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아는 맛인데 왜 가요”…힙한 매장만 찾는 2030, 프랜차이즈는 ‘뒷전’

김금이 기자(gold2@mk.co.kr), 김규식 기자(dorabono@mk.co.kr) 2024. 1. 2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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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신촌의 거리에 프랜차이즈 외식업장들이 한산하다. [사진 = 김호영 기자]
안정적인 창업 아이템으로 각광받던 외식업 프랜차이즈 시대가 저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배달 주문이 크게 늘면서 배달플랫폼에 지출하는 비용과 식자재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개인이 운영하는 일반 외식업 점포는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힙한 점포’로 거듭나면서 그 숫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8일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전체 외식업 점포 가운데 프랜차이즈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16.4%에 달했다. 이 비중은 2019년 3분기(18.5%)에 정점을 찍은 이래 계속 감소하고 있다. 서울시내 외식업 프랜차이즈 숫자로는 2020년 3분기에 2만6030곳으로 피크에 달한 후 작년 3분기에는 2만4224곳으로 줄었다. 불과 3년사이 1806개가 감소했다. 반면 일반 외식업소 숫자는 같은기간 11만7060곳에서 12만3693곳으로 6633곳이 늘어났다. 이는 서울시가 공정거래위원회 가맹본부 정보공개서를 토대로 자체 집계한 결과다.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문중계수수료를 점주들이 지출하게 되면서 일어난 후폭풍이라는 게 프랜차이즈업계의 설명이다. 배달 주문 점유율 가운데 60~70%를 차지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의 경우, 주문 1건당 6.8%(배민1 기본형 기준)를 중개수수료를 받는데 이 비용이 점주의 수익성을 빠르게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과거 배달플랫폼을 활용하는 비중이 적었을 때는 점주가 신용카드 수수료와 전단지 같은 부대 비용만 지출했다. 그런데 배달플랫폼이 이를 대신한다고는 하지만 매출의 6.8%에 달하는 주문중계수수료는 점주들에게는 과거 대비 비용이 2~3배 가량에 늘었다고 느껴진다. 모 프랜차이즈 치킨업계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추산해본 결과 배달플랫폼 비중이 낮았을 때와 비교해 보면 점주들 수익성은 최대 절반 가까이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상당수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자체 어플리케이션(앱)을 활성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소비자들이 배달의민족을 비롯한 기존 배달플랫폼을 통해서 주문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상황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모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치킨, 피자, 커피 등의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각종 할인 혜택까지 제공하면서 소비자를 끌어 모으고 있지만 자체 배달앱 점유율은 미미한 편”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임대료를 비롯해 식자재 가격, 인건비 같은 다른 비용 상승도 점주들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서울 도심 지역의 핵심 상권의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울상을 짓는 점주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내수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서울 강남 같은 핵심 상권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어려워졌다는 것이 외식업계의 공통된 전언이다. 영업이 잘 되는 핵심 상권의 경우도 임대료가 해마다 올라가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많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임대료는 지난해 3분기 기준 평당 13만8835원으로 조사됐다. 2019년 3분기(11만5857원)에 비하면 평당 2만2978원이나 올랐다. 임대료는 서울 중구, 종로구, 성동구, 강남구, 동작구, 용산구 순으로 도심 오피스가를 중심으로 대체로 높게 나타났다.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는 식자재와 설비를 비롯한 필수품목을 가맹점에게 제공하며 과도한 유통마진을 챙긴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지난달 샌드위치 프랜차이즈인 ‘에그드랍’ 운영업체는 점주들에게 광고·판촉 비용을 분담시키고 판매 상품의 가격을 부당하게 결정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았다. 또 일부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방탄소년단(BTS) 멤버의 홍보비 일부를 가맹점주들에게 전가해 논란이 일었다.

외식업 창업이 진입장벽이 낮은 탓에 소규모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현황통계발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전체 외식 프랜차이즈 중 75%가 가맹점포가 10개 미만으로 브랜드로 확장이나 체계적인 가맹점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2023년 프랜차이즈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점주들은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해 원부자재 가격인하(26.6%)를 가장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본사의 적극적인 광고·판촉(24.8%)에 이은 좋은 신상품 개발(17.6%)을 통해 매출 신장에 도움을 주길 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수년간 급격하게 오른 인건비 또한 프랜차이즈 점포의 수익성 악화의 요인으로 꼽힌다. 주당 40시간 근무하는 기준으로 봤을 때 주휴수당까지 포함한 최저임금은 월 206만740원에 달한다. 이는 2019년 같은 기준의 최저임금(174만5150원)에 비해 불과 4년만에 18.1% 올랐다.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 점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안전교육을 잘 시켜도 직원의 부주의로 사고가 날 수도 있고 책임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불분명해 많은 외식업 사장님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오랫동안 고용한 직원 수를 줄일 수 밖에 없고 영업환경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일반 외식업 점포의 경우 최근 SNS를 활용해 직접 마케팅에 나서면서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곳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 압구정 일대를 비롯해 홍대, 성수동에 개점한 일반 외식업소의 경우 SNS 마케팅에 적극 나서면서 팬덤을 스스로 형성한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가 SNS에 사진과 함께 외식업의 메뉴를 공유하면 할인혜택을 주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직접 SNS 본사에 마케팅 비용을 지출해 상단에 자신들의 점포가 노출되도록 하는 마케팅 방법을 활용하는 곳도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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