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쪼개거나, 가족끼리 하거나, 직원 내보내거나”… ‘50인 미만’ 중처법 시행 현장에선 [밀착취재]
주말인 28일, 공장 문을 열자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쿵쿵 울렸다. 일요일이지만 조성기(63) 오성스프링 대표는 이날도 출근해 자동설비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했다. 2000년 회사를 만들어 25년 가까이 운영하며 매주 반복된 일이다. 오성스프링은 경기 시흥시에 있는, 25개 장비로 약 100가지 스프링 만들어 매달 400∼500개 제품을 판매하는 연 매출 약 17억원 규모의 소규모 기업이다.
평일에는 직원들이 이런 조작부터 수동 조립, 검수, 포장 등을 하지만 주말에는 조 대표만 출근해 설비만 살펴본다. 공장 곳곳에 놓인 통 안에 수북이 쌓여 있었고 일부는 납품하기 위해 봉투 안에 담겨 있었다. 가장 적게 일한 직원이 8년이고 대부분은 10년 이상 일했을 정도로 오래 근속한 직원들이다.
그는 “내년부터는 직계가족끼리 회사를 운영하거나 직원들에게 기계 한두 대씩 내주고 중대재해처벌법에 적용되지 않게 각자 사업을 벌이라고 할까도 생각 중”이라며 “모든 10인 미만 기업인들은 5인 미만으로 기업 쪼개기, 가족끼리 운영하기, 각개전투로 직원 내보내기 셋 중 한 가지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통계상 중대재해의 과반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재해 사망사고는 3분기 기준 459건인데 이 중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267건이 발생해 58.2%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전면 시행을 미룰 수 없다는 주장이 줄곧 이어져왔다.
이대로면 정직원으로 고용되는 인원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도 우려했다. 조 대표는 “직원 10명을 쓰던 기업이 3명만 두고 나머지는 구인업체 통해 일용직으로 충당하는 등의 변칙이 많아질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고용이 위축되면 실업자는 늘고 기술을 전수하는 인재 양성은 더 안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소규모 업체의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채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된 데 국회 잘못이 가장 크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구 의원, 시의원들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도대체 이 법을 제정하고 개정안은 제대로 논의하지도 않은 국회가 이 내용은 잘 아는지조차 의문인데, 결국 법으로 피해보는 이는 서민”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에 대한 ‘정부의 홍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희 L-ESG 평가연구원장은 “당연히 이전에 안 하던 것을 고려해야 하니까 부담인 것은 맞지만, 사업을 영위하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사항을 간과해왔다”며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이 의무사항으로 규정한 것에 처벌이라는 강제성이 더해진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처벌 중심이 아니냐는 반론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만들기 힘들고, 정부가 홍보로 이행 준비를 돕는 일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시흥 박유빈 기자, 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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