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더 비싼데 이걸 누가 써요”…‘보험비교’ 첫주 계약 1000건도 안돼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2024. 1. 2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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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비교·추천 서비스 개시 1주일
개인차보험 주 평균 14만여건 갱신
비교플랫폼선 950건으로 1% 미만
플랫폼 수수료 보험료 반영되면서
홈페이지보다 소비자 3만원 더 부담
당국, 카드할인 등 제동걸었지만
플랫폼 흥행실패에 요율·수수료율 손질 검토
지난 19일 출범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흥행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개인용 자동차보험의 경우 주 평균 14만건이 온라인으로 보험 갱신이 이뤄지는데, 서비스 출시 이후 일주일 동안 플랫폼을 이용해 체결된 자동차보험 계약은 1000건도 채 되지 않았다. 플랫폼 수수료가 보험료에 그대로 반영되면서, 홈페이지에서 보험을 갱신하는 것보다 보험료가 비싸진 것이 초반 흥행에 걸림돌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 동안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한 개인 자동차보험 계약 건수는 950건으로 집계됐다. 일부 보험사의 경우 이 기간 플랫폼을 통한 보험 계약 건수가 10건 미만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온라인 채널에 강점이 있는 한 보험사의 경우에도 이 기간 자사 홈페이지 채널(CM)을 통한 보험 계약은 1만 건을 웃돌았지만 플랫폼 채널(PM)을 통한 가입 건수는 수 백건 대에 머물렀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개인용 자동차보험 가입 차량(2021년말 기준)은 1770만대다. 자동차보험은 의무 계약으로 갱신일이 특정 기간에 몰리지 않고 분산되는 특징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주당 평균 34만대가 자동차보험을 갱신한다. 이 중 CM 채널을 활용하는 비율은 40.7%로 14만대 정도다. 보험업계에서는 최근 CM채널의 비중이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한다.

일주일에 14만대 이상의 차량이 온라인으로 자동차 보험을 가입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1000건도 못미치는 플랫폼 계약 실적은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초반 흥행에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봐야한다”며 “플랫폼에서 금리를 비교해 대출 상품을 갈아타는 은행권 플랫폼 서비스가 출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 크게 차이가 난다”고 평가했다.

이 플랫폼은 편리한 보험 상품 비교 환경을 제공한다. 간단한 본인 인증과 차량·운전자 범위 선택만으로도 보험료 확인이 가능하고, 별도의 인증프로그램 설치 등도 요구하지 않아 예상 보험료를 확인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5분 남짓이다. 이 플랫폼을 통해 각 보험사의 연간 예상 보험료뿐만 아니라 나중에 환급받을 금액도 확인이 가능해 가장 저렴한 보험이 어디인지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

이처럼 편리한 검색 환경을 제공하는데도 초반 흥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상대적으로 비싼 보험료 때문이다. 자동차보험 점유율 85%를 차지하는 대형 4개 보험사는 별도의 보험 요율 체계를 두고,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보험료에 그대로 반영했다. 때문에 이들 보험사 상품의 경우 자사 홈페이지에서 계약을 갱신하는 것이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보다 3만원 이상 보험료가 저렴하다. 보험 소비자 입장에서 상품 비교는 플랫폼에서 하더라도 가입은 각사 홈페이지를 통해 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 됐다.

보험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에서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게 제동을 건 것도 흥행에 걸림돌이 됐다고 봤다. 당초 이 플랫폼 출범에 가장 기대를 걸었던 곳은 CM 채널이 약한 중소형 보험사들로, 이들은 플랫폼 출범을 계기로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펼쳐 점유율을 늘려보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플랫폼을 통해 유입된 계약자들에게 카드 할인을 제공할 수 있을지 문의하자 금융당국은 “당국의 판단이 있을 때 까지 시행하지 말라”는 안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들은 기존에 각사 홈페이지를 통해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에는 결제 단계에서 3만원 이내에서 카드 할인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한 보험사는 각사 홈페이지 유입 고객과 플랫폼 유입 고객에게 동일한 프로모션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안내하려다 혼선을 빚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영업 방식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각 사의 프로모션 행위가 난립할 경우 법적 한도를 넘어서는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험업법 시행령에서는 보험계약 체결과 모집 과정에서 제공할 수 있는 인센티브(특별이익)의 범위를 보험료의 10%와 3만원 중 적은 금액으로 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별도의 프로모션을 하고 있고, 여기에 보험사까지 따로 보험 계약에 대한 특별이익을 제공한다면 관리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고, 법에 정해진 한도를 넘어서는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규제준수 여부를 사전에 체크해서 서비스를 출시 했기 때문에, 이후 추가되는 프로모션의 경우 금융당국과 협의해 달라고 안내한 것이지 원천금지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출시 초반 저조한 성적에 금융당국은 보험요율 체계와 수수료율에 대한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에게 CM과 PM의 체계를 통일해 같은 보험료를 적용하고, 플랫폼사에게도 보험사로부터 받는 수수료율을 보험료의 1% 안쪽으로 줄이는 방안을 설득하고 있다. 이같은 방안이 현실화한다면 각 사 홈페이지와 플랫폼에서 동일한 보험료가 제시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플랫폼이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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