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배현진 피습, 정치권 극단 대결이 테러의 자양분이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5일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10대 중학생에게 습격당해 부상을 입었다. 범인은 “국회의원 배현진이냐”며 신원을 확인한 뒤 지니고 있던 돌로 배 의원을 공격했다. 범행 동기와 배후에 대한 추가 규명이 필요해 ‘정치테러’로 규정하기엔 이르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23일 만에 발생한 정치인 공격 사건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큰 충격을 받았을 배 의원의 빠른 쾌유를 빈다.
배 의원 피습은 청소년이 범인이라는 점, 초선 의원도 공격 대상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드러낸다. 입장이 다르면 어떤 정치인이건 폭력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테러가 빈발하던 해방정국의 혼란상을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극단 대결을 반복하는 정치권이 정치테러의 자양분이 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 후 여야는 증오의 정치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때뿐이었다. 피의자 당적공개 논란, 헬기 사용 특혜론을 놓고 공방을 벌였고 강성 지지층들은 상대에 대한 증오를 쏟아냈다. 배 의원 피습 대응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야는 증오 정치 종식을 약속했지만 진지하게 자성했는지 의문스럽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테러 사건을 축소·왜곡한 경찰의 소극적 수사 때문”이라며 여권 책임론을 제기했고, 국민의힘은 “저급한 선동의 정치”라며 민주당을 탓하는 공방이 있었을 뿐이다. 여야 강성 지지층들 사이에선 “촉법 소년을 이용한 좌파의 테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덮으려는 여권 자작극”이라는 막말이 난무했다. 정치인 피습마저 대결 재료로 소비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 문화, 적대적 진영정치가 그대로라면 추가 테러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 대결이 극단으로 치닫는 데는 윤석열 대통령의 ‘갈라치기 국정’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반대 세력을 척결 대상으로 모는 대통령의 과도한 언행이 사회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배 의원 피습 사건을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번 사태가 “누구나 무력하게 당할 수 있는 끔찍한 위험”(배 의원 퇴원 메시지)으로 확산되지 않으려면 대화·타협의 정치를 복원하려는 여야의 노력이 시급하다. 혐오를 부추긴 정치인들은 자신이 그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공천에서 막말을 일삼는 정치인들을 배제할 필요도 있다. 정치인 경호대책 강화는 필요한 일이지만 단기적 처방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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