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 효과 불분명한데… 총선 앞두고 ‘감세 드라이브’ [재정 아랑곳 않는 감세 정책]
내수진작 장담 못해… 세수만 축낼 우려
전문가 “대기업·고소득층 더 많은 혜택
투자·기업활동 촉진 주장은 근거 없어”
장기 국가계획 ‘재정비전 2050’ 프로젝트
감세정책 영향 발표시점 또 연기 가능성
최근 국회에서 확정된 세법 개정으로 향후 5년(2024~2028년)간 세수 감소 규모(3조6733억원·누적법 기준)가 당초 정부 전망치(3조702억원)보다 더 확대됐지만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 최근 감세 정책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향후 세수 여건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에 발표된 감세안의 경우 내수 진작과 같은 경기 부양 효과는 불분명한 반면 대기업·고소득자에게 주로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들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도 총선을 앞두고 효과가 불확실한 감세 정책이 줄을 잇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천명한 금투세 폐지로 연간 1조5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또 증권거래세 인하 기조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5년간 10조원(연간 2조원) 정도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감세 정책은 정부의 장기 재정전망에도 큰 변수가 되고 있다. 지난해 공개 예정이었다가 역대급 세수결손 사태로 발표가 미뤄진 ‘재정비전 2050’의 경우, 발표 시점이 올해 하반기로 다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비전 2050은 기존 5년 단위로 국가재정을 다루던 재정운용계획과 달리 ‘30년 단위’의 장기 국가재정계획을 세운다는 목표로 윤석열정부 초기인 2022년 하반기부터 진행된 프로젝트다.
기재부는 2022년 7월 청사진을 제시한 이후 지난해 1월 재정운용전략회의에서 ‘상반기 중 재정비전 2050을 확정하고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고물가와 50조원이 넘는 역대급 세수결손 상황이 ‘발목’을 잡으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이후 기재부는 지난해 6월 다시 재정비전 2050 연내 발표 목표 방침을 밝혔다. 당시 정부는 건전 재정 기조 아래 ‘재정준칙 법제화’를 비롯해 ‘중장기 재정위험공개’ 등을 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또한 예상보다 장기화된 고물가 상황에 세수 재추계까지 겹치며 결국 흐지부지됐다. 정부 안팎에서는 최근 대통령실 주도로 ‘부담금 전면 재검토’ 등 감세 정책들이 연이어 쏟아지고 있어 재정비전 2050을 올해 상반기 중 발표하기 더 힘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재부는 저출산·고령화, 기후변화 등 장기과제에 대한 전략을 제시하는 ‘미래비전 2050’과 재정비전 2050을 올 하반기 중 함께 발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최근에 발표된 감세 정책은 대기업·고소득층에 혜택이 많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적어도 법인의 3분의 1에서 절반은 적자거나 최저한세에 걸려 있어 사실상 추가적 세액 공제를 받는 것이 어렵다”며 “그래서 임투세나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등의 수혜자는 대부분 대기업”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또 “금투세나 ISA도 투자금이 5억∼10억원 정도인 투자자들이나 해당사항이 있는 건데 그런 투자자가 몇 명이나 되겠냐”며 “더군다나 감세가 투자와 기업 활동을 촉진한다는 얘기는 근거가 없다”고 꼬집었다.
세종=이희경 기자, 채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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