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주, 진보정당과 ‘개혁진보선거연합’ 구성해야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 지난 11월 말 선거제도 개편안을 논의하는 의원총회 자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 말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특징으로 하는 현행 선거제도를 과거의 병립형으로 되돌릴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정청래 최고위원 등 당내 일부인사들은 총선이 ‘여유 부리며 의석을 나눠주는 자선사업이 아니다’ ‘다른 당을 도와줄 만큼 민주당이 여유롭지 않다’며 병립형으로의 회귀를 주장해왔다. 병립형으로의 회귀를 주장해오던 국민의힘은 예고해오던 위성정당 창당에 착수하여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정리를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현실적 고민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병립형으로의 후퇴는 현실적으로 불가하다.
우선 병립형으로의 회귀는 멋지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너무나 꼴사납다.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자면서 국민의힘과 담합하는 것도 자가당착이거니와, 그 담합이 소수정당들이 가져가야 할 합당한 몫을 갈취하기 위한 기득권 담합이기 때문이다. 의석도둑질을 단념하는 것을 ‘자선사업’으로 묘사하는 것에는 말문조차 막힌다. 국민이 그렇게 우습나. ‘전당원투표’로 병립형 회귀를 정당화한들, 주권자들의 염증은 더 커지고 지역구에서 연합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다. 혹여 총선에서 아주 근소한 실리를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대선에는 치명타가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에서 연합하지 않고 이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지 않은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위성정당 같은 변칙을 조장하는 등 문제가 많기 때문에 병립형에 비해 별로 나은 제도라고 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현행 선거제도에 허점이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위성정당 같은 꼼수가 효과를 얻지 못하도록 비례대표 비율이 훨씬 높았어야 했다. 지난해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실시한 선거제도 개혁 공론조사에서 시민참여단 70%가 선택한 해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한 것 역시 국민의힘의 저항과 더불어민주당의 의지부족 탓이다. 개혁에 저항해온 국민의힘에 정치적 승리를 가져다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선거는 현행 선거제를 바꾸지 않는 선에서 치를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에 대한 현실적 대응책이 필요하긴 하다. 위성정당을 다시 만드는 것 외의 대책이 있는가. 있다. 의석독점을 극대화하고 소수정당이 얻어야 할 의석을 갈취하기 위한 위성정당과 달리, 민주·개혁·진보의 지향을 공유하는 정당들이 선거시기 특정목표를 위해 선거연합을 구성하고 호혜적인 비례연합정당을 창당해 지역구와 별개로 이 연합정당에 대한 지지투표를 호소하는 것이 비판받을 이유는 없다. 정책연합이나 지역구에서의 연합과 마찬가지로 비례후보 추천에서의 연합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80명이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병립형으로의 퇴행은 “윤석열 심판 민심을 분열시킬 악수 중의 악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시민사회대표 234명으로 구성된 ‘정치개혁과 연합정치를 위한 시민회의’ 제안을 수용하여,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전제로 ‘민주개혁진보대연합’을 구축하여 총선에 임할 것을 당 지도부에 촉구했다. 이제 결단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배수진을 치고 21대 총선 이후 민주당을 신뢰하지 않고 있는 진보정당들을 삼고초려하여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을 구성해야 한다.
이태호 정치개혁과 연합정치를 위한 시민회의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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