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살에 받은 졸업장…제주 만학도 감격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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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체육관에 앉아 있는 한 남성.
오늘(28일) 제주제일고등학교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를 졸업한 늦깎이 만학도 김홍래(83) 할아버지입니다.
이어 "이런 분들이 방송통신 중·고등학교가 어딨는지도 모르고 있어서 졸업식을 널리 알리고, 저처럼 배움의 한을 풀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한편 오늘 열린 제47회 제주제일고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 졸업식에선 김 할아버지 등 131명이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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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체육관에 앉아 있는 한 남성. 깔끔한 양복 차림에 왼쪽 가슴엔 꽃까지 달고 한껏 멋을 냈습니다. 미소를 띤 얼굴 뒤엔 긴장감이 역력합니다.
오늘(28일) 제주제일고등학교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를 졸업한 늦깎이 만학도 김홍래(83) 할아버지입니다.
"지금까지 학교 못 다닌 게 평생의 한이었고, 학교 다니는 게 평생 내 희망이었는데 마음이 뿌듯하네요."
김 할아버지는 1942년 제주 표선면 토산리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유년 시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민학교에 진학하는 등 배움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6·25전쟁 와중에도 어렵게 국민학교를 졸업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가난 때문에 중학교 진학은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이후 성인이 돼 50년 넘게 도장을 만드는 인장업을 하며 스스로 책을 사고 독학하며 배움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평생의 한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다시 배움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KBS제주 9시 뉴스에서 제주 방송통신중학교에 대한 기사를 접하게 되면서 중학교 진학을 꿈꾸게 된 겁니다.
김 할아버지는 "KBS 뉴스를 보다가 방송통신중학교가 있다는 걸 알게 돼 학교에 전화하게 됐다"며 "국민학교를 졸업한 지 63년 만에 다시 중학교에 입학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김 할아버지는 "77살 희수(喜壽)의 나이에 중학교 입학을 하고, 80살 산수(傘壽)의 나이에 고등학교에 입학해 졸업하게 됐다"며 "드디어 꿈에 그리던 졸업장을 받게 됐다"고 감격해 했습니다.
김 할아버지는 평일에는 일하며 컴퓨터로 원격 수업을 받고, 주말에는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받으며 6년 동안 꾸준히 학업을 이어갔습니다.
공부를 간절히 원했기에 공부 자체는 힘들지 않았습니다. 다만 흐릿해지는 기억력이 큰 문제였다고 합니다.
"선생님도 정말 열심히 가르쳤고, 저도 열심히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은 잊어버려요. 그럴 때면 내가 왜 이럴까 하고 서글프더라고요."
하지만 김 할아버지 사전에 포기는 없었습니다. 김 할아버지는 "학생 50% 정도가 40대에서 80대까지의 연령층"이라며 "저와 비슷한 처지로 제때 학교에 다니지 못한 분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런 분들이 방송통신 중·고등학교가 어딨는지도 모르고 있어서 졸업식을 널리 알리고, 저처럼 배움의 한을 풀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급해 배움의 시기를 놓쳤지만, 뒤늦게 용기를 내 하루하루 배움을 실천하고 있는 김 할아버지.
김 할아버지는 오늘 제주제일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제47회 방송통신고 졸업식에서 대표로 단상에 올라 졸업장을 받고, 공로상도 받았습니다. 김 할아버지는 평생 배움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오늘 열린 제47회 제주제일고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 졸업식에선 김 할아버지 등 131명이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방통고 학생들은 지난해 전교생 모금 활동을 통해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이웃사랑 성금을 내는 등 해마다 꾸준한 기부도 이어오고 있습니다.
방송통신고등학교는 경제적 여건이나 개인 사정으로 정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청소년과 성인들에게 방송 · 통신 · 출석 수업 등의 방법으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교육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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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영 기자 (m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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