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동행카드 시행 첫날 "교통비 아껴 좋지만, 너무 복잡해요"
27일 기후동행카드 사용 시행 첫날. 15만 장이 넘게 팔렸다는 소식(28일 기준 20만 장 이상으로 추정)에 기자도 구입하고 충전해 직접 사용해 봤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역사 내 마련된 기후동행카드 이벤트 부스에서 3000원을 주고 실물 카드를 구매했다.
판매 개시일인 23일부터 5일간 이벤트 부스에서 일하고 있다는 A씨는 “오늘은 좀 적게 와서 150명 정도 카드를 사 갔다”며 “여의도역과 같이 붐비는 곳은 하루 700~800명씩 카드를 구매해 갔다”고 말했다. 설명을 듣는 동안 2명의 고령자분들이 지나가다 무얼 파는 건지 묻고 사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지하철 교통카드 무인 충전기에서 따릉이를 포함한 6만5000원권을 선택해 현금으로 충전했다. 이곳 무인 충전기에는 약 1시간 동안 14명이 기후동행카드를 충전하러 왔다. 이들과 함께 시작일을 27일로 설정했더니 마지막 사용일이 30일 뒤인 2월 25일로 자동 설정됐다. 실제 사용은 1월 27일 오전 4시부터 2월 26일 오전 4시까지 가능하다.
평소 안 가보는 곳으로 향하기로 했다. 경기도에 속하면서도 기후동행카드 사용 가능 범위에 포함된 ‘장암역’을 목표로 삼았다. DDP에서 4호선 승차하는 화면에는 요금액 대신 ‘만기일: 2024.02.25 기후동행카드’라는 문구가 뜬다.
노원역에서 환승해야 하는데 정거장을 지나쳐 내렸다. 요금 부담 없이 승하차 태깅을 하고 다시 노원역으로 돌아갔다. 노원역은 올해 9월까지 승강기 교체 공사로 환승 통로가 일시적 폐쇄된 상태다. 지하철 1회권·정기권 사용자는 전용 게이트로 들어가지 않으면 요금이 차감될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니 이런 걱정은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가까운 개찰구로 들어갔다.
장암역에 내린 뒤 인근 카페까지 버스를 이용했다. 경기 버스(G-bus) 마을 72-1번 버스 기사분은 기후동행카드를 보고 “서울에서 쓰시는 거 아녜요? 경기차는 안 돼요”라고 했다. 해당 버스에선 기후동행카드 태깅(tagging) 자체가 되지 않아 따로 요금을 지불했다.
서울로 이동하는 길 ‘기후동행카드 이용 가능’ 종이가 붙은 서울 버스 111번을 이용하니 ‘환승입니다’ 소리와 함께 태깅됐다. 오늘 대중교통에서 카드를 찍은 횟수만 9번 이상이지만 요금 걱정이 들지는 않았다. 앞으로 30일간 가지 않았던 곳들을 가볼 마음이 들겠지만, 버스 등으로 환승할 때 적용 범위 노선을 잘 확인해야 추가 요금 내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 “교통비 아껴 좋지만, 현금 충전·사용범위 혼란은 한계”
대다수의 시민들은 왜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할까. 고물가 속 ‘교통비 절감’이 가능하단 것이 주요 이유다. 서울 미아동에서 돈암동으로 매일 출퇴근하는 자영업자 박세인씨(36)는 “평소 교통비가 월 9~10만원 안팎인데 오늘부터 한 달간 6만2000원으로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하다”고 안도했다.
서울 안암동으로 1년째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는 외국인 유학생 이엽씨(24)는 “월 교통비가 10만원 정도 나오는데 훨씬 아낄 수 있게 해 주는 좋은 제도”라며 “한국어 선생님께도 추천해 드렸지만 김포에서 서울로 출퇴근하셔서 사용이 힘들어 아쉽게 됐다”고 했다.
직장인 이재성씨(43)는 “딸아이가 학교, 학원으로 바쁘게 오가느라 월 교통비만 15만원이 넘게 소요된다”며 “따릉이도 이용할 수 있다고 하니 우선 한 개를 사용해 보고 다른 가족들도 쓸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5, 6월 중 새로운 교통 카드들이 나온다고 들었는데 서민들을 위한 혜택이 늘어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용상 편의와 관련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잖았다. 직장인 이혜인씨(27)는 “요즘 누가 현금을 갖고 다니나”며 “매번 충전할 때마다 현금 인출기를 찾아다녀야 하는 게 불편하다”고 말했다.
회사원 박한별씨(27)는 “버스에 사람이 너무 많으면 간혹 실수로 하차 태그를 못하고 내릴 수 있지 않나”며 “2번 못 찍은 줄도 모르고 있다가 다음날 바쁜 출근길에 이용 정지 화면이 뜰까 봐 걱정된다”고 얘기했다. 기후동행카드는 두 번 이상 태그하지 않으면 24시간 동안 카드 사용이 멈춘다.
경기권 확장이 필요하다고 토로하는 시민도 많았다. 서울 진관동에서 경기 고양시 동산동으로 출퇴근하는 이도현씨(31)는 “같은 경기도인데 지하철이 삼송역까지는 안 되고, 전 정거장인 지축역에서 적용이 끊긴다고 해서 이용하지 않는다”며 “경기 패스·인천 패스 등 교통권을 지역으로 구분하면 각 지역을 오가는 사람들은 다 쓸 수가 없게 된다. 현실적으로 통합권을 마련하거나 요금을 전격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불평했다.
월 교통비가 5~6만원대인 시민들이나 재택근무자, 이미 알뜰교통카드 등을 사용하는 시민들은 신청에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한 시민은 “여러 혜택이 많아 보이지만, 자동차를 주로 이용하니 따로 신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도 기후동행카드 열풍... 장단점 갑론을박 활발
온라인에서는 사용 후기 위주로 뜨거운 반응이 나오고 있다. 28일 기준 1일 전까지의 구글 검색 결과만 2만여 건이 넘는다. 카드 구매부터 등록까지 질문하고 답하는 게시물들이 많다. 유튜브, 포털 사이트 등에선 사용 장단점을 두고 갑론을박이 활발하다.
서울 고척동에서 경기 고양시 향동동으로 출퇴근한다는 40대 블로거 김모 씨는 “버스 동일 노선이나 30분을 넘은 환승의 경우 제한이 없어지는 것이라 너무 좋다”며 “그간 환승하는 잠깐 사이에 간식을 먹다가 환승 추가 비용을 내본 경험이 많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기후 동행’이라는 카드 취지에 대해선 “사실 평소에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이 정도의 할인으로 대중교통을 전격적으로 이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블로거인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아이폰 사용자라 실물 카드에 현금 충전하는데, 자동 충전기능이 생기면 편리할 것 같다”며 “30일마다 갱신되고 신용카드와 연결할 수 있으면 어떨까”라고 언급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왜 기후동행카드인지 궁금하다. 탄소배출 저감하는 수준을 알 수 있나”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시행 초기인 만큼 부족한 점은 시민분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며 “지속적으로 서비스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서울시는 카드 판매를 시작한 23일부터 기후동행카드 비상상황실을 운영해 민원을 받고 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포털서 검색도 되는데…" 5000만원 보낸 직장인 '날벼락'
- "月 800만원도 번다"…돈 벌려고 한국 오는 외국 학생들
- "제네시스 한 대 값 긁었다"…'아파트 옵션비' 파헤치기 [집코노미TV]
- 현대차 없이도 12조 잭팟…해외서 '이 기업' 대박 났다는데
- "K가전에 푹 빠지면 못 나온다"…해외서 돌풍 일으킨 LG제품
- "128만 유튜브 중단"…500억 신화 '장사의 신' 논란 뭐길래
- 조민 결혼한다…"남친은 전생에 나라 구했나" 반응 폭발
- 유인촌 장관 "한 명 한 명이 아쉬운 상황…관광객 2000만명 유치할 것"
- 정유라, 차범근 '조국 선처 탄원서'에 발끈 "어딜 껴드냐"
- "매일 머리 감으면…" 40대 이상 탈모 고민 남녀에 조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