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스라엘, ‘가자 집단학살 말라’ ICJ 판결 준수해야

2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주민들이 구호 트럭에서 나눠주는 밀가루를 받으러 몰려들고 있다. 가자시티/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침공에 대해,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이스라엘에 집단학살 방지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명령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가자지구 주민들이 견딜 수 없는 인도적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유엔이 내놓은 이 최소한의 목소리가 변화의 실마리가 되기 바란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지난 26일(현지시각) 이스라엘에 자국 병사들이 집단학살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할 것과 팔레스타인 주민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구호물품이 시급히 반입되게 하도록 할 것 등을 명령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집단학살을 제소한 데 따른 예비 판결이다. 남아공은 ‘군사작전 즉각 중단’도 요구했지만, 이에 대한 판단은 이번에 나오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이를 지키지 않아도 강제할 수단은 없다는 점에서 한계는 명확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즉각 반발했고, 미국도 판결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결의 상징적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 가자지구 민간인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잔혹한 공격을 더 이상은 용납하기 어렵다는 국제사회 여론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인구를 대량 학살하고 전례 없는 규모로 팔레스타인인에게 죽음과 공포, 고통을 가하기 위한 무자비한 군사작전을 추진하는 것에 세계가 절대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평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겨냥 테러 이후 가자지구를 침공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미 주민 2만5천명 이상이 숨졌다. 손자의 손을 잡고 백기를 든 채 피난길에 오른 할머니, 병원, 유엔이 운영하는 대피소까지 무차별 공격을 받았고, 가자지구의 대부분이 사람이 살 수 없는 폐허가 되었다. 난민촌의 피난민들은 극심한 배고픔과 추위, 질병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금(UNRWA)의 일부 직원이 지난해 하마스 테러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등이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가자 주민들이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을 우려한다. 이스라엘은 이번 판결을 외면하지 말고 당장 전쟁을 멈추고 평화와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 국제사회는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에 눈감지 말고 사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