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석화단지 짓는 현대ENG…"기술력으로 전쟁 악재 돌파"

박진우 2024. 1. 2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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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건설, 해외서 돌파구
(1) 현대엔지니어링 폴란드 플랜트 현장을 가다
美·EU '전유물' 공략
공기 단축·사업비 절감
K건설 역량 인정 받아
우크라 전쟁 발발에도
시운전까지 성공 진행
고부가 플랜트에 기회
동유럽 큰손 협력 구축
他지역 추가발주 예상
사우디·인도네시아서도
석화 플랜트 수주 행진


대형 건설회사들이 침체한 국내 시장을 타개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첨단 플랜트와 도시 인프라 시설, 신재생에너지, 소형모듈원전(SMR) 등이 주요 공략 대상이다. 현대건설·포스코이앤씨·현대엔지니어링은 중남미 파나마 운하 밑을 통과하는 메트로 3호선 공사를 맡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기지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물산·현대건설 등은 신시장인 SMR 분야 선두주자다. 축적된 기술력과 시공 노하우, 발주처와의 신뢰가 해외 수주 동력으로 꼽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프로젝트(총 1조달러)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총 7500억달러) 등에서 수주 낭보가 이어질 경우 50년 만에 ‘해외 수주 1조달러 시대’(누적 기준)가 열린다. 세계 곳곳을 누비는 K건설의 해외 도전기를 살펴본다.

이달 초 찾은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로부터 북서쪽 120㎞ 지점에 있는 소도시 프워츠크. 끝없는 평야 지대에 현대엔지니어링과 스페인 건설회사 테크니카레우니다스(TR)가 조인트벤처 방식으로 수주한 ‘올레핀(에틸렌·프로필렌 계열) 확장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에서 생산할 에틸렌은 연간 74만t으로, 유럽연합(EU) 내 최대 규모다. 유럽에서 국내 건설사가 처음 수주한 초대형 석유화학플랜트다.

수주 4개월 만인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터지면서 자재값과 운임이 폭등, 난관에 봉착했다. 적자를 피하기 위해 현대엔지니어링은 발주처(PKN올렌)와 1년6개월간 20여 차례 줄다리기 협상 끝에 공사 기간을 2년(2026년 12월 준공 예정) 늘리고, 공사비는 2조7000억원에서 1조원 이상 증액시켰다. 이승동 플랜트사업수행실 상무는 “그동안 공사비 절감 역량과 공사 기간 단축 노력을 인정받으면서 발주처와 신뢰를 쌓았다”고 말했다.

 기술력으로 선진국 건설사 눌러

이 사업은 시작부터 현대엔지니어링에 불리했다. 폴란드는 EU 회원국으로 2027년까지 총 100조여원에 달하는 각종 기금을 지원받기로 예정돼 있어 EU 건설사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다. 2004년 EU 가입 이후 폴란드가 받은 기금만 2378억유로(약 339조4571억원)에 달한다.

사업 발주는 EU 건설사에 유리한 기본설계(FEED)와 ‘상세설계-구매-시공-시운전(EPC)’ 연계 방식으로 이뤄졌다. FEED를 수행할 컨소시엄을 두 곳 선정하고, 이들 컨소시엄 중 한 곳만 EPC 사업을 수주하도록 했다. 대형 석유화학플랜트의 FEED·EPC 연계 수주는 오랜 기간 설계 기술력을 쌓아온 미국·EU 건설사의 전유물로 꼽혀왔다.

열세로 평가받던 현대엔지니어링·TR 컨소시엄은 2021년 4월 사이펨(이탈리아)·테크닙(프랑스)을 꺾었다. FEED 기술력에서 발주처의 인정을 받은 데다 한국 건설사 특유의 공사 기간 단축, 사업비 절감 역량 등을 인정받은 결과다. 2020년 폴란드 2위 석유화학기업인 아조티그룹으로부터 수주한 폴란드 슈체친의 PDH/PP 플랜트(1조2800억원)에서 보여준 사업 수행 능력도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도 2년 만에 준공한 데 이어 시운전까지 성공했다.

 사우디·인니 등지에서도 석화플랜트 조성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은 동유럽의 ‘큰손’으로 불리는 PKN올렌과 돈독한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PKN올렌은 작년 기준 매출이 90조747억원, 영업이익이 10조739억원에 달하는 국영기업이다. 석유정제 시장에서 점유율(매출 기준)이 폴란드 65%, 체코 59%, 리투아니아 88%에 이르는 거대 기업이다. PKN올렌이 정유사업에서 석유화학플랜트로 수직계열화를 추진 중인 만큼 추후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수주가 예상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네시아에서도 한국 기업의 석유화학 플랜트 수주 행진은 이어지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과 함께 작년 6월 아람코로부터 수주한 ‘아미랄 프로젝트 패키지1·4’ 계약이 대표적이다. 사우디 최대 규모인 연간 165만t의 에틸렌 생산설비를 짓는 사업이다. 사업비만 6조5545억원에 이른다.

인도네시아 최대 규모 석유화학단지가 될 ‘TPPI 올레핀 석유화학 프로젝트’에서도 수주가 예정돼 있다. 발주처인 인도네시아 국영석유기업 페르타미나가 총사업비 4조6900억원을 들여 자바섬 투반 지역에 연간 에틸렌 생산량 100만t 규모의 플랜트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현대엔지니어링과 삼성엔지니어링이 각각 FEED 용역을 진행한 데 이어 작년 말 EPC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 두 곳 중 한 곳이 계약할 예정이다.

바르샤바=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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