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팀' 외교 홍보, 비리 혐의 정치인 '운동권' 부각한 KBS
시사기획창 '원팀' 편 제작한 최성원 부장, '한일중' 지시한 김성진 주간 등 답변
KBS 시청자위 "노골적 '정부 홍보 방송' 격에 안 맞아" "정파적 언어 벗어나야"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공영방송 KBS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정권 홍보 방송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 받았던 '시사기획 창'의 <원팀 대한민국, 세계를 품다>(이하 '원팀')편이 1월 KBS 시청자위원회에서도 집중적인 질타를 받았다. KBS 뉴스의 정치적 용어 사용이 명확한 기준 없이 이뤄지면 정권 눈치를 본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26일 공개된 회의록에 따르면 최경진 KBS 시청자위원장(언론인권센터 명예이사장)은 지난 18일 회의에서 '원팀' 편을 상당한 시간을 들여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거의 50분에 이르는 동안 윤 대통령의 이른바 세일즈 외교를 지극히 긍정적으로만 묘사했다는 점을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21세기 한국사회에 이런 식의 노골적인 '정부 홍보 방송'은 결코 격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인터뷰이로 자주 등장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대통령실 관료이니 정부 입장만을 대변했고 산업통상자원부 간부들은 두말할 나위 없었다. 일부 선별된 특정 기업 관계자들의 인터뷰 역시 그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여러 차례 등장하는 성태윤 교수(연세대 경제학부), 이 분은 방송 인터뷰 후에 대통령실 정책실장으로 임명”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상 곳곳에) 대통령실이 제공한 것으로 추측되는 영상들도 보인다. 자료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건 기자직무의 ABC를 외면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정진임 위원(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은 “'시사기획 창'은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취재하고 팩트체크 기반으로 보도한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신뢰도가 매우 높은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은 “정권을 비판하는 보도가 곧 공정한 보도는 아니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의 역대 최대규모 해외 순방을 두고 긍정적인 평가도 있기도 하다”라면서도 “이번 방송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세일즈 외교에 대한 성과만을 소개하고 있다. 해외 순방 목적 중 하나였던 엑스포 유치 실패나 해외 순방 중 기업총수들과 술자리 논란 등 평가와 비판에 대한 지점이 분명히 있었지만, 이런 내용은 방송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박명희 위원(소비자와함께 공동대표)은 “'창' 프로그램 소개를 보면 '단순 고발을 넘어 진실을 찾고 사회의 불의를 끝까지 파헤쳐 공정한 보도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고품격 탐사 프로그램'이라고 되어 있다”며 “부디 상식의 선에서 진실을 찾고 사회의 불의를 끝까지 파헤쳐 공정한 보도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고품격이 훼손되지 않는 탐사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지미 위원(법무법인 정도 변호사)은 △부장이 제작한 아이템을 사전에 부서 구성원이 알지 못한 배경 △대통령실이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 출처를 표기하지 않은 이유 △주요 인터뷰이 선정 관련 대통령실 조율 여부 △대통령실 외교정책 비판점 언급이 없던 이유 △KBS 공정성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KBS 기자협회 지적에 대한 의견 등을 물었다.
해당 회차를 제작한 최성원 KBS 시사제작2부장은 먼저 제작 배경으로 “통상적인 사전 취재, 발제가 이뤄진 사안”이라며, 기존 부서원들이 타 부서 등으로 발령돼 12월26일에 맞춰 송년 아이템을 준비했다고 답했다. 대통령실 영상 제공에 대해선 “제공 받은 영상은 제작진 요청에 따라서 공군1호기 내부를 촬영한 영상”이라면서 “저작권 이슈가 없었기 때문에 영상 출처를 표기하지 않은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이) 사전조율은 없었다”며 “(김태효 차장은) 사실상 대통령의 모든 해외일정에 동행하기 때문에 주요 인터뷰이로 제작진이 선정한 것”이라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에 대해선 “인터뷰도 12월15일에서야 이뤄졌다”면서 “(성 교수가) 자신이 대통령실 정책실장으로 낙점된 것을 알았다면 아마도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팀' 편 방영은 12월26일, 성 교수는 이틀 뒤인 28일 정책실장으로 임명됐다.
최 부장은 또 “공영방송 제작물에서 균형감을 갖는다는 것은 사실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아이템이 밝은 면과 어두운 면에 대해서 기계적인 균형감을 갖고 제작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원팀' 편에 대해 밝히고 싶은 건) 대통령에 대한 일방적인 홍보와 찬양을 위해 제작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했다.
비리 혐의 관련 없는 '586 운동권' 수식, '한일중' 표현 기준 지적
이날 시청자위원회에선 KBS 뉴스의 단어 사용에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정은 위원(문화연대 사무처장)은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된 지난 12월19일, 지상파 3사 가운데 '뉴스9' 앵커만이 송 전 대표를 “대표적인 586 정치인”이라 칭한 점을 언급했다.
정 위원은 “운동권 정치인의 기득권 정치에 대한 언급이나 관련 보도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당일 뉴스에는 관련 내용이 없었다”며 “보도내용과 아무런 관련도 없이 '586 운동권의 윤리적 몰락'이라는 윤재옥 원내대표(국민의힘) 말을 인용하듯 가져와 사용한 것은 그 의도를 의심하게 한다”고 했다.
앞서 KBS 통합뉴스룸(보도국) 내부에 '한중일' 대신 '한일중', '북미' 대신 '미북' 등 표기를 사용하라는 권고에 이어, 전두환 이름 뒤에 '씨' 대신 '전 대통령'을 쓰라는 공지가 이뤄진 일도 거론됐다. 김성진 방송주간이 각각 지난해 11월과 이달 초에 내부 공지를 하면서 KBS 안팎의 지적을 부른 사안이다.
정 위원은 “명확한 기준과 이유를 내놓지 않는다면 정권의 구미에 맞춰 보도에 사용하는 말마저 바꾼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을 것”이라며 “사소한 단어일지라도 정파적 언어를 벗어나 정확한 기준과 근거를 가지고 선택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양이현경 위원(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도 관련 용어 사용의 기준을 거듭 물었다.
이 자리에서 김성진 주간은 “(송영길 전 대표가) 대표적인 586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라는 표현은 이분의 정체성과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표현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 정치적인 고려는 없었다”라며 “시청자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에 대해서 조금은 더 엄격한 윤리적 잣대를 적용한다는 측면도 조금 고려가 되었다”고 했다.
'한일중' '러북' '미북' 등 표현에 대해선 “(외교부에 질의했더니) 다자 외교 시에 동맹국인 미국을 가장 앞에 놓는다고 한다. '한일중 3국 정상회의'라는 표현을 요새 공식적으로 쓰는데 우리나라가 의장국이고 그다음이 일본이어서 '한일중'으로 쓰는 것이 맞다는 설명을 들었다. 다만 이것을 규정으로 확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 외교부 설명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의 국제 관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한일중'이라는 표현이 조금은 더 적합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미북' '북미' 표현은 통일부도 혼용하고 있고, KBS도 '미북' '북미'를 딱 하나로 정해서 쓰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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