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소장, 박정훈 대령에 “왜 면책 주장 못하게 했나” 사실확인요청서
공수처 강제수사에 압박 거세지자 적극 면피 해석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해병대 전 1사단장(소장)이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송부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해병대 수사단이 자신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내렸던 결론을 반박한 것이다. 이 시점에 박 대령에게 직접 이같은 문서를 보낸 것을 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에 압박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임 전 사단장은 지난 23일 박 대령에게 자신을 둘러싼 총 10개 쟁점에 대한 질문 42개를 담은 사실확인요청서를 송부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 요지다.
이는 임 전 사단장이 지난해 11월20일 군사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의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임 전 사단장은 진술서에서 자신은 수중 수색을 지시한 적이 없으며 자신에게 작전통제권이 없었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정확한 경위를 확인해달라”고 군사법원에 요청했다. 이같은 주장은 사실확인요청서에도 그대로 담겼다. 단지 박 대령의 의견을 묻는 형식을 취했다는 점이 차이다.
과거 박 대령 측은 임 전 사단장이 진술서에 담은 일부 의문점에 대해 해병대 수사단의 입장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령 측 김정민 변호사는 이날 통화에서 “당시 임 전 사단장도 정확한 팩트를 몰라 답답할 것 같아서 사건의 핵심과 관련된 질문에만 개인적으로 짧게 답장을 했었다. 그러면서 정중하게 앞으로 의문점이 있으면 대리인한테 질문해달라고 했었는데 이번에는 박 대령을 직접 공격하면서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30일 기자와의 추가 통화에서 “사안 일부 쟁점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입장을 설명하는 두 쪽 분량의 내용증명우편물을 지난해 12월11일 임성근 소장(육군사관학교 화랑대연구소) 앞으로 송부했고 이튿날 ‘동료’가 수취했다는 알림 문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임 전 사단장은 또한 사실확인요청서에서 사건 초기 박 대령이 자신에게 ‘작전통제권 이양에 따른 면책 주장을 하지 말라’는 취지의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발언을 전했다며 그 의도가 무엇이었냐고 질의했다. 그는 “형사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실체적 진실 발견이기에 관련 법령은 수사와 기소 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수사단장은 왜 사단장을 상대로 작전통제권 관련 주장을 하지 못하도록 말한 것인가. 그런 행동이 수사기관으로서의 자세에 부합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공수처가 이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 수사에 착수하자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수사단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는 최근 해병대사령부의 김계환 사령관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 대령 측은 사실확인요청서에 대한 답변을 송부할지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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