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습격’ 중학생 “우발적 행동” 주장… SNS·생기부 분석 등 동기파악 주력

정지혜 2024. 1. 2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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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범행에 무게
경찰, 배후·공범 등 특이점 못 찾아
퇴원 배현진 “엄정한 처리를”
우울증으로 폐쇄병동 입원 대기
범행 전 연예인 연습생 물색 정황
‘이재명 피습’ 모방범죄 가능성도
警, 李 지지 집회 참석여부 확인 중
당분간 입원 상태로 불구속 수사
여야 대표 신변보호팀 가동도

국민의힘 배현진(41·서울 송파을) 의원이 피습 사흘째인 27일 순천향대 서울병원에서 퇴원했다. 경찰은 범행의 계획성과 공범·배후 여부 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특별한 배후가 없는 단독 범행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한 달 이내 정치 테러가 잇따르면서 경찰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 각각 10명의 경호 인력을 붙이는 등 경호·경비를 강화했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공휴일인 이날도 지난 25일 배 의원 피습 사건이 벌어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건물 미용실 관계자 등 목격자 진술과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배 의원은 25일 오후 5시쯤 이 건물로 들어서는 그에게 아는 척하며 달려든 중학생 A군으로부터 돌덩이로 여러 차례 머리를 공격당했다. 최소 15차례 가격당한 배 의원은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서울병원에서 찢어진 두피를 1㎝가량 봉합하고 사흘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5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거리에서 중학생 A군으로부터 머리를 가격당했을 당시 CCTV 화면. 배현진 의원실 제공
미성년자인 A군의 범행에서 뚜렷한 동기는 여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사건 발생 2시간 전 연예인이 많이 오는 미용실에 사인을 받겠다며 외출했다가 배 의원을 만나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A군의 주장이다. 실제로 그는 범행 직전 사건이 발생한 건물에 있는 미용실에 들어가 특정 연예인 연습생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은 경찰 조사에서 최근 우울증 증상이 심해져 폐쇄병동에 입원하란 지시를 받고 대기 중이었으며, 평소 돌을 갖고 다녔다는 등으로 진술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나온 주변인 전언 등을 종합하면 A군은 학교 안에서 갈등을 빚고, 또래 여학생을 스토킹하거나 평소 자신의 옷에 피를 묻히고 다니는 등 기행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경복궁 담벼락을 낙서 스프레이로 훼손한 설모(28)씨의 영장실질심사 출석 현장에 나타나 지갑을 던진 인물과 동일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런 증언들은 A군이 정신적 불안에 의해 배 의원을 공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정치인 혐오, 정치 테러 등의 동기와 무관하다고 단정하긴 힘들어 보인다. 민주당 이 대표가 피습을 당한 지 3주 만에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앞선 사건이 하나의 신호가 된 ‘모방범죄’로 분석되기도 한다.
경찰은 A군이 지난달 이 대표 지지 집회에 참석한 자신의 모습을 같은 학교 학생들이 있는 메신저 단체방에 공유했고, 이 대표 피습 사건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일부 언론 보도 등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이를 포함해 A군의 휴대전화 메시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용, 병원 진료·처방 내역과 학교생활 기록 등을 종합해 범행 동기를 알아낼 계획이다. A군의 휴대전화 등 압수물과 거래 계좌 등을 토대로 파악한 바로는 공범이나 배후 세력이 포착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당일 새벽 응급입원 조처된 A군은 주말을 거쳐 오는 30일 응급입원 기간이 만료된다. 경찰은 보호자 동의하에 보호 입원 절차를 밟고, 병원에서 A군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당분간 불구속 상태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경찰은 현행범 체포 등으로 신병을 확보한 피의자에 대해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거나 석방해야 한다. A군의 경우 입원 조치로 사실상 신병을 확보한 만큼 구속 필요성은 없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한편 배 의원은 27일 병원에서 퇴원한 뒤 페이스북에서 “이런 사건은 국민 누구에게도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사건에 관한 내용은 수사기관을 신뢰하며 지켜보겠다. 면밀한 수사 뒤에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한 법적 처리가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측과 협의해 ‘정당 대표에 대한 경찰 신변보호팀’을 별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와 한 위원장에게는 경찰 경호 인력 10명씩 붙어 출퇴근길과 기자회견 등 다중에 노출되는 동선에서 테러 가능성을 차단하기로 했다. 민주당 당대표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 이후 경찰 측 인력이 10명씩 동원돼 양당 대표를 계속 경호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경찰은 국회 내 야간 경비를 늘리고, 폐쇄회로(CC)TV 관제와 거동 수상자에 대한 검문·검색도 강화했다.

정지혜·김병관·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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