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 칼럼] 계속고용을 위한 열쇠, 공정한 임금체계

파이낸셜뉴스 2024. 1. 2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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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
우리나라는 2025년부터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될 전망이다. 지금과 같은 저출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생산가능인구는 2050년에 1200만명이 감소하고, 청년인구도 절반인 500만명으로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생산가능인구 감소 추세가 현실화할 경우 2050년까지 우리나라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고령층이 숙련과 경험을 발휘하며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계속고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계속고용 유형은 재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로 나뉜다. 재고용은 정년퇴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하고 기간제로 다시 고용하는 방식인 데 비해 정년연장·폐지는 정규직으로서 고용기간이 연장된다. 계속고용이 확산되려면 고용기간 연장과 함께 생산성이 동반상승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기업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계속고용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계속고용을 망설이고 있는 이유로 경직된 연공급 임금체계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연공급 임금체계에서는 가치 있는 일을 한 사람이 아니라 오래 일한 사람이 더 많은 임금을 받게 된다. 즉 직무가치와 임금수준 간의 괴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경직된 연공급 임금체계를 갖고 있는 기업에서는 고임금을 받는 장년층을 조기에 퇴직시키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청년층은 열심히 일해도 낮은 임금을 받게 돼 임금보상에 불만을 갖는 문제가 생긴다. 우리나라 대기업과 공공기관 다수가 연공급 임금체계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연공급 임금체계를 개혁하지 않고는 계속고용 확산은 한계에 봉착하고 세대 간 일자리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계속고용을 위한 중요과제로 직무가치에 맞는 공정하고 유연한 임금체계 구축을 꼽는다. 계속고용 관행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단계적으로 개편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정년 이전에는 임금피크제 등을 통해 조기퇴직 유인을 줄여 정년퇴직 경로를 넓히고, 정년 이후 계속고용 시 임금을 합리적 수준에서 조정하는 방식으로 계속고용을 확산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도 2006년부터 65세까지 계속고용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면서 임금체계를 개편했다. 그 결과 20~30대 임금은 증가하고 피크임금이 50대 후반에서 초·중반으로 이동하는 등 연령에 따른 임금곡선이 완만해졌다.

계속고용과 연계한 임금체계 개편은 쉬운 과제가 아니다. 그래서 계속고용과 임금체계 개편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노사정이 계속고용 여건 마련을 위한 임금체계 개편방안을 논의해 경직된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과 방향에 공감대를 구축하고, 현실에 맞는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개별 사업장에서도 계속고용과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 노사가 윈윈할 수 있는 액션플랜을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계속고용 제도를 도입하면서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할 경우 이를 취업규칙에 반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 간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중소기업 사정에 맞게 계속고용과 임금체계 개편을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 전문가 컨설팅 등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 여건을 생각하면 계속고용은 단순히 고령층만의 고용을 연장하자는 의제가 아니다. 계속고용은 기업과 근로자, 현 세대와 미래 세대 모두에게 상생의 일자리를 확보하는 길이다. 기업은 고령자의 숙련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고, 고령자는 안정적으로 더 일할 수 있으며 청년은 장래의 장기근속을 기대하고 또 신뢰할 수 있다. 성숙한 사회적 대화와 노사 상생의 협의가 계속고용과 임금체계 개편의 출발점이자 든든한 동력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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