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칼럼] 尹, `여의도 정치` 아닌 국민만 바라보라

박양수 2024. 1. 28.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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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콘텐츠에디터

'약속 대련'이든 '화해 쇼' 든 파국은 일단 막았다. 서천 화재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간에 어떤 교감이 오갔을 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적전 분열=공멸'이란 인식은 공유했을 터이다. 두 사람은 '국정 농단' 등 중요 정치사건 수사마다 호흡을 맞춰온 '20년 지기'다. 눈빛만 봐도 상대 의중을 충분히 읽어낼 수 있는 사이다. 90도로 허리굽혀 인사하는 한동훈과 어깨를 툭 치며 미소를 보내는 윤석열 사이엔 '존경과 신뢰'가 있을 뿐, 벽은 없었다.

여기까진 잘 봉합된 것처럼 보였다. 예상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총선 국면에 터진 폭탄급 갈등에 속 태우던 보수 우파 지지자들도 조용히 가슴을 쓸어내렸다. 은근히 즐기며. 확대재생산을 기대했던 야당과 좌파 진영에겐 이 상황이 영 마뜩잖다. 짜고 치는 고스톱, 약속 대련을 의심할 만했다.

그렇다고 곪은 상처가 완전히 치유된 건 아니다. 반창고를 붙여놓은 갈등은 일시적으로 감춰졌지만 근본 상처가 남았다. 상처가 언제 비집고 나올지 모르기에 늘 불안하다. 근본 치유가 필요하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을 둘러싼 대립이다보니 해결책을 찾기도 영 쉽지 않다.

이번 사건은 사실상 '정치 신인'인 윤 대통령뿐만 아니라 '미래 권력'인 한 위원장에게 닥친 최대 고비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한국 정치의 미래까지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 당장 닥쳐올 4월 총선, 더 나아가 윤 정부의 성패, 오는 2027년 대선의 향방까지 가를 기폭제가 될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운명이 여기에 달려있다는 건 말할 필요조차 없다.

정권 교체 이후 국민의힘과 대통령의 지지율은 죽 답보 상태였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에서도 정권 심판론이 살아있음이 확인됐다. 결정적 계기가 없인 총선 성공을 감히 장담 못할 암담한 상황이다. 한 위원장이 주목받는 건 이처럼 앞뒤가 꽉 막힌 윤 정부에겐 한 줄기 희망이기 때문이다. 거대 야당을 상대로 기죽지 않고 싸우는 한 위원장의 모습은 검찰총장 시절 거악(巨惡)에 맞서 싸우던 '승부사' 윤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국민적 지지율도 급상승세다. 지난 21일로 취임 한 달째를 맞은 상황에서 야당의 이재명 대표와 견줄 정도가 됐다.

여당의 총선 필승 전략에는 한 가지 조건이 더 필요하다. 여당한테서 대통령과 명품 백을 떼내는 문제다. 해답은 아는 데도 누구도 그 문제를 끄집어 내지 못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출신으로 '조국 흑서'의 저자인 김경율 비대위원이 참다못해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댄 '김 여사 리스크'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한 위원장도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 "국민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다"며 거들었다. 대통령실 참모들이 갈등을 드러내며 사태를 키운 건 그 이후다.

이제 선택은 윤 대통령의 몫이다. 윤 대통령은 어떤 위기에서도 정면 승부를 해왔다. 서슬 퍼런 문재인 정권에서도 정의롭고 가치있다면 그 싸움을 피하지 않았다. 이런 기질이 정치 초보인 그를 스타로 부각시켰다. 거기에 문 정권의 내로남불과 불공정, 친북 좌파적 이념에 신물이 난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도가 더해져 그를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밀어올렸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국민의 기대에 적극 부응했다. 친북·친중 관계에 치우쳐 소원해진 미국과의 동맹을 원상 회복시켰고, 문 정권의 탈원전 정책 기조를 폐기했다. 그 외에 경제·사회·교육·노동 방면에서도 기득권과의 정면 승부를 통해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등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런 타고난 승부사인 윤 대통령에게도 '명품 백' 논란은 골치 아픈 문제다. 그렇다고 더 이상 숨을 곳도 없다. 여당에선 이 사건을 '몰카' 정치공작으로 규정한다. 물론 김 여사가 정치 공작의 피해자인 건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본질은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가깝다. 국민도 왜 김 여사가 고가의 명품을 받았는지를 의아해한다. 그래서 윤 대통령의 얘기를 더 듣고 싶어한다.

선택의 기로다. '여의도 정치'로는 국민을 설득시킬 수 없다. 그럴 때는 오직 국민만을 믿고, 국민만을 바라보고 가야 한다. 콘텐츠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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