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내려가고 한동훈 오르고…與 권력 지형 바뀌나

구민주 기자 2024. 1. 28.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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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한동훈 지지율 ‘디커플링’ 현상
갈등 1차전 한동훈 판정승…공천 갈등 불씨 여전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읍 불이 난 서천특화시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 갈등 이후 둘 사이 지지율 희비가 엇갈리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진 양상이다. 이번 갈등 사태 이후 한 위원장의 과제였던 '수직적 당정관계'가 어느 정도 해소된 반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 관계는 더욱 벌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한 갈등 이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한 위원장의 지지율만 상승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23~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2%는 '한 위원장이 당 대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답해 '잘못하고 있다'(40%)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국민의힘 지지자 가운데서는 무려 89%가 한 위원장을 '잘한다'고 평가했으며,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답은 9%에 불과했다.

한 위원장의 긍정 평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긍정 평가(35%)와 17%포인트(p) 격차를 보였다. 보수진영에서는 이른바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던 2012년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긍정 평가(52%)와도 견주는 결과라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같은 조사에서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긍정 평가는 31%에 그쳐 전주 대비 1%p 떨어졌다. 부정 평가는 한 주 사이 5%p나 올라 61%에 이르렀다. 최근 20주 간 한국갤럽 조사 가운데, 가장 높은 대통령 부정평가 결과다.

부정 평가 이유로 '김건희 여사 문제'(9%)가 경제·민생·물가(16%)와 소통 미흡(11%)에 이어 세 번째를 차지했다. 윤-한 갈등의 본질적 원인으로 거론된 김 여사 문제가 윤 대통령의 부정평가 상위권으로 부상한 것이다.

4월 총선에서 캐스팅보터로 꼽히는 중도층에서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에 대한 온도차가 뚜렸했다. 한 위원장에 대한 중도층의 긍정 평가는 45%인 반면,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25%에 그쳤다. 집토끼는 물론 산토끼에서도 한 위원장에 무게추가 쏠려있는 의미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부정 평가를 키우고 있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이 여전히 살아 있는 불씨여서 향후 윤 대통령이 더욱 수세에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

이러한 흐름 때문에 정치권에선 한 위원장이 이번 윤-한 갈등에서 여러모로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적 반감이 큰 김 여사 문제를 두고 윤 대통령과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고질적 과제였던 윤 대통령과의 밀착 관계를 어느 정도 해소하고 국민 여론도 자신 쪽으로 끌어왔다는 분석이다.

둘 사이 갈등은 향후 공천 문제를 둘러싸고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론의 분위기 속에선 한 위원장이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거란 전망이 높다. 나아가 윤 대통령의 부정 평가가 되레 당에 부담을 주는 만큼,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인식에 더욱 힘을 실릴 거란 얘기도 나온다. 이 경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과 지지율 탈동조화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율은 이미 전국을 뛰고 있는 여권 예비후보들의 유세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이른바 '윤석열 마케팅'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과거 박근혜‧문재인 대통령 이름을 앞다퉈 간판으로 세우던 분위기와 대조적이란 지적이다.

출마자들 사이엔 오히려 '한동훈 마케팅'이 불붙고 있다. 일부 예비후보들은 자신의 명함이나 현수막에서 윤 대통령의 얼굴을 빼고 한 위원장을 담았으며, 자신의 SNS에도 한 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한 위원장 개인에 대한 긍정 평가는 오름세지만 이것이 국민의힘 지지율로까지 이어지지 않는 것은 당을 이끄는 한 위원장의 숙제로 남아 있다. 여전히 총선 성격을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심판론'이 '정권 지원론'을 앞서고 있기도 하다.

김 여사 문제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도 한 위원장의 태도가 여전히 국민적 요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의 갈등이 임시 봉합된 이후 김 여사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김 여사 리스크를 더 확실하게 털어내는 결단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당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6.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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