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사람 사고파는 계절노동자제
농어촌 지역의 만성적인 인력난 해소를 목적으로 농번기에 외국인 노동자를 잠깐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계절노동자’ 정책이 있다. 계절노동자들은 3개월이라는 매우 짧은 기간 국내에서 일한 뒤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는 초단기간 외국인력 정책으로 설계되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정책으로 법무부 등 정부 부처로 구성된 배정심사협의회에서 지자체별 인원만 정해주고, 그 이후부터는 각 지자체에서 알아서 인력을 모집하고 관리한다.
전문가들은 계절노동자 정책 초기부터 이런 민간송출 방식의 초단기 순환형 인력정책의 위험성을 지적해 왔다. 외국인 노동자가 오직 취업을 목적으로 한국에 입국해 3개월 동안만 일하고 돌아가는 정책은 외국인력이 어떤 과정을 거쳐 입국하는지 현실을 전혀 모르거나 알면서도 외면하는 무책임한 정책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는 인권을 침해하는 강제력을 동원한다. 출국을 담보하기 위해 여권을 빼앗거나, 거액의 보증금을 납부토록 하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기존 고용허가제 농어촌 외국인 노동자에게 발생했던 저임금 장시간 노동, 임금체불, 열악한 주거환경 등 노동권이 침해되는 현실은 짧은 기간이 지나면 출국해야 하는 계절노동자들에게 더 빈번히 일어날 것이라 경고했다. 그때마다 법무부는 계절노동자 제도는 한시적·예외적 정책이며, 기존에 정착한 다문화가족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하므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자신해 왔다. 실제 정부는 시범사업 동안 이탈률이 제로(0%)라거나, 다문화가족의 친척들이 오랜만에 서로 만날 수 있었다는 미담 사례를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그사이 계절노동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22년 1만9718명이었다가 2023년 4만647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전국 131개 지자체에 4만9286명이 배정되어 작년 같은 기간(2만7778명)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 숫자로만 보면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규모를 넘어섰다. 체류 기간도 3개월에서 5개월로 늘었고, 작년 6월부터 최대 8개월까지 연장되었다. 지자체별 유치경쟁이 심해지면서 농어촌 지역 외국인력 유입의 주된 경로로 자리 잡고 있다.
우려했던 문제점도 드러났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계절노동자로 입국해 이탈한 노동자는 1151명으로 증가했고, 이탈률도 10%였다. 제도 밖으로 도망치는 노동자가 느는 원인은 과도한 송출 비용과 열악한 처우. 얼마 전 YTN 보도에 따르면 필리핀, 베트남, 네팔 등 국가에서 기존 다문화가족의 친·인척이 아닌 인력송출 브로커를 통해 대부분 계절노동자를 모집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과도한 수수료를 받고 있다. 장시간 노동으로 열사병에 걸려 사망하거나, 폭행과 성추행 피해를 당한 계절노동자도 있었다. 한 농가에선 일 없을 때 노동자를 근처 공사장에 보내 일을 시켰다. 현대판 인신매매와 노동착취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 계절 잠깐 사람을 수입해 쓰고 보낼 수 있다는 정책의 가벼움, 수입할 사람 숫자만 정할 뿐 책임은 지자체에 넘기는 법무부, 계절노동자가 우리 고장에 어떻게 와서 어떻게 일하는지보다 몇명이 왔는지만 중요한 지자체 모두가 인신매매 범죄의 공범이다. 지금이라도 피해자를 보호하고, 계절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근본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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