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까나리’ ‘양미리’
신분제도가 엄격하고 농경에 의지하던 옛 사회에서는 옮겨다니며 살기가 쉽지 않았다. 교통도 발달하지 않아 여행이나 물류 유통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평생을 살며, 마을공동체가 자급자족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활이었다.
이런 까닭에 우리말에는 지역 사투리가 발달해 있다. 부추를 경상도에서는 ‘정구지’라 하고 전라도에서는 ‘솔’이라고 하듯이, 같은 것을 두고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른 먹거리가 많다. 더러는 표준어보다 사투리가 더 널리 통용되기도 한다. 겨울철 동해의 대표 먹거리로 꼽히는 생선 ‘양미리’도 그중 하나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맛이 더 좋아진다는 양미리는 ‘까나리’의 강원도 사투리다. 김치를 담그거나 국을 끓일 때 쓰는 액젓의 재료로 익숙한 까나리가 ‘겨울 별미 양미리’의 본명이다. ‘진짜’ 양미리는 요즘 찌개나 구이로 많이 먹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생선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생물종 분류에 따르면 양미리는 몸길이가 5.5∼8.5㎝로 작다. 사는 곳도 동해 일부 지역이다. 상품 가치가 없어 이를 잡는 배도 없다. 반면 까나리는 우리나라 바다에 두루 살며, 몸길이도 30㎝까지 자란다. 이렇게 다 자란 까나리는 토막을 내 찌개에 넣거나 통째로 구워 먹기에 좋다.
까나리 어린 것으로는 젓갈을 담근다. 내장 등이 적은 어린 것으로 젓갈을 담가야 액젖의 빛이 맑고, 맛도 깔끔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생선을 강원도 바닷가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양미리라고 불렀다. 국립수산과학원도 까나리가 일부 지역에서 양미리로 불리고 있음을 밝혔다. 다만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런 설명이 없다. 국립수산과학원 생물종 분류의 설명과도 내용이 조금 달라 사람들을 헷갈리게 한다. 두 국립 기관의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
한편 까나리나 양미리와 비슷하게 생긴, 일식집에서 안줏거리로 인기가 많은 ‘시사모’라는 생선도 있다. 하지만 이는 일본에서 부르는 이름이고, 우리말로는 ‘열빙어’가 바른 표기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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