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6명 중 1명꼴 ‘산후우울’…육아·주거 스트레스 영향

국내병원 2곳 임산부 2512명 추적 관찰
출산 후 스트레스는 높고, 결혼 만족도는 낮아

산후우울증. 연합뉴스

국내에서 출산한 여성 6명 중 1명꼴로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류현미 분당차병원 산부인과 교수와 조희영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연구팀은 국내 병원 2곳의 임산부 2512명을 임신 12주부터 출산 후 4주까지 추적 관찰해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연구는 이들에게 기본적인 정보와 우울 증상 유무, 스트레스 요인, 가족 관계, 삶의 질, 결혼에 대한 만족도 등을 설문한 뒤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애초 우울증 병력이 있는 여성은 연구 대상에서 제외했으며, 산후우울증 진단은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에든버러 산후우울증 척도(Edinburgh Postnatal Depression Scale)를 활용했다.

연구 결과 전체의 16.32%인 410명이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전반적인 스트레스 지수는 임신 기간부터 출산 후까지 산후우울증 그룹이 더 높았는데 보육과 주거의 어려움이 실질적인 문제로 꼽혔다.

산후우울증을 호소하는 여성들은 아닌 여성들보다 육아 관련 스트레스를 더 심하게 받는 것을 드러났다. 출산 후 보육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비율은 산후우울증 그룹에선 70.49%에 달했으나, 산후우울증이 없는 대조군에서는 46.43%에 그쳤다. 주거 문제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다는 비율도 산후우울증 그룹에선 14.88%, 대조군에선 5.19%로 큰 차이가 났다. 결혼생활의 만족도도 대조군에서 더 높았다.

출산 후 느끼는 결혼생활 만족도는 0∼6점으로 매겼는데 이때 중간값인 ‘행복하다’는 3점 이상으로 응답한 비율은 산후우울증 그룹에서 81.22%, 대조군에서 93.24%였다.

연구팀은 출산 후 느끼는 다양한 스트레스와 아이와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우울, 두려움 등을 산후우울증의 위험 요인으로 판단했다. 결혼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산후우울증의 위험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봤다.

이번 연구는 국내 여성의 산후우울증과 관련한 인구통계학적·사회경제적·심리적 요인을 다루는 최초의 전향적 코호트(동일집단) 연구라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향후 임신과 출산을 겪는 여성의 건강 관리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JKMS’에 이달 게재됐다.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