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원가·배달수수료까지 3중고 … 가맹점주 "마진 절반 뚝"

김금이 기자(gold2@mk.co.kr), 김규식 기자(dorabono@mk.co.kr) 2024. 1. 28. 17: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위기의 프랜차이즈 ◆

2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리에 위치한 상가 공실에 임차인을 구하는 푯말이 붙어 있다. 최근 고물가에 따른 경기 침체로 외식업 프랜차이즈 전반에 한파가 불면서 신촌과 같은 주요 상권에서조차 상가 공실이 늘어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안정적인 창업 아이템으로 각광받던 외식업 프랜차이즈 시대가 저물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배달 주문이 크게 늘면서 배달 플랫폼에 지출하는 비용과 식자재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개인이 운영하는 일반 외식업 점포는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힙한 점포'로 거듭나면서 그 숫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28일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전체 외식업 점포 가운데 프랜차이즈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16.4%에 달했다. 이 비중은 2019년 3분기(18.5%)에 정점을 찍은 이래 계속 감소하고 있다. 서울시 내 외식업 프랜차이즈 숫자는 2020년 3분기에 2만6030개로 피크에 달한 후 작년 3분기에는 2만4224개로 줄었다. 불과 3년 사이에 1806개가 감소했다. 반면 일반 외식업소 숫자는 같은 기간 11만7060개에서 12만3693개로 6633개가 늘었다. 이는 서울시가 공정거래위원회 가맹본부 정보공개서를 토대로 자체 집계한 결과다.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 이후 주문 중개수수료를 점주들이 지출하게 되면서 일어난 후폭풍이라는 게 프랜차이즈 업계의 설명이다. 배달 주문 점유율 가운데 60~70%를 차지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은 주문 1건당 6.8%(배민1 기본형 기준)를 중개수수료로 받는데, 이 비용이 점주의 수익성을 빠르게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과거 배달 플랫폼을 활용하는 비중이 작았을 때는 점주가 신용카드 수수료와 전단지 같은 부대 비용만 지출했다. 그런데 배달 플랫폼이 이를 대신한다고는 하지만, 매출의 6.8%에 달하는 주문 중개수수료는 점주들에게는 과거 대비 비용이 2~3배가량 늘었다고 느껴진다. 한 치킨업계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추산해본 결과, 배달 플랫폼 비중이 낮았을 때와 비교해 보면 점주들 수익성은 최대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상당수 프랜차이즈 본사는 자체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성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소비자가 배달의민족을 비롯한 기존 배달 플랫폼을 통해 주문하는 상황이라 이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한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치킨, 피자, 커피 등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각종 할인 혜택까지 제공하면서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있지만 자체 배달앱 점유율은 미미한 편"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임대료를 비롯해 식자재 가격, 인건비 같은 다른 비용 상승도 점주들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서울 도심 지역 핵심 상권의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울상을 짓는 점주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내수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서울 강남 같은 핵심 상권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어려워졌다는 것이 외식업계의 공통된 전언이다. 영업이 잘되는 핵심 상권도 임대료가 해마다 올라가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임대료는 지난해 3분기 기준 3.3㎡(1평)당 13만8835원으로 조사됐다. 2019년 3분기(11만5857원)에 비하면 3.3㎡당 2만2978원이나 올랐다. 임대료는 도심 오피스가를 중심으로 서울 중구, 종로구, 성동구, 강남구, 동작구, 용산구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는 식자재와 설비를 비롯한 필수품목을 가맹점에 제공하며 과도한 유통마진을 챙긴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지난달 샌드위치 프랜차이즈인 '에그드랍' 업체는 점주들에게 광고·판촉 비용을 분담시키고 판매 상품 가격을 부당하게 결정했다며 공정위에서 제재를 받았다. 또 일부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방탄소년단(BTS) 멤버의 홍보비 일부를 가맹점주들에게 전가해 논란이 일었다.

외식업 창업은 진입 장벽이 낮은 탓에 소규모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공정위 가맹현황 통계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전체 외식 프랜차이즈 중 75%가 가맹점포 10개 미만으로, 브랜드 확장이나 체계적인 가맹점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2023년 프랜차이즈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점주들은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해 원·부자재 가격 인하(26.6%)를 가장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본사의 적극적인 광고·판촉(24.8%)에 이어 좋은 신상품 개발(17.6%)을 통해 매출 신장에 도움을 주길 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수년간 급격하게 오른 인건비 또한 프랜차이즈 점포의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꼽힌다. 주당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봤을 때 주휴수당까지 포함한 최저임금은 월 206만740원에 달한다. 이는 2019년 기준 최저임금(174만5150원)에 비해 불과 5년 만에 18.1% 오른 것이다.

상시근로자 5인 이상~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 점주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안전교육을 잘 시켜도 직원 부주의로 사고가 날 수 있고, 책임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불분명해 많은 외식업 사장님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일반 외식업 점포는 최근 SNS를 활용해 직접 마케팅에 나서면서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곳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 압구정 일대를 비롯해 홍대, 성수동에 개점한 일반 외식업소는 SNS 마케팅에 적극 나서면서 팬덤을 스스로 형성한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김금이 기자 / 김규식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