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어봅시다] 기업들 흑자에도 긴축경영… 왜?

박정일 2024. 1. 28.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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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활동비 예산을 절반으로 확 줄여서 좌절했는데, 알고 보니 다른 부서와 경쟁사도 마찬가지더군요." 국내 4대 그룹 계열사에 다니는 한 임원은 최근 기업들의 비용절감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다른 4대 그룹 관계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꼭 필요한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예산 외의 비용은 최소화하기로 했으며, 상반기까지는 이같은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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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기업이 입주한 서울 여의도 일대. 연합뉴스

"올해 활동비 예산을 절반으로 확 줄여서 좌절했는데, 알고 보니 다른 부서와 경쟁사도 마찬가지더군요." 국내 4대 그룹 계열사에 다니는 한 임원은 최근 기업들의 비용절감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다른 4대 그룹 관계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꼭 필요한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예산 외의 비용은 최소화하기로 했으며, 상반기까지는 이같은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올해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는 대신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여전히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는 데다, 미국 대선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공급망 리스크 요인이 상존한 탓에 무작정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셈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역대급 한파를 겪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수급 상황이 개선되며 올해 본격적인 성장세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지난 25일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공시했고, SK하이닉스 역시 1년 동안 이어졌던 분기 적자 행진을 끝냈다. 지난해 부진했던 PC와 스마트폰 시장도 최근 들어 살아날 조짐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미 졸라 맨 허리띠를 더 조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승진한 부사장에게 지급하는 차량을 대형 세단 '제네시스 G90'에서 준대형 세단 'G80'으로 한 등급 낮췄고, SK그룹의 지주사 SK㈜는 지난 연말 300명 규모의 조직을 3분의 1(약 100명)로 축소하기로 원칙을 세웠다.

기업들은 투자도 꼭 필요한 곳에만 집중해서 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지난 25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철저하게 고객 수요와 수익성에 기반한 투자 집행과 효율성 강화를 위해 (투자)증가분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LG디스플레이는 작년 설비투자로 전년보다 1조6000억원이 줄어든 3조6000억원을 집행한 데 이어 올해는 설비투자 규모를 아예 2조원대로 낮춰 잡았다

이는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국제유가 급등 가능성이 있는 데다, 지난해 기업 대출금리가 5%대를 돌파한 이후 고금리가 지속되며 자금조달에 부담을 느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은 통상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전년 실적을 기준으로 최대한 보수적으로 비용·예산을 책정하는 성향이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업체 215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4 경영·경제전망'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55.5%)은 올해 경영 전략으로 '안정'을 택하며 경기 회복세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성장'을 택한 기업은 35.0%였다. 경제 회복 시점에 대한 질문에는 '내년부터'라는 응답이 40.1%로 가장 많았다. '올해 하반기'는 34.2%였고, 2026년 이후를 꼽은 기업도 16.9%나 됐다.

지난해 말부터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고금리·고물가에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이를 체감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2년 가까이 바닥에 머물러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다음달 BSI 전망치는 기준치 100을 밑도는 92.3을 기록했다. 2022년 4월 이후 23개월 연속 100을 하회하고 있으며, 이는 2021년 2월 이후 최장기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국내기업들은 실적부진에 대응해 그동안 금융기관 차입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주력해왔는데,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이자부담이 크게 증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위기를 혁신의 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모두 고물가·고금리 등 당면한 위험요인에 대비하고 신산업분야 투자·지원을 통해 장기적으로 잠재력을 확보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일·박은희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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