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발표] KIA 충격의 김종국 전격 직무정지… 수사 중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KIA 시작부터 꼬인다

김태우 기자 2024. 1. 2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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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KIA로부터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김종국 KIA 감독 ⓒ곽혜미 기자
▲ 김종국 감독의 직무정지는 수사 당국의 수사 진행에 따른 조치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4년 시즌을 앞두고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팀 중 하나로 힘차게 스프링캠프를 열던 참이었던 KIA가 시작부터 어마어마한 암초를 만났다. 캠프를 지휘하고 올해 팀 구상을 그려야 하는 핵심 인사인 김종국 감독의 직무가 정지됐다.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시즌 시작부터 좋지 않은 소식이 날아들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KIA는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공식 발표했다. KIA에 따르면 김종국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이에 일단 직무정지 조치를 내리고 추후 최종 거취를 결정하기로 했다.

KIA는 ‘지난 25일 김종국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으며, 27일 김종국 감독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를 최종 확인했다’면서 ‘구단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독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 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KIA 구단 관계자는 “최근 독립리그에서 나온 비리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검찰 수사가 들어간 상황이라 구단에서는 어떤 말을 하기가 조심스럽다. 수사 상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수사 상황이 진행되는 것도 보고, 구단에서도 자체적으로 알아보는 것을 병행해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일단 캠프는 진갑용 수석 체제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사 장기화에 대해 구단도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충격의 직무 정지, 캠프 출국 앞두고 날벼락 맞았다

이어 ‘감독의 최종 거취는 수사 상황을 지켜본 후 결정할 예정이며, 1군 스프링캠프는 진갑용 수석코치 체제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IA는 최근 불거진 독립리그 청탁 채용에 대한 문제와는 별개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KIA는 2월 1일부터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1차 전지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27일 주장 나성범을 비롯한 선수단 47명, 코칭스태프를 합쳐 67명의 대규모 캠프 참가 선수단을 발표했다. 1차 캔버리 캠프에서는 체력과 기술, 전술 위주로 훈련을 한 뒤 21일 한국으로 들어와 22일 실전 위주의 2차 캠프가 열린 일본 오키나와로 다시 출국할 예정이었다. 캠프 전체적인 일정은 시범경기 개막 직전인 3월 6일까지 이어진다.

KIA는 27일 당시 ‘이번 스프링캠프에는 코칭스태프 20명, 선수 47명 등 67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선수단은 투수 22명, 포수 4명, 내야수 12명, 외야수 9명으로 구성됐다. 2024년 신인 가운데에서는 투수 조대현과 김민주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면서 ‘이번 스프링캠프는 1차(호주)와 2차(일본)로 나뉘어 진행된다. 호주 캔버라에서 3일 훈련 1일 휴식 체제로 체력 및 기술, 전술 훈련을 소화한 뒤 2월 21일 일본으로 건너가 3월 6일까지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본격적인 실전 체제에 돌입한다. 선수단은 2월 25일 KT와의 연습경기를 시작으로 KBO 리그 팀들과 5차례의 연습경기가 예정돼 있으며, 27일 일본 프로야구팀 야쿠르트 스왈로스와도 연습경기를 치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선수단은 1월 30일 호주로 출국 예정이다. 출발을 이틀 앞두고 선수단 분위기를 흔들 수 있는 대형 악재가 터진 셈이다. KIA는 27일 캠프 명단 발표 당시까지만 해도 김종국 감독을 당연히 포함하고 있었다. 하지만 27일 김 감독과 면담 자리에서 수사 사실을 확인한 뒤 고심 끝에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 계약 기간 마지막 해로 접어드는 김종국 KIA 감독 ⓒ곽혜미 기자

김 감독은 금품 관련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조사 자체가 김 감독의 ‘유죄’를 말하는 건 아니다. 상대방의 일방적인 주장일 수도 있고, 혹은 참고인 수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호주로 나가 캠프를 이끌기에는 다소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실제 KIA도 현재 김 감독이 어떤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KIA도 김 감독의 수사 상황을 제보로 통해 들었고, 이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만 해도 구단 또한 몰랐던 이야기라는 셈이다. KIA는 거취는 수사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할 예정이라고 신중하게 말했다. 수사 결과에서 뭔가의 죄가 나온다면 당연히 계약은 해지될 것이고, 무죄가 입증된다면 감독직을 계속 수행할 수도 있을 전망이지만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해졌다.

◆ KIA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경력의 절대 고비를 맞이하다

김종국 감독은 무등중-광주일고-고려대를 졸업한 뒤 1996년 해태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해 프로 경력의 전체를 타이거즈에 바친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다. 1996년 1군에 데뷔해 2009년 현역을 마칠 때까지 1군 통산 1359경기에서 타율 0.247, 66홈런, 429타점, 254도루, 604득점을 기록했다. 공격이 화려한 선수는 아니었지만 탄탄한 내야 수비력을 자랑했고 국가대표팀에도 여러 차례 선발되는 등 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김 감독은 은퇴 이후에도 지도자 경력을 모두 KIA에서 소화했다. 2011년 2군 수비 코치를 시작으로 2군 작전‧주루 코치, 이어 2012년부터는 1군 작전‧주루 코치를 오랜 기간 수행했다. 2021년에는 1군 수석 코치로 승격해 감독 코스를 밟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맷 윌리엄스 감독의 후임으로 2022년 3년 계약을 하고 KIA 사령탑에 올랐다. 현역과 지도자 경력으르 모두 한 팀에 바친 사례를 찾아보기 극히 드문 케이스다.

KIA는 김종국 감독 선임 당시 “김종국 신임 감독은 누구보다 구단을 잘 알고 있다는 점과 조용하면서도 강단 있는 리더십을 갖춰 선수단 장악력이 뛰어나다. 선수단과 코치진으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어 빠르게 팀을 재정비, 도약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히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또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어 팀을 빠르게 정비하고 재도약시킬 적임자로 판단했다. 특히 구단과 국가대표팀에서 쌓아온 다양한 코치 경험을 토대로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취임 당시 “30년 가까이 몸담고 있는 KIA 타이거즈라고 하는 명문 구단의 사령탑에 올랐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다. 동시에 엄청난 책임감을 느끼며 마음 한켠이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팀이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많은 것을 바꾸고, 기초부터 탄탄해져야 한다. 모든 선수들을 동일한 출발선에 두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것이다.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이 헛되지 않고, 타이거즈 팬 여러분의 열망과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김종국 감독의 이탈은 KIA 캠프 운영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곽혜미 기자

김 감독은 2021년 하위권에 처졌던 팀을 2022년 5강에 올려놓으며 감독 첫 해를 마쳤다. 김 감독의 경기 운영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초보 감독이라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측면은 물론 전년도 9위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주축 선수들의 잦은 부상 탓에 팀이 똑바로 나아가지 못했고,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하고도 6위에 그쳐 비난의 화살을 한몸에 맞기도 했다. 올해 계약 기간 마지막 해를 앞두고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캠프가 시작하기도 전에 수사 당국의 조사를 받으며 이 계획이 일정 부분 어그러졌다.

◆ 장정석 악몽 선명한데… KIA 노심초사, 김종국도 죄가 있을까

금품수수는 아마추어에서는 꽤 자주 있었던 일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자정 운동이 계속 일어나며 그 빈도가 줄어드는 양상이었다. 하물며 프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KIA도 정확한 사정을 밝히고 있지 않은 만큼 향후 수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KIA로서는 2년 연속 악몽을 떠올릴 법하다. KIA는 김 감독과 함께 2022년 시즌을 앞두고 단장으로 취임한 장정석 전 단장이 ‘뒷돈 요구’에 휘말려 2023년 초반 해임됐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장 전 단장은 2022년 시즌 초반 키움과 트레이드를 통해 포수 박동원을 영입했다. 박동원은 당시까지만 해도 포수가 문제였던 KIA의 구세주로 불렸고, 실제 좋은 활약을 하면서 트레이드 가치를 증명했다. 그리고 박동원은 2022년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터졌다. 장 전 단장은 시즌 중 박동원을 개인적으로 만나 FA 계약에 대한 대가로 ‘뒷돈’을 요구했다. 장 전 단장은 농담이었다고 해명했으나 박동원 측이 선수협에 제출한 녹음 파일을 보면 농담으로 들을 수 없는 요소들이 더러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를 인지한 KIA도 장 전 단장을 해임했다. 현재 장 전 단장은 계속해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있고 실제 압수수색도 받았다.

모두가 충격을 받은 사건이었고, KIA는 곧바로 해임이라는 초강수를 꺼냈다. 당시 KIA는 “품위 손상 행위를 한 장정석 단장을 해임 조치했다. 장 단장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개최했고, 해임을 결의했다. 지난해 모 선수와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를 했다는 제보를 지난주에 받은 이후 사실 관계 등을 파악했다. 하지만 사실 관계를 떠나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소속 선수와의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라는 그릇된 처신은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에 장 단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최종 해임 조치했다”고 설명하면서 “구단은 이번 사안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모든 구단 임직원 및 선수단의 준법 교육에 더욱 힘쓰고,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인 바 있다.

KIA는 이후 심재학 현 단장 체제로 간신히 그 여파를 수습하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 감독이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은 말 그대로 당황스러운 일이다. 당시 재발 방지를 약속했는데 만약 김 감독의 유죄가 드러날 경우 구단 이미지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김 감독의 경력도 그대로 끝날 수 있다. 수사 결과 죄가 밝혀진다면 김 감독도 사법 처리가 불가피하고, 자연히 구단도 해임으로 이어 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김 감독의 경력도 그대로 끝날 수 있다. 불명예 퇴진이 되는 셈이다.

▲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 ⓒ 곽혜미 기자

다만 수사 결과에서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김 감독은 명예를 회복한 셈이 되고, 잘못이 없는 감독을 해임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김 감독도 다시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그 조사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은 부담스럽다. 감독 유고 사태가 이어지면 팀에도 좋을 것이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KIA가 상황을 보고 어떤 결단을 내리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는 어떤 결론이 빨리 나는 것이 KIA에는 유리할 수 있다.

◆ 김종국 여러 구상 했었는데… 시작될 캠프에 엄청난 타격

김 감독은 올해 계약 기간 마지막 해를 앞두고 여러 포지션을 살피며 의욕을 드러냈다. 지난해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 당시부터 팀 뎁스 강화에 중점을 두고 여러 가지 논의를 이어 갔다. 김 감독은 외국인 투수에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로 이어지는 선발진 골격을 두고, 이어 이들의 휴식 시간이나 혹시 찾아올 수 있는 부상 여파를 메워줄 수 있는 6선발을 찾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당시 김 감독의 구상에 들어간 선수가 여럿 있었고, 이들 중 이번 캔버라 1차 캠프에 참가한 선수들도 있었다. 아직 보직이 확실하게 결정되지는 않았으나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당시 김종국 감독의 구상을 종합했을 때 이번 캠프에서의 후보자는 지난해 6선발 역할을 했었던 황동하를 비롯, 김기훈 장민기 조대현 정도가 후보였다.

황동하는 지난해 후반기 6번째 선발로 뛰었던 선수다. 황동하는 지난해 13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6.61에 그치기는 했으나 대체 선발로 나선 몇몇 경기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 코칭스태프와 팬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시애틀에 위치한 드라이브라인 시스템에 파견해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거쳐 기대를 모았다.

장민기도 군 복무 당시 선발로 뛴 경험이 있어 후보군에 포함됐다. 2021년 KIA의 2차 4라운드 지명을 받은 장민기는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뛴 뒤 올해 팀 전력에 합류했다. 장민기도 오키나와 캠프 당시 “내가 당시에 무엇을 했는지 노트에 써놓은 게 있다. ‘그때는 이것이 문제였구나’, ‘이것은 당시보다 지금 훨씬 나아졌구나’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는 발전이 있었던 것 같다. 군 생활을 크게 보면 ‘진짜 고비 하나를 잘 넘겼구나’는 생각이 든다. 크게 다친 것도 없었고, 수술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자원이 많아졌고 다 잘 던지는 선수들이다. 다 좋은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다. 선의의 경쟁을 벌이다보면 서로 실력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라고 올해 선발 경쟁에 임하는 각오를 드러냈다.

김기훈은 물론 조대현도 후보 중 하나였다. 2024년 신인드래프트 팀의 1라운더인 조대현은 팀의 체계적인 관리 속에 마무리 캠프에 참가하지 않고 함평의 2군 시설에서 차분하게 몸을 만들었다. 조대현도 그 시간이 값지다는 생각을 하면서 1군 경쟁에 대한 욕심과 야심을 숨김없이 드러내곤 했다. 조대현은 “11월에 합류해서 일단 몸을 만드는 게 우선이었다. 공을 던지는 건 두 번째였다. 공을 던져도 감이 떨어지지 않게 툭툭 던지는 느낌이었다. 한 달 사이 힘이 점점 붙는 것을 느꼈다. 12월도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몸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서 “힘이 붙는다는 게 느껴졌다. 실제 수치상으로도 그것이 뚜렷하게 나온다. 운동하면서 몸이 좋아지는 게 재밌었다. 캠프에서는 투수로서의 능력을 보여드려야 하는 시간이다. 지금부터 공을 던지는 데 조금 더 집중을 하면서 밸런스를 찾아가고 변화구에서도 감각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기회가 많이 오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기회가 왔을 때 딱 한 번에 잡는 게 최종적인 목표”라고 다부진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우완 불펜 쪽에서는 유승철과 장현식을 눈여겨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최지민의 등장과 김대유의 가세, 곽도규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좌완에 비해 우완 쪽의 구위파가 더 필요하다고 했었다. 유승철은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이어 호주 리그까지 뛰며 기량이 성장했고, 팔꿈치 뼛조각 수술 여파에서 벗어난 장현식 또한 올해 정상적인 기량을 찾을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 김종국 감독의 부재가 길어질수록 KIA의 어려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KIA 타이거즈

유승철은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올 시즌이 가장 많이 성장한 시기였던 것 같다. 던지는 쪽으로나 야구선수로서의 마인드 모두 그렇다. 실망도 많이 했지만 실패를 맛보다보니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옆에서 누가 도와주기도 하면서 귀가 열렸다”면서 “결과가 좋든 나쁘든 실전에서 이 감을 실험해보고 싶은데 경기를 하지 못한다면 아쉬울 것 같다. 너무 해보고 싶은 게 많다”고 올 시즌에 대한 기대치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으로 고민인 1루 포지션을 만회하기 위해 김종국 감독이 내민 히든카드도 있었다. 바로 지난해까지 주로 외야수로 뛰었던 이우성의 1루 전환이었다. 이우성도 1루 겸업에 대한 욕심이 있었고,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 초반 당시 김 감독도 그런 아이디어가 현실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테스트를 거쳤다. 이우성이 비교적 이 임무를 잘 수행하면서 이우성에 대한 기대치가 커지기도 했다.

이우성은 “오키나와 캠프 당시 감독님이 ‘고등학교 때 어떤 포지션을 소화했느냐’라고 물으시더라. 고등학교 1~2학년 때까지는 1루수로 경기에 나갔고, 3학년 때 외야로 나갔다. 팀 포수가 다치는 바람에 포수를 볼 사람이 없어 포수도 조금 봤었다. 그런 것들을 설명드렸다”면서 “내가 확 말하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코치님들에게 진심을 섞어 농담으로 했었는데 코치님들이 ‘자신 있게 한 번 말해보라’고 권유하셨다. 코치님들이 내 진심을 알아주셨고, 그래서 나도 그때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1루 겸업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말하기도 했다.

그 외에 김 감독은 내‧외야 백업을 수행할 젊은 선수들에 대한 평가를 즐거워하며 이들을 1군 전력에 포함시킬 궁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오키나와 캠프 당시 윤도현에 대해 “아마추어 시절에는 김도영과 쌍벽이었다. 기대를 많이 했는데 부상 때문에 1년을 쉬었다. 수비 쪽에서 자세가 조금 안 나오는 것은 있어도 하다 보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상 이슈를 털고 비시즌 동안 준비를 더 잘 한다면 내년 시즌에는 1군에서 뛸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호주 리그에서 성실하게 경기를 소화한 박민에 대해서도 “내가 볼 때는 수비에서 안정적이다. 타격 쪽에서 조금 더 보완을 하면 수비는 전체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에 1군에서 활용할 수 있다. 박민도 2차 1라운드 지명자다. 청소년 대표팀 주장도 하고 그랬다. 아직 어리다. 군대에도 다녀왔다”면서 올해부터는 적극적인 실험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많은 경기에 나선 정해원에 대해서는 “올해 스무 살인데 몸이 가지고 있는 힘이 많이 붙기는 붙었다. 지금 타격 쪽에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장타도 있는데 스윙 메커니즘도 안정적이다”이라면서 역시 3루에서의 활용폭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외야 백업으로는 박정우를 주목하면서 “1군에서 훨씬 더 좋은 활용도가 있을 수 있다. 대타로 나가면 번트도 대고 작전수행능력이 좋다. 수비도 잘하고 어깨도 좋다. 지금 오키나와에 온 외야수 중에서는 어깨가 가장 정확하고 송구력도 가장 좋다. 장타는 없지만 콘택트 능력과 주루 능력이 있다. 도루에서도 퓨처스리그에서는 30개씩 하고 그랬다”고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렇게 모든 선수들을 눈에 담은 김종국 감독이 정작 캠프를 앞두고 이탈함에 따라 KIA의 의사결정 체제에도 큰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물론 김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충분히 논의를 했겠지만, 그래도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자인 김 감독의 이탈은 더딘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프런트가 현장에 개입해 전권을 휘두르는 모양새도 지금 당장 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김 감독의 조사가 장기화되면 더 타격이 커진다. 무죄든, 유죄든 결론이 빨리 나는 게 차라리 KIA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데 그건 KIA가 좌우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도 않은 김 감독을 해임할 수도 없고, 김 감독을 완전히 배제할 의사 결정을 하기도 애매하다. 한편으로 선수들도 당연히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일단 잊고 캠프 훈련에 매진하는 게 우선이기는 하지만, 김 감독 직무정지가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힘차게 캠프를 출발해야 할 30일이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이에 KIA도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감독 수사 결과에 따라 2024년 구상이 모두 바뀔 수도 있는 상황에서, 만약 사령탑이 바뀐다면 새 감독을 찾는 과정도 쉬운 건 아니다.

▲ KIA 심재학 단장 ⓒ곽혜미 기자
▲ 김종국 감독의 거취 여부에 많은 관심이 몰리고 있다 ⓒ곽혜미 기자

◆ 열심히 달려왔던 KIA, 캠프 시작 앞으로 암초… 어수선한 분위기 이겨낼까

KIA가 2024년 대권 도전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기에 더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 소식이다. KIA는 심재학 단장의 첫 오프시즌을 맞이해 외국인 스카우트 시스템을 바꾸고, 일부 계약에서 성과를 거뒀으며, 연봉 협상까지 마무리하며 2024년 캠프 준비를 위한 모든 준비를 다 끝낸 상태였다. 그 성과가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기에 더 아쉽고 돌발적인 사태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팀 전체에 걸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KIA는 장정석 전 단장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프런트 조직부터 다시 정비했다. 심재학 단장이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수장으로 등극했고, 시즌이 끝나자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외국인 스카우트 파트를 개편하고, 소폭의 코칭스태프 개편으로 김 감독 체제에 힘을 실어주는 등 2024년 준비를 시작했다.

계약은 재빨랐고, 또 합리적이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열리자마자 팀의 좌타 스페셜리스트로 활약했던 고종욱과 2년 총액 5억 원에 계약하며 일단 숙제 하나를 풀었다. 기존 선수들애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트레이닝으로 유명하고 체계적이 과학 장비가 있는 미국 시애틀 드라이브라인에 소속 선수 5명(정해영 이의리 윤영철 황동하 곽도규)을 파견해 많은 구단들을 놀라게 했다. 다른 구단이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의 예산이 쓰였지만 KIA의 투자는 과감했다.

베테랑 선수들의 계약도 차근차근 완성하면서 팀의 기둥을 바로 세웠다.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김선빈과 3년 총액 30억 원에 계약했고, 최형우와는 1+1년 총액 22억 원에 비FA 다년 계약을 하며 팀 클럽하우스를 이끌어가는 두 기둥을 모두 잡았다. 두 선수 모두 시장 가격을 생각하면 KIA가 비교적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어 가장 공을 들인 외국인 투수도 모두 기대할 만한 선수를 데려오며 힘을 냈다. 우선 선윌 크로우로 영입해 KBO리그 전체의 관심을 모았다. 크로우는 워싱턴 시절 팀을 대표하는 선발 유망주로 육성된 선수였고, 2021년 시즌을 앞두고는 당시 올스타 1루수였던 조시 벨과 트레이드돼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는 등 구단의 기대가 각별한 선수였다. 피츠버그 이적 후 2021년은 사실상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고, 2022년은 불펜 필승조로 자리를 옮겨 활약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이어 LG에 자진 방출을 요구한 뒤 새 팀을 찾고 있었던 내야수 서건창의 반등 가능성을 확인하고 총액 1억2000만 원에 영입해 내야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를 확보했다. 1억2000만 원 중 보장 금액은 5000만 원, 인센티브가 7000만 원으로 KIA에서도 해볼 만한 도박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마지막으로 남아있었던 외국인 한 자리는 세인트루이스 40인 로스터에 있었던 제임스 네일을 영입해 역시 큰 기대를 모았다. 네일은 선발 경험은 다소 떨어지지만 건강하게 투구를 했던 경력을 가지고 있고 땅볼 유도에 강점이 있어 역시 2선발치고는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팀 연봉 협상도 모두 마무리했고, 캠프 명단까지 발표하며 정상적인 흐름의 오프시즌을 이어 갔다. 그러나 캠프 출국 이틀 전, 김종국 감독의 직무정지로 모든 이슈가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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