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두 달 굶은듯” 요양병원 보낸 아빠 의식 잃고 중태… 자식들 ‘날벼락’

박동환 기자(zacky@mk.co.kr), 김정범 기자(nowhere@mk.co.kr), 이지안 기자(cup@mk.co.kr) 2024. 1. 2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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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 몇년을 요양병원에서 보내는 한국인은 계속 늘고 있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요양병원에 가족을 보낸 이들은 상태호전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오히려 병세가 악화돼 가족들 품으로 돌아온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요양병원은 1437곳으로 숫자로는 전체 의료기관의 2%에 불과하지만, 요양병원 병상 수(27만2021개)는 전체 의료기관의 37.5%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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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에게 악몽이 된 요양병원
폭력 못지 않은 정서적 학대 심각
불법 요양병원 난립 세금 2조 줄줄
삶의 마지막 몇년을 요양병원에서 보내는 한국인은 계속 늘고 있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누구나 바라는 ‘존엄한 죽음’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곳이 요양병원이다. 어느정도 친절하고 안전하기만해도 이승과의 이별이 그렇게 고달프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툭하면 요양병원환자 학대 사고가 터진다. 존엄해야 할 죽음이 고통과 공포에 잠식되고 있다. 요양병원 실태를 긴급 점검한다.

직장인 이현주 씨(43·가명)는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모신지 얼마 안돼 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된 경우다. 입원 전 직접 옷을 갈아입고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아버지는 두 달만에 의식을 잃고 중태에 빠졌다. 급하게 찾은 응급실에서는 “두 달은 거의 못 먹은 상태로 보인다”고 진단을 듣고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제보로 찾아간 A요양병원에서는 언어폭력이 일상화돼 있었다. 요양보호사들은 부모님뻘 환자의 이름을 ‘야 최갑순’ ‘어이 이병갑’이라 부르고 있었다. 반말은 기본이었고 욕도 종종 튀어나왔다.

지금까지 수면 위로 드러난 학대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는게 요양병원 종사자들, 환자, 보호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요양병원에서 환자 학대를 경험했다는 이세인 간호사는 “인지능력이 급격히 떨어진 환자분들을 대상으로 간병인들이 환자에게 폭언과 막말을 하고 정서적 학대를 하는 행태가 신체적 학대 못지 않게 심각하다”고 했다.

요양병원에 가족을 보낸 이들은 상태호전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오히려 병세가 악화돼 가족들 품으로 돌아온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요양병원은 1437곳으로 숫자로는 전체 의료기관의 2%에 불과하지만, 요양병원 병상 수(27만2021개)는 전체 의료기관의 37.5%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 1000명당 요양병원 병상이 32.3개로 평균(3.8개)보다 9배 가량 많은 수준이다.

요양병원은 노인성 질환자, 만성질환자 치료와 요양을 위해 설립된 ‘병원’이다. 하지만 일상 속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마저 요양병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요양병원 입원 환자가 늘면서 2022년 기준 65세 이상 전체 진료비(5조3927억원) 가운데 요양병원 진료비(1조2177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이 23%로 의료기관 중에서 비중이 가장 높다.

그러다보니 불법으로 요양병원을 세우고 요양급여비를 부정 수급하는 경우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요양병원을 불법으로 개설하고 챙겨간 급여비용이 2조2631억원에 이르렀다. 전체 의료기관 불법개설기관 적발금액(4조1746억원)의 54%에 이르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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