 당일 그것을 이용할 것”이라며 “국경 위기를 진지하게 여긴다면 초당적으로 법안을 통과시켜달라”라고 요청했다.
논의 중인 법안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부는 불법 이민자가 일주일 동안 하루 평균 4000명을 넘어서면 국경을 폐쇄할 수 있는 비상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고 CNN은 설명했다. 국경이 폐쇄된 상태에서 두 번 이상 국경을 넘으려고 시도하면 1년 동안 미국 입국이 금지된다.
민주당 상원과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은 지난 몇 주동안 이 법안을 공화당 반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관련법과 연계하는 협상을 진행해왔다.
그동안 유화적인 이민 정책을 고수하던 바이든 대통령이 갑자기 강경책으로 돌아선 것은 민주당 소속 대통령으로서는 놀라운 변화로, 재선을 노리는 그에게 국경과 이민 문제가 얼마나 시급한지를 보여준다고 WP는 평가했다.
공화당 소속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의 법안 통과 없이도 불법 이민자 수를 줄일 수 있다고 27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비난했다.
존스 하원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자의 가석방 권한 남용을 중단하고 멕시코 잔류 프로그램을 복구하며, 국경장벽 건설을 재개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국경을 지킬 수 있다”며 “그는 자신이 만든 재앙을 되돌리기 위해 즉시 행정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27일 내달 첫 공식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찾아 흑인 표심 공략에 나섰다.
그는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현지 민주당 주최 모금 만찬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 사람들이 없었다면 나는 여기에 있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여러분이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패배자로 만든 이유고, 다시 한번 그를 이기게 해줄 이유”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대선 경선 때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승리하면서 초기 판세를 뒤집고 민주당 후보가 된 바 있다.
전통적인 공화당 우세 지역으로 대선 본선에서는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찾은 것은 흑인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해 흑인 유권자의 지지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번에는 열기가 예전과 같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민주당 유권자 중 다수는 흑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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