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으로 이사한 ‘K-촛불’…비가 오나 눈이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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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전국집중촛불'이 2024년 1월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지하철 삼각지역 주변에서 열렸다.
집회 장소로 가려면 삼각지역 13번 출구로 나서야 한다.
집회를 마친 이들은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향해 행진했다.
광화문 집회를 마치고 청와대를 향해 물결처럼 흘러갔던 촛불 행렬은 이제 용산을 지나 이태원을 거쳐 한남동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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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전국집중촛불’이 2024년 1월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지하철 삼각지역 주변에서 열렸다. 집회 장소로 가려면 삼각지역 13번 출구로 나서야 한다. 하지만 출구로 향한 계단을 타고 귀를 찌르는 굉음이 쏟아져 들어온다. 두 손으로 귀를 막은 시민들이 어렵사리 출구를 나선다. 붉은색 트럭과 대형 확성기가 출구 앞에 버티고 섰다. 공습경보를 울릴 때나 쓰던 크기다. 금속성 소음을 내뿜는 확성기 뒤편에서 군복을 입은 ‘신자유연대’ 회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자”고 소리친다.
이들 뒤편 도로에 비옷을 입거나 우산을 받쳐든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가설무대를 향해 줄지어 앉았다.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면서 흩날리던 진눈깨비가 비로 바뀌어 내렸다. 무대에 오른 각 지역 ‘촛불행동’ 대표들은 야당 대표에 대한 테러 부실 수사와 윤석열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규탄했다. 또 대통령 행사에 참석한 강성희 진보당 의원에 대한 대통령경호처의 폭력적 제압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접경지역인 경기도 파주에서 온 김해성씨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불과 2년 만에 지금 당장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남북 ‘강 대 강’ 대치 속 공포를 호소했다.
집회를 마친 이들은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향해 행진했다. 풍물패와 ‘시민나팔부대’가 선두에서 길을 열고 참가자들이 그 뒤를 따랐다. 경찰이 두 개 차선만 행진을 허용해, 행렬은 이태원 들머리에서 삼각지역 주변까지 길게 이어졌다.
이태원을 지날 땐 행렬이 멈춰, 참가자들이 1분여 동안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을 올렸다. 그리고 국회를 통과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여당을 비판하며 특별법 공포를 촉구했다.
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신자유연대의 방해 집회는 곳곳에서 이어졌다. 삼각지역 집회에 이어 이태원 도로 한쪽에서도 대형트럭과 확성기 차를 동원한 집회를 연 신자유연대 회원들은, 대통령 관저로 가는 길목인 한강진역 도로를 선점했다. 이들과의 충돌 방지를 이유로 경찰이 행진을 막아서면서 이날의 촛불행진은 마무리됐다.
전통 복색을 한 풍물패가 사물놀이를 하며 행진을 이끄는 동안, 이태원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걸음을 멈춰 휴대전화를 들어 사진 찍기 바빴다. 일부 시민은 손을 흔들며 행렬에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광우병 사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을 메웠던 촛불은 이제 대통령실이 이전한 용산으로 옮겼다. 광화문 집회를 마치고 청와대를 향해 물결처럼 흘러갔던 촛불 행렬은 이제 용산을 지나 이태원을 거쳐 한남동을 향한다. 장소만 달라졌을 뿐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다. 국민 앞에 오만한 권력을 심판하는 ‘케이(K)-촛불’이라 이름 붙여야 할까.
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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