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사비의 실패, 또 구단 출신 찾는다...바르셀로나 후임 후보 5명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구단 최고 레전드도 실패한 자리에 또 출신을 앉힐 생각을 하고 있다.
스페인 매체 '스포르트'는 28일(한국시간) 바르셀로나가 사임을 발표한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의 후임으로 생각하는 다섯 지도자의 이름을 나열했다. 다가올 여름에 무적일 이름값 높은 지도자들은 거론되지 않았다.
사비 감독이 바르셀로나와 체결한 2025년까지의 계약을 이행하지 않기로 했다. 당일 열린 비야레알과의 2023-24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2라운드에서 3-5로 패한 뒤 한계를 실감했다.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스페인 슈퍼컵)와 코파 델 레이(국왕컵) 탈락에 이어 라리가에서도 선두와 10점 이상 차이가 나자 결단을 내렸다.
사비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먼저 드릴 말씀이 있다. 6월 30일에 떠나기로 결심했다. 바르셀로나 팬으로서 지금의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 상황은 변해야 하며 책임감을 강하게 느낀다"라고 말했다.
사비 감독은 지난 2021년 로날드 쿠만 전 감독의 후임으로 바르셀로나 사령탑이 됐다. 선수 시절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으로 1군에서만 통산 767경기를 뛴 사비 감독은 전통적인 티키타카의 핵심으로 불렸다. 패스 마스터라는 애칭이 말해주듯 그라운드의 사령관으로 공격 전개를 책임졌다. 사비 감독의 전성기와 맞물려 바르셀로나는 라리가 우승 8회를 비롯해 통산 25회 트로피를 차지했다.
사비 감독은 바르셀로나의 철학을 가장 잘 이행한 선수였다. 전술을 이해하는 능력이 높아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했을 때 가장 큰 기대를 받아왔다. 바르셀로나를 떠난 뒤 카타르 알 사드에서 감독직을 수행한 사비 감독은 쿠만 전 감독 체제에서 어려움을 겪자 소방수로 등장했다. 감독 생활은 짧았으나 바르셀로나를 잘 안다는 이점으로 큰 지지를 받았다.
사비 감독의 출발은 괜찮았다. 2021-22시즌 급히 지휘봉을 잡은 것치고 리그 2위로 마치면서 성공 가능성을 내비쳤다. 2년차였던 지난 시즌 트로피도 안겼다. 초반부터 라리가 선두를 놓치지 않았던 바르셀로나는 화려한 공격보다 단단한 수비를 앞세워 4년 만에 리그 정상을 탈환했다. 슈퍼컵에서는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를 결승에서 꺾고 우승해 찬사를 들었다.
명성을 잃고 추락하던 바르셀로나를 레전드인 사비 감독이 살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바르셀로나는 라리가 우승권에서 멀어졌던 기간 동안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재정에 타격을 입으면서 팀을 대표하던 리오넬 메시를 떠나보내야 했다. 메시 뿐이 아니었다. 큰 돈을 들여 영입했던 앙투안 그리즈만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임대로 보냈다. 바르셀로나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스쿼드였다.
그런 상황에서 사비 감독이 리그 트로피를 안기면서 다음 스텝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목표로 삼았다. 라리가를 우승하면서도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유로파리그로 내려가서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패해 오래 생존하지 못했다. 그때 아쉬움을 털고자 이번 시즌 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 동시 우승을 목표로 했으나 경기력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새해 들어 반등을 노렸는데 타이틀 획득에도 실패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스페인 슈퍼컵에서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에 굴욕적인 1-4 패배를 당했다. 그때부터 사비 감독의 경질설이 돌았다. 바르셀로나 수뇌부는 지지 의사를 보였으나 국왕컵 탈락에 이어 비야레알전 대패로 사비 감독이 먼저 결단을 내렸다.
그는 "이 결정은 모든 상황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가장 책임감을 느낀다. 모든 일이 잘 진행됐다고 생각하며 우리 프로젝트는 6월 30일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항상 클럽을 위한 해결책이 되고 싶다. 문제가 되기는 싫다. 2년 3개월 전에는 내가 해결책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최선이 6월 30일에 떠나는 것"이라고 했다.
사비 감독이 유종의 미를 바라고 있다. 그는 "앞으로 내 마지막 4개월 동안 좋은 시즌을 보낼 수 있게 노력하겠다. 선수단이 많이 경직되어 있는데 곧 괜찮아 질 것"이라며 "사실 이 결정을 오래 전에 내렸다. 이제 이를 밝히게 돼 홀가분하다. 기회를 주신 조안 라포르타 회장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고위층과도 합의를 봤다. 사비 감독은 "회장에게 말씀을 드렸고 대화를 잘 마쳤다. 그동안 신뢰를 받았지만 이제 때가 됐다. 에너지의 문제가 아니라 변화가 필요하다. 4개월은 더 투자해서 좋은 시즌으로 마무리하겠다. 그때까지는 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채찍질했다.
이제 바르셀로나는 새로운 감독을 찾아야 한다. 때마침 조제 무리뉴 감독이 AS로마에서 경질됐고, 위르겐 클롭 감독도 올 시즌까지만 리버풀을 이끌기로 했다. 두 명장이 매물로 나오면서 바르셀로나 입장에서는 이들을 데려갈 절호의 기회가 됐다.
그런데 스포르트에 따르면 바르셀로나는 클롭, 무리뉴 감독과 같은 빅네임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사비 감독처럼 바르셀로나에서 선수 시절을 보낸 지도자를 선호하는 모양새다.
스포르트가 거론한 후보를 보면 라파 마르케스 바르셀로나 B팀 감독, 티아고 모타 볼로냐 감독, 지오 반 브롱크호스트 전 레인저스 감독 등이 우선 순위로 보인다. 이들 모두 바르셀로나에서 선수 생활을 해 구단 철학을 잘 안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재 바르셀로나 B팀을 지도하고 있어 내부 승격 가능성이 큰 마르케스 감독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바르셀로나에서 총 242경기를 뛰었다. 21세기 들어 바르셀로나 역사에서 가장 성공했다는 프랭크 레이카르트, 펩 과르디올라 감독 시절 뛰었기에 철학 유지에 유리하다는 평이다.
모타 감독도 2001년부터 2007년까지 바르셀로나에서 뛰었다. 이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인터 밀란, 파리 생제르맹 등 빅클럽을 누빈 미드필더 출신이다. 2019년 제노아를 통해 지도자를 시작해 현재 볼로냐를 이끌고 있다. 약체인 볼로냐를 이번 시즌 7위로 이끌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과 함께 바르셀로나에서 생활한 반 브롱크호스트 감독은 2022년 11월 레인저스에서 경질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페예노르트를 지도하며 네덜란드 에레디비시에와 네덜란드 FA컵 등을 우승한 경력이 있다. 다만 광저우 부리(현 광저우시티)와 레인저스 등 변방에서 연이어 실패해 매력이 떨어진다.
이들과 함께 현재 라리가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지도자들도 주시한다. 올 시즌 우승권을 형성하며 돌풍을 일으키는 지로나의 미첼 감독과 레알 소시에다드의 이마놀 알구아실 감독도 후보군에 올려놓고 지켜볼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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